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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Apr 24. 2024

선전포고와 자유선언문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가?


선전포고는 특정 국가에 대해 전쟁을 시작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일이다. 그래서 전쟁에서 승리를 확신할 때 하는 행위다.


반면 나는 무급이라는 불안정한 상황 앞에서 당당하지 못했다. 이 동안 삶을 안정적으로 살아내고 운영할 자신이 없었다. 남편이라도 내게 잠시 쉬라고 말해준다면 마음이 편할 텐데 남편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평생을 전업주부로 사는 엄마들도 많은데, 나는 이 잠깐이라도 휴직할 수 없단 말인가?'


사실 내 마음속으로는 남편이 뭐라고 한들 혹은 그 누가 뭐라고 한들 무작정 휴직계를 낼 작정이었다. 그만큼 나는 지쳤다고 땡벌! 하면서.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남편은 나와 한솥밥을 먹는 가족, 같은 배를 탄 아군이라는 사실이었다. 휴직을 위해서는 남편의 동의를 구해야만 했다. 만약 그 과정에서 남편이 끝까지 동의하지 않는다면 적군처럼 느껴질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가 싸워야 할 것은 반대하는 남편이 아니었다. 우리 둘 다 맞서기 두려워하는 무급의 현실이었다. 그러므로 선전포고는 두려운 상황에 대고 야 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대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길 원했다. 나는 대안이고 뭐고 나의 지친 마음을 먼저 알아주길 바랐다. 대출금 상환 기간을 늘려서 월 상환금액을 낮추고, 주식은 손해를 보더라도 팔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내가 내놓은 대안이었다.


나의 마이너스 대안에 대해서 남편은 플러스 대안을 내놓길 바랐다. 그것이 금전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가정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면 찬성할 기미가 보였다. 남편의 입장에선,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나의 태도가 배포라기보단 무책임에 가까워 보였을 것이다. 무급의 무거운 현실에 비해 가벼운 처사다.


나는 즉시 자유선언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 선언은 남편이 출근한 동안 나는 놀고먹고 쉬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동안 전쟁 폐허와도 같았던 공간을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이었다. 엉망이었던 집안을 다스리고 일으키겠다는 재건립의 의지였다.

우리 가정엔 재정립이 필요했다. 건강한 삶의 질서와 좋은 습관을 만들어내는 생활 패턴, 안정적인 루틴이 필요했다. 그동안 퇴근 이후의 삶은 아이들을 하원시키고, 씻기고, 먹이는 최소한의 보육 행위를 한 뒤 널브러지는 삶이었다. 설거지를 마친 뒤 널어놓은 행주같이 너덜너덜한 상태로 하루를 마감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보육단계를 넘어서 교육단계로 진입했다. 아이는 원생에서 학생으로 신분이 변하고, 남편과 나는 학부모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가 자립해야 할 부분이 늘어갈 것이다.


이것은 아주 커다란 변화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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