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여느 때와 같이 집 앞을 걷고 있는데 한 독일 이웃 아이엄마가 뉴스에서 한국 코로나 소식을 접했다면서 상황이 악화돼서 어쩌냐 그랬는데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에도 코로나 19 발생
2020년은 정말 마치 없었던 한 해처럼 전 세계가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했다.
얘들 유치원도 장기간 문을 닫아 집에서 가정보육을 계속해야 했고 심지어 독일은 유일한 낙이었던 야외 놀이터마저 출입금지를 시켜버렸다. 그리고 집 근처 보타닉 가든 및 동물원 등등 말이다. 정말 얘들을 집밖으로는 절대 내보낼 수 없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사실 바이러스 때문에 휴교령이 떨어졌는데 놀이터에서 얘들이 놀면 의미가 없어지긴 하다.
7월부터 키타(독일어로 유치원)가 다시 열긴 했지만 그 이후로도 자주 문을 닫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0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독일인들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기다리는 크리스마스인데... 화려한 크리스마스 마켓도 없는 올해는 정말 조용했던 거 같다. 남편이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얘들이 잠든 뒤 남편이 와인 한잔 하잖다. 술도 안 마시는 사람이 먼저 제안을 한건 처음이었다. 할 말이 있다면서 시작을 못하고 긴장한 듯했다. 그리고 한참 뒤
"우리 내년에 이슬라마바드 가서
지내보는 거 어때?"
"이슬라마바드? 거기가 어딘데?
지금은 익숙한 이름이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곳이었다. 파키스탄의 수도랜다. 아랍국가 여행도 하고 체류도 한 나지만 창피하게도 살아 있는 동안 절대 안 가볼 나라 중에 하나였던 파키스탄이다.
정말 못나게도 미디어만 믿고 거긴 테러만 발생하고 탈레반이 점령했다고만 여긴 파키스탄이라는 나라
문제는 우리 둘만 가는 게 아닌 만 1살, 4살 꼬맹이들도 데려가야 하며 현재는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아파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고말이다.
남편커리어엔 분명 도움이 될듯하고 남편이 거기 가면 차량 기사,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등 내가 따로 할 일은 없을 거란다. 그리고 아이들은 미국 국제학교를 다녀서 영어를 배운다는 점도
그래도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냥 두려운 나라 느낌이 컸다. 내가 이집트에 살 때 어떤 한 해에는 5번 테러가 발생한 적도 있었는데 현지에서는 막상 실감을 못했었다. 그리고 그때랑 다른 점은 나이도 들어 더 두려움이 많아졌고 어린 얘들과 지낼 자신도 더더욱 없었다.
우선 그렇게 내 대답은 미뤄지고 크리스마스는 지나갔다. 남편이 맡을 이슬라마바드 직책을 하고 돌아오신 독일분도 와이프가 한국분이셨다. 얼굴도 모르는 나에게 전화를 먼저 주셔서 꼭 가서 생활을 해보라며 지금 내가 특히 육아휴직이라 좋은 기회다 물론 테러 관련 데모도 많이 발생해서 길이 폐쇄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위생문제도 분명 있지만 또 그보다는 더 나은 걸 경험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분 덕분에 용기도 얻고 괜스레 설레기도 했다. 분명 다른 점은 그분이 계실 때는 코로나가 없었고 황금기? 였던 거 같다 :) 나는 코로나 ing 가는 거고
정말 내 결심에 남편이 말한 이유들은 먹히지 않았는데 파키스탄에서 지냈을 때 자세한 경험담등을 제시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게도 결정함에 있어 많이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갈 때만 하더라도 블로그, 유튜브 등등 이슬라마바드 삶, 파키스탄 삶에 대한 정보가 너무도 없었다. 특히 수도인데 한국식당도 겨우 1개 한인마켓도 없는 곳이라니.. 비싸서 그렇지 한국 식료품이 구하기 쉬운 독일에 살다 보니까 실감이 안 났다.
어쨌든 이슬라마바드 이사를 결정한 후 모든 걸 짧은 시간 내 준비해야 해서 바빠졌다. 외교업무로 가는 거라 외교여권용 사진 촬영, 외교여권 신청서 등 구비서류 준비, 독일 의무 예방접종은 다 맞았지만 파키스탄을 가기 위해 예방차 예방접종을 해야 했다. 파상풍, 일본뇌염, 장티푸스 등등 어른인 나는 괜찮았지만 어린 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한번 맞기도 싫은데.. 접종 후 열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정말 그때는 끔찍했는데 시간이 약이다.
예정대로라면 연초에 가야 했다. 그래서 학교랑도 미리 컨택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무한연기가 되었다. 그리고 5월.. 다 같이 가는 거였는데 파키에선 6월 초-8월 초 두 달 동안 학교가 방학이고 독일은 유치원 방학이 아니어서 결국 남편이 먼저 파키스탄 출국 나와 얘들은 독일에서 머물고 8월 초에 같이 파키스탄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남편 없이 아이들을 독박육아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학교 문 닫는 파키스탄에 있느니 보육을 하는 유치원이 있는 이곳에 남아 이사 준비를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