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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흘람 May 18. 2024

카라코람 임시 아파트

슬펐지만 행복했지만 다시는 안 가고 싶은 그런 곳

세레나 호텔 생활은 분명 즐거웠고 나름 편했지만 매일 똑같은 조식, 요리를 못하는 답답함은 어린아이들이 있는 내게 정말 어려웠다.


항상 밖에서 사 먹어야 했으며 얘들 학교 스낵과 점심을 싸주기엔 음식이 제한되었고 설거지도 제대로 못해 어려운 게 한두 가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집은 구했지만 언제 공사가 마무리될지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매번 8월 말에 9월 말에 완공된다는 말뿐... 근데 또 집 보러 가보면 일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하루에 램프 교체 겨우 하나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까 우리가 보기엔 너무 느려서 정말 매일매일 채찍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일은 정말 너무도 느리게 진행이 되었다. 나만 마음이 바쁜 거 같았다.

당연했던 건 일하는 사람들에겐 그 집이 자기 집이 아니었고 이때 파키사람들이 일하는 태도를 좀 더 배웠던 거 같다.


어쨌든 세레나 호텔생활이 한 달째 되었을 때 카라코람 아파트에 두 집이 임시로 머물 수 있다고 들었다.


카라코람 아파트는 미국 대사관, 대한민국 대사관을 포함한 많은 대사관들이 위치한 디플로마틱 인클레이브(Diplomatic Enclave)에 위치해 보안이 잘되어있다. 상대적으로 외곽에 위치하고 입구가 여러 개 있으며 매 입구마다 차량 진입 시 모두 다 체크해야 들어갈 수 있다.

 

사실 세레나에 비해 얘들 학교에서 조금 더 멀어서 고민이 상당히 되긴 했지만 남들과 같이 생활해야 하는 호텔에 비하면 자유를 만끽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우리는 두 집을 오퍼 받았다. 두 집이 너무나 분위기가 달라 고민이 되었지만 결국 햇빛이 좀 더 드는 7층으로 결정했다.

1층에 세 집이 있고 계단 및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너무도 느려 기다리는 게 애탄다.


침실 1

방 2개 가구가 있는 아파트이고 부엌도 있겠다 너무 신났다.

이사하자마자 남편은 유럽으로 출장을 가야 했으며 나 혼자 얘들과 지내야 했다. 다행히 드라이버 H가 있어 마음은 편했다.

거실

그러나 문제는...

둘째 아이가 이유 없이 학교 도착해서 구토를 하더니.. 계속하는 거다. 문제가 터져버렸다.

파키오기 전에 가장 걱정이 되었던 의료문제 ㅠㅠ

원인을 잘 모르겠다. 왜 그러는지... 오기 전에 당연히 물갈이할 거는 예상했지만 둘째만 어찌...


우선 첫 번째는 아이가 차만 타면 내가 어릴 때처럼 차멀미를 해 가끔 구토를 했었는데 카라코람으로 이사한 이후 학교 갈 때마다 매일 차멀미와 구토를 했다. 그리고 한국분들에게 들어본 결과 아마도 내가 카라코람에서 과일을 식수로 안 씻고 수돗물로 씻어서 준 게 원인인 거 같기도 하다.


세레나호텔에선 뭔들 씻어도 먹는데 아무 문제 없었는데 임시숙소 오자마자 수질에서 차이가 이리 날줄은 몰랐다. 고급 아파트인데 드라이버 H가 말하길 자기가 쉴 때마다 물을 마시는데 세레나에 해 수질이 훨씬 나쁘단다.


무식한 엄마가 두 살 베기 딸내미를 아프게 해서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


구토를 해서 학교는 못 가고 하루종일 집에 코 박혀 있었다. 유럽에 있는 남편에게 연락을 해서 어떻게 해야나 물어보니 대사관 지정 의사가 있는데 출장비를 주면 집으로 방문한단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으나 너무 뻔한 답을 주었다. 하지만 그다음 날도 똑같았고 오히려 토를 매초마다 하듯 너무 자주 해서 무서웠다. 혼자였기에...

