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받아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May 12. 2024

받아들이고 쓰기, 받아쓰기


초등학교 1학년, 처음으로 받아쓰기했던 날을 기억한다. 받아쓰기 백점 맞은 게 대수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자랑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것 같다.


나는 받아쓰기를 잘했고, 일기 쓰기도 좋아했다. 그러나 받아쓰기가 시험이고 일기 쓰기가 숙제였던 시절을 지나, 세상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연습은 많이 하질 못했다.


특히 받아쓰기처럼 나를 온전히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주었더라면 고달픈 인생이 조금은 편안하지 않았을까, 하고.


환경이 바뀌니 새롭게 발견하는 나의 모습이 있다. 나의 변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이럴 수도 있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재발견에 가깝다. 새롭게 나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반갑기도 하면서 억울하기도 하다.


나에 대해서 잘 몰랐던 그 시절, 섣불리 나를 정의하기보단 조금만 더 기다려줄 걸 그랬다. 그게 아니라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누가 이렇다 저렇다 말해줄 때 에이 아니야, 라고 받아치지 말고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걸 그랬다.


서른이 훌쩍 넘은 이제야 나는 나를 받아들이려 한다. 선생님이 어떤 문장을 부르든지 열심히 받아 적었던 그때처럼, 살아가면서 발견하는 나의 모난 모습도, 지질한 모습도 받아들이려 한다. 끌어안기 버거운 모습과 감정들마저 외면하지 않고 담담히 쓰며 읽고 이해하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