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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흘람 Aug 26. 2024

첫 번째 메이드와 마지막 메이드

메이드는...

임시아파트인 카라코람에 살기 시작한 이후로 메이드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 쉽게 생각한 것과 달리 굉장히 까다롭고 복잡한 일이었다.


많은 대사관들 및 대사관 직원 가족들이 사는 구역인 Diplomat Enclave는 앞서 설명했듯이 입구도 여러 개 있고 입장 시 외교 차량이 아닐 시에 따로 거주민의 등록신청이 있어야만 한다.


특히 그냥 평범한 파키스탄 서민들은 입장이 제한된다.

이렇기에 내가 메이드나 드라이버를 고용 시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하면 그들의 입장을 신고하고 등록해야만 한다.

쉽게 말해 누군지도 모르는 외국인 입장을 내가 신고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사실 이 점이 카라코람 살 때 불편한 것 중에 하나였다.


방 2개 아파트인데 메이드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 카라코람에는 한국대사관도 근처라 거기 직원 가족분들 다른 한국분들도 많이 거주하신다. 그중에 어떤 분이 추천해 주셔서 어떻게 소개 소개 제3의 인물을 소개받았다.

90년생인 S.

카라코람 입구홀에서 직접 만났는데 남편이 오토바이로 태워줘서 왔다 한다.


순진하고 미안하게도 정말 가난하게 생겼다.

메이드들이 여기서 가난하다는 건 알았지만 정말 외적으로도 너무 마르고 궁핍해 보였던 첫인상.

오히려 더 걱정이 되었다.


잡을 구하고 싶어 무조건 YES만 외치던 그녀

아파트라 하루 2시간 정도만 원했고 사실 모르는 사람이 우리 집을 구석구석 알고 청소한다는 게 썩 편하진 않았다.  사실 그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신분증이 가짜일 수도 있다 ㅋ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이리 경계심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문화이고 그들의 국민성이었을 텐데... 물론 조심해서 손해본건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녀가 출근하던 날

다행히도 미니 핸드백만 들고 와서 입구에 걸어두고 일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카라코람 입주 시 고급 아파트임에도 화장실에 이상한 냄새가 났다. 분명 청소를 안 한 거다. 그래서 카라코람 전용직원이 청소를 하러 왔는데...

한참 뒤 청소 다 했다며 가려는 걸 체크해 보니 글쎄 물만 찍찍 뿌려댄 거다. 이게 청소 끝이라며 ㅋㅋ


알고 보니 여기 서민들은 제대로 청소할 줄을 모르며 심지어 세재사용법도 전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 세탁기, 냉장고도 없다.


이런 경험들이 있어서 S에게 세재사용하는 부터 일일이 알려줬다.

 

하루 이틀 겪으면서 이게 내가 일을 하는 건지 S가 하는 건지 헷갈렸다.

이웃언니는 메이드가 착착 일도 잘하고 심지어 치킨 등 요리까지 한단다. ㅋㅋ 사실 나는 메이드에게 요리는 시키기 싫고 청소만 부탁한 건데 결론은 본인이 살림을 잘해야 시키는 것도 잘한다는 거다. 당연한 것이 내가 뭐가 잘하지는 모르는데 어떻게 남에게 일을 시킨다는 말인가?


어쨌든 그럭저럭 일을 적응하기 시작했고..


아까 S가 일 시작 전에 자기 미니 핸드백을 걸어두고 한다했는데...

나는 문제가 없었으나 여러 가지 메이드 스토리를 들어본 경우는 아래와 같다.


큰 가방을 들고 와 티 안 내게 화장지 두루마리나 계란 낱개로 훔쳐가고

자기네 집에 따뜻한 물이 안 나오니 머리 좀 감겠다 하고 샴푸 담아서 가져가고

청소를 한 건지 티브이를 본 건지  TV를 트니 주인이 보지 않는 현지방송 채널이 바로 나온다던지

 

나는 S가 일할 동안 무조건 집에만 있어야 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열쇠를 무조건 건네줄 수는 없었다.


튼 시간이 흘러 집이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S가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순진한 얼굴 하고 싶은 말은 내 눈 똑바로 당당하게 해댔다.

일 시작도 전에 자기 가족들 일자리 달라고 하질 않나..

딱히 마음에 드는 구석은 없었으나 집에 쓸 메이드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 한 달 정도 우리 집에서 일해서 혹시 하우스로 이사 가면 거기서도 일할 수 있느냐? 하니 또 YES

말은 뭐든지 다 할 기세다.


그리고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고 새 우리 집을 보더니..

아파트에서 받은 월급보다 2배 이상 줘야 하며 자기는 한 층 맡아서 하겠단다.

2배는 이해가 갔는데 2층 주택집에 한 층만 맡고 옷 다림질은 추가비용을 줄 시 가능하다고 ㅋㅋ


S는 분명 우리를 물로 봤다.

그리고 자기가 갑인 척 행동을 해댔다.

외국인들과 일하고 싶어 하는 현지인들은 너무도 많다. 하지만 일을 잘하고 나랑 맞는 사람을 찾는 건 어디나 어렵다.


한두 명 여자 메이드만 제한하고 봤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는 남편직장에서 집 가드들을 24시간 붙여주었는데 여자 메이드들은 출입구시 스캔을 할 수가 없다. 가드들은 남자이기에..


그래서 며칠은 나 혼자 그럭저럭 지냈다. 하지만 이 큰 집을 내가 소화하기엔 너무도 부족했고 남편의 잦은 출장과 어린아이들이 어 힘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남편 직장 동료 메이드가 자기네 집은 오전에 맡아주고 오후도 괜찮다면 써보라 했다.

사실 오후는 생각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픽업 후에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청소가 과연 될까 싶었지만 내가 그걸 따질 여력은 안되었던 거 같다.


암튼 그 남자메이드가 일 끝나 오기로 했다.

그의 이름은 J. 

나와 동갑이었으며 아이들이 다섯 명이란다.

대부분 메이드가 듯 그도 크리스천이었다.

파키스탄에선 무슬림과 크리스천이 조화롭게 잘 지내지만 아무래도 신분에선 무슬림들이 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는 남자였기에 가드들이 그를 문제없이 스캔할 수 있었다.

 

첫인상은 인자하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내가 처음에는 월급을 이 정도만 주지만 나중에 인상해 주겠다 하니 바로 Ok를 했다.

처음부터 그의 능력을 모른 채 월급을 많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약속하고 그가 출근을 했다.

오후 3시 반에 오는 그는 사실 많이 불편했을 거다.

청소를 하면 아이들이 또 노느라 청소한 티가 많이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일(일요일 제외) 출근했으며 일도 성실하게 했다.

파키스탄에서 직원이 늦어도 매일 출근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

하루만 일하고 말없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고

매번 지각하는 것도 많고

어이없는 핑계를 대며 나오지않는다.


내 주변(현지인 제외)하고 남자메이드를 쓰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분명 여자들이 집에 있는 경우에 혼자만 남자메이드랑 단둘이 있어서 마도 불편해서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쉽지 많은 않았던 파키스탄 삶에서 우리 가족의 행운이라 여겼던 우리 메이드 J 씨.

우리 집을 2년 넘게 꾸준히 지켜준 그에 대해선 나중에 더 글을 써보고 싶다.

감사했던 J씨
슈크리야(우르드어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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