그 돌팔이 대사관 지정 의사는 큰 병원 갈 필요 없다는데 당황하는 엄마는 어찌 반응해야까? 두 살 베기 아이가 힘이 축 쳐져 물만 토해대는데...


도저히 안될 거 같아 드라이버 H한테 좋은 병원 추천해 달라 했다. 다행히 첫째는 첫째 친구네가 픽업해서 플레이 데이트하고 집으로 데려다준다 하고 나는 그동안 드라이버 H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모든 사람들이 얼굴이 퍼레진 동양인 엄마와 딸내미를 쳐다봤다.

큰 병원이라 수속도 좀 걸렸다. 겨우 침대를 얻고 겨우 겨우 상황 설명을 하는데 우선 피검사를 해보잔다. 피검사??? why??? 이게 원인 모를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다면서.. 사실 정말 천 번 고민했던 거 같다. 그리고 피검사하며 눈물이 펑펑 나왔다. 못난 어미가 된 거 같아서.


다행히 괜찮다며 오후쯤 퇴원하려는데 정신없이 와서 현금을 충분히 안 가져왔다. 카드는 안되니 현금이 없다니까 대신 내 여권을 맡기랜다 ㅋㅋ 헛웃음이 나왔다.


돈이 없어 퇴원을 못해 답답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청결해야 할 병실엔 파리가 몇 마리나 돌아다니는데... 다행히 옆에서 우리 얘기를 듣던 분이 내 사정을 듣고 안 갚아도 되니 이걸로 지불하라며 퇴원비를 주웠다. 정말 급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드라이버 H에게 연락처를 받으라 했다.

 

추후 드라이버 H를 믿고  그분께 퇴원비 입금하라 시켰더니... 한참 뒤에 물어보니 그분 연락이 안 된단다. 내가 물어보지 않았음 자기가 꼴랑 그 돈을 가졌을 거다. 자기 한 달 월급정도니까.  

돈보다도 나는 그분께 꼭 보답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카라코람으로 이사 온후 아이는 매일 차멀미 구토를 하였다. 장점도 있었다.


카라코람은 내가 살 당시 지하주차장에 미니마트(급한 거, 생수 배달시킬 때 이용) 뿐만 아니라 그린마트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없어졌다.

그린마트는 집으로 배달을 직접 해줬는데 가장 마음에 든 점은 마트 직원이 과일, 야채 등 사진을 다 찍어서 와츠앱으로 보내준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거 체크해 주면 바로는 아니어도 집으로 편안하게 받을 수 있었다. 정말 5 시스템.


코로나 때라 비싼 학비 낸 국제학교는 거의 매일 쓸데없는 온라인 수업을 해댔다. 2살, 5살 아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이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심지어 처음과 끝은 인사나누기고 나머지 수업은 과제하는 거였다. 그래서 집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정말 도움이 되었다.


우연히 아래층에 한국분이 사셨고 그분 덕택에 어둡고 슬펐던 카라코람 생활이 즐거웠다.

그분이 정말 마음 편하게 대해줘서 너무 감사했고 그 점이 카라코람 떠날 때 제일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아파트여서 밤마다 술 취해 파티하면서 난동 피우는 외국인들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했고 누군가를 고용할 때 예를 들어 메이드나 드라이버 등 아파트 관리인 허락을 일일이 받아야 게이트 입장이 가능했다.


보안이 잘 되어 있다는 이유로 값비싼 아파트인데... 우리가 보기엔 그저 평범하다^^;

정전이 자주 일어나는 파키인데 아파트라 전기가 바로 들어온다.


보안이 잘 된다는 뜻은 사실 감옥 같기도 했다. 그사세 느낌이기도 했고.. 내겐 사실 답답했다.


아이가 매일 아파서 다시 세레나 호텔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집 공사가 끝날 때까지...


언제 내 집에서 편히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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