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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흘람 Apr 02. 2024

파키스탄 최고 5성급 호텔 생활기

이슬라마바드 세레나호텔 장기 투숙객

른 호텔과 다른 점은 메인 입구, 주차장 들어가는 길, 호텔입구에 진입하면 무조건 차량 밑 스캔부터 공항보안대처럼 소지품을 검사받은 후 입장이 무조건 가능했다.

워낙 테러도 자주 일어나고 특히 감스럽게도 2008년에 이슬라마바드 메리어트 호텔에서 아주 큰 테러가 일어났기에 더 비가 삼엄해서 나도 괜히 들어가기도 전에 겁을 먹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런 보안시스템이 있어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까 싶다.


보안 직원들은 남녀가 있고 코로나 시기라 중국산 아주 잘 찢어지는 얇은 마스크를 입장 시 투숙객 또한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파키스탄에 도착 시 마스크 쓰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었는데 빈부격차가 심하다 보니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하루끼니를 걱정하고 집에 냉장고, 티브이등이 없다. 이런데 코로나 심각성을 어떻게 알까?


체크인할 때 호텔 주변을 살펴보니 모든 게 빛이 났다. 현지느낌이 충만한 그림전시, 현지전통악기 라이브 공연 특히 전통가구문양으로 디자인 가구등은 외국인의 눈에도 너무 아름다웠다. 뿐만 아니라 객실 가구도 같은 느낌이어서 앤틱스러우면서 아늑했다.


설레면서도 걱정이 앞섰던 체크인

금연 패밀리룸이 있는 5층으로 안내되었고 첫인상은 너무 만족스러웠다. 모기 때문에 발코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는 예전에도 적었다시피 대사관과 직접 계약돼서 커넥링룸으로 패밀리룸 2개를 제공받아 편안하게 머물 수 있었다.

그냥 첫날은 우선 잠을 잤다.


투숙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건 수영장과 간단한 스낵이 있는 라운지룸이었다. 라운지 룸은 내 지인들도 무료로 초대가 가능했다.


첫날은 푹 자고 다음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세레나호텔은 외국인들도 있지만 현지인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아서인지 음식 대부분이 현지식이었고 종류가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놀라웠던 건 과일이 생과일이 아닌 통조림 과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운 날씨 그리고 자주 일어나는 정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음은 그냥 먹을만했다. 아니 오히려 행복했던 거 같다. 원래 밀크티를 좋아하는데 여기 사람들 차이 또는 믹스티라고 부르고 국민차라고 불릴 정도로 즐겨마신다. 너무 맛있었다. 얘들은 머핀 등 달달한 거를 먹었고

 

나는 에그스테이션에서 계란 오믈렛을 즐겨 먹었다. 까맣게 그을린 낡은 프라이팬, 언제 썼는지 모르는 기름으로 계란요리를 해주지만 양파, 치즈, 토마토 등 다 들어간 오믈렛 하나면 배도 부르고 맛도 좋았다.

그러나 맛이 좋았다 해서 내 몸에 맞는 건 아니었나 보다. 세레나에서 조식 먹고 나면 매번 배가 아프고 화장실을 가야만 했다. 이때 물갈이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웃긴 일화가 있는데 그때는 아마 내가 세레나 호텔에서 머문 지 좀 되었을 때였던 거 같다. 나는 앞에 영국남자(런던출신)가 있고 에그 스테이션에서 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남자가 자기 순서가 되자 다짜고짜

"이미 썼던 프라이팬 쓰지 말고 다른 팬으로"

"이미 요리한 기름 말고 다른 기름으로"

큰 목소리로 먼저 말하고 주문을 했다.


나는 속으로 글쎄 저게 통할 거라 생각하고 말하는 걸까 했던 거 같다. 역시나 다른 팬이었지만 내 눈에는 똑같았다.


