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해외 건강기능식품을 소비자를 대신해 구매해주는 '수입식품등 인터넷 구매대행업'과 국내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제품을 유통하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두 가지 영업 자격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은 2017년, 관할 구청의 현장 점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구청은 점검 결과, 일부 해외 구매대행 제품(E, F, G 상품)에 필수적인 한글 표시가 미비하다는 점과, 특정 제품(I 상품)의 광고 문구에 '위염, 위장건강에 도움'이라는 표현이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킬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처음에 구청은 A사의 대표자 개인에게 '영업정지 1개월 15일'이라는 중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영업의 법적 주체인 '법인'이 아닌 '개인'을 상대로 한 명백한 절차적 하자였고, 결국 법원에서 손쉽게 취소되었습니다. 그러나 구청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2018년, 절차적 문제를 바로잡아 A 회사 법인을 대상으로 종전 제재 기간을 제외한 '영업정지 1개월 2일 및 해당 제품 폐기 처분'이라는 칼을 다시 빼 들었습니다.
이로써 분쟁은 단순한 절차의 문제를 넘어, 처분 사유의 정당성 자체를 다투는 실체적 법적 분쟁으로 격상되었습니다.
이번 소송의 승패는 광고 문구가 과장되었는지, 라벨 표시가 미비했는지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변호인단은 사건의 본질을 꿰뚫고 핵심 쟁점을 '사업의 실질'로 설정했습니다. 즉, 문제가 된 A사의 행위가 국내법상 엄격한 표시·광고 의무가 부과되는 '판매업자'로서의 행위인지, 아니면 소비자의 구매를 대행하며 해외 정보를 전달하는 '구매대행업자'로서의 행위인지를 가리는 것이었습니다.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두 업종은 적용되는 법률과 의무 사항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글표시사항, 기능성 표시·광고 심의 등 복잡하고 엄격한 규제를 받습니다.
반면 '수입식품등 인터넷 구매대행업'은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의 적용을 받아 영업 등록 및 위생 교육 등의 의무는 있지만, 해외 제품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는 과정에서의 표시·광고 규제는 그 성격과 범위가 다릅니다. 따라서 구청 처분의 정당성이 성립하려면, A사의 행위가 법적 규제가 훨씬 강한 '판매업'의 영역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부터 명확히 입증해야만 했습니다.
행정소송의 대원칙 중 하나는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처분청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행정청이 자신의 처분이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을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증명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A사가 '판매업자로서'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처분 사유였으므로, 구청은 A사가 해당 제품들을 '판매' 목적으로 진열하고 광고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구청은 "A사가 판매업과 구매대행업을 모두 등록했다", "대표이사가 동일하다"는 등의 간접적이고 정황적인 증거만을 제시하는 데 그쳤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만으로는 A사가 문제 된 특정 제품들을 '판매업자'의 지위에서 취급했다는 핵심 사실을 단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구청은 A사의 회계장부를 통해 매출이 판매 수익인지 구매대행 수수료인지, 국내에 판매를 위한 재고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었는지 등 영업의 실질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자료를 조사하거나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입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처분은 그 정당성을 상실하기 시작했습니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A사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영업정지 및 제품 폐기 처분 전부를 위법하다고 보고 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A사가 두 가지 영업을 겸업하더라도, 모든 행위를 판매업으로 뭉뚱그려 판단할 수는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오히려 법원은 A사의 카탈로그나 웹사이트에 소비자의 해외 '직구시스템'을 안내하고 '개인통관 고유번호' 입력을 요구하는 내용이 명시된 점, 그리고 국내에 판매를 위한 별도의 재고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 구매대행업의 뚜렷한 특성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A사의 영업 실질이 '판매'가 아닐 수 있다는 강력한 반증이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위염, 위장건강' 등 구체적인 질병명을 언급한 광고 문구는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어 허위·과대광고에 해당한다고 일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처분은 '표시 기준 위반(판매업자로서의 의무)'과 '허위·과대광고' 두 가지를 근거로 내려진 것인데, 그중 처벌 수위가 훨씬 높고 처분의 주된 근거가 되었던 표시 기준 위반 사유가 '판매업'을 전제로 하므로 인정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일부 경미한 위법 사유(과대광고)만으로 사업의 존속을 위협하는 영업정지 처분 전체를 유지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 판례는 억울한 행정처분에 직면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법적 대응 전략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습니다.
첫째, '프레임의 재구성'입니다. 단순히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방어하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 "우리는 애초에 그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분쟁의 구도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둘째, '입증책임의 역공'입니다. "우리는 판매업자가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정청이야말로 우리가 판매업자라는 점을 입증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공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행정청을 압박하는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셋째, '증거능력의 탄핵'입니다. 상대방이 제시하는 간접적, 정황적 증거들이 핵심 쟁점을 증명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법리적으로 지적하고, 동시에 구매대행업의 특성을 보여주는 카탈로그, 주문 방식, 재고 없음 등의 구체적인 반대 증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하여 사실관계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확정해야 합니다.
행정처분은 초기 대응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법적 본질을 꿰뚫고, 입증책임의 법리를 활용하여 사건의 프레임을 지배하는 치밀한 전략이 억울한 처분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이 판결은 명백히 증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