세레나 호텔에서 머문 첫 주는 좋았던 거 같다. 문제는 얘들 나이가 어려 학교 스낵이랑 점심을 싸서 보내야 했는데 스낵이야 그냥 조식에서 대충 해결했는데 점심은 매일 어려웠다. 그래서 미안하게도 맨날 계란밥, 스파게티만 싸줬다. 간단하게 요리하고 싸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머물 때 다행히도 수영장이 오픈하여 얘들 학교 픽업 후 1일 1 수영이 가능해서 너무 좋았다. 호텔에서 머무니 옷도 따로 챙길 것도 없고 샤워가운만 걸쳐서 돌아다니고 바로 숙소 올라와서 씻으면 됐으니까 말이다. 물론 여기 이슬라마바드 호텔에선 샤워가운만 입고 로비 돌아다니니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긴 했다.

수영장에서도 일부 외국인 빼고 부자 현지인들은 무슬림 수영복을 입었다. 하지만 이건 일부고 대부분 아빠들이 같이 수영을 하거나 베이비시터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현지엄마들은 룸에서 쉬거나 마사지를 받았다(수영장에 같이 안 왔다). 신기했던 건 베이비시터들이 어른이 아닌 아이들 또래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상류층 가족들은 베이비시터들도 호텔에 머물게 해 주되 100% 아이들 전담을 맡게 하는 거다.


안타깝게도 현지식을 먹으면 바로 배탈이 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싸지만 호텔 초밥 레스토랑 또는 이탈리아 레스토랑만 이용했다. 다행히도 이 음식들은 맛도 좋았고 배도 아프지 않았다.


호텔로 배달되는 식당 중 한국 음식도 파는 식당이 있어 떡볶이 등 주문했는데 우리가 생각한 맛이 아니었다. 딱딱한 감자 같았던 떡볶이 등 호기심만 채우고 다시는 먹지 않았다.


호텔 생활은 그럭저럭 익숙해져 갔다.

라운지에서 멋진 야경도 감상하고 친절한 직원들도 있고 청소도 안 해도 되고 가끔 마사지도 받으러 다니고 수영장도 얘들에게 천국이고


하지만 맨날 입맛이 맞지 않는 현지인 조식뷔페, 매번 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가방 검사등을 받아야 해서 가끔 장보고 난 후 불편했다. 그리고 우리 얘들은 저녁 8시면 어릴 때라 칼같이 잤는데 현지 아이들은 그때 활동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부모들은 얘들이 뭘 하던지 신경을 안 썼고 베이비시터들도 쫓아다니기만 할 뿐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은 못되고 오냐오냐했다. 새벽 1시 넘어서 룸서비스로 얘들은 아이스크림을 시켰으며 금연룸이 있는 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룸에서 복도에서 담배를 피워 방에 냄새가 새어 들어오는 건 물론 에어컨에서도 냄새가 들어왔다.

머물렀던 현지 아이들은 소리 지르고 막 뛰어다니며 보통 새벽 3시쯤 겨우 겨우 잠이 들었던 거 같다.  


호텔에 컴플레인을 아무리 걸어도 현지 상류층 사람들에겐 쉬쉬 말을 못 한다. 그때부터 알았다. 얘네들이 외국인들에겐 눈 똑바로 보고 소리쳐도 현지 부자얘들은 눈도 제대로 못 쳐다보더라.

이런 이벤트들은 매번 다른 가족들이 와도 매일 반복이 되었다.


세레나 생활에 지쳐갈 때쯤 그니까 약 몇 주 후 잠시 임시로 아파트에 머물 기회가 생겼다. 외국인이 사는(머물 수 있는) 고급아파트는 2개 diplomat enclave에 있는 카라코람, F8에 있는 센트로스다. 터라고 볼 수 있는 센트로스는 쇼핑몰과 아파트가 같이 있는데 테러공격 위험성이 있어 외국인 특히 영국인. 독일인들은 공식적으로 방문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무조건 카라코람 아파트만 선택권에 있었다. 남편이 선택하라 할 때 난 바로 임시로 아파트에 머물고 싶다 했다. 미래를 모른 채 말이다.

딱 호텔생활 한 달였다.

 

그래도 낯선 나라, 도시 생활을 익숙하게끔 도와준 세레나 호텔생활은 우리에게 결코 나쁜 기억만 안겨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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