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회색지대에서 태어납니다. AI도 그랬습니다. 가상의 인물에게 흰 가운을 입히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건강 기능 식품을 추천하게 하는 아이디어.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 많은 기업이 환호했습니다. 실제 의사를 섭외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절차, 까다로운 심의를 모두 피할 수 있는 완벽한 해답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AI는 사람이 아니니,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지 않은가?" 이 논리는 한동안 법의 빈틈을 파고든 영리한 전략으로 통용되었습니다. 광고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기술은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으로 칭송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혁신이 비즈니스의 근간을 흔드는 재앙이 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규제 당국의 생각은 업계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들은 기술의 형태가 아닌, 그것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법적 쟁점은 'AI가 법적으로 의사인가'라는 형식적인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본질은 '소비자가 저 광고를 실제 의사의 전문적인 보증으로 받아들이는가?' 였습니다. 화면 속 AI가 아무리 정교한 코드 덩어리라 할지라도, 흰 가운을 입고 전문 용어를 구사하며 특정 제품을 추천하는 모습은 소비자에게 의사의 권위를 빌린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당국은 이를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로 규정했고, 이 판단과 함께 AI 닥터의 시대는 법적 회색지대가 아닌, 명백한 위법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AI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방패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화면 속 가상 의사의 부드러운 미소는, 당신의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AI 가짜 의사 광고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법률을 동시에 위반하는 ‘중첩적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의료법과 식품표시광고법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그물에 동시에 걸려들게 됩니다.
첫 번째 법적 잣대는 의료법입니다. 의료법 제56조는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거나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내용을 담은 의료 광고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AI 의사가 등장해 "이 시술이 당신의 삶을 바꿀 겁니다"라고 확신에 차 말하는 순간, 이미 법의 경계를 넘은 것입니다. 이에 대한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시작입니다.
하지만 만약 AI 의사가 추천하는 것이 일반 시술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이라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이때부터는 의료법보다 훨씬 무겁고 치명적인 책임을 묻는 식품표시광고법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는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의사, 치과의사 등이 제품을 추천·보증하는 것처럼 보이는 광고를 부당 광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 수위는 의료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만약 광고 내용이 단순히 추천을 넘어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오인시킬 경우, 이는 최악의 위반 행위로 간주됩니다. 이 경우 처벌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해져,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엄청난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형사처벌은 대표 개인에게 가해지는 직접적인 처벌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생존 자체를 뒤흔드는, 어쩌면 벌금보다 훨씬 더 무서운 위협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식약처 등 행정기관이 내리는 '행정처분'입니다. 이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진행되는 이중 제재로, 기업의 현금 흐름을 끊고 사업의 문을 닫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치명적입니다.
의료법 위반만으로도 업무정지 1~2개월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달간 매출은 '0'이 되지만,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들의 인건비는 매일같이 빠져나갑니다. 중소기업에게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시 내려지는 행정처분은 더욱 강력합니다. 의사 추천 광고로 처음 적발되면 영업정지 7일에서 15일 처분을 받지만, 질병 치료 효능을 표방한 경우에는 단 한 번의 위반만으로도 곧바로 영업정지 2개월이라는 철퇴를 맞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처분이 위반 횟수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가중된다는 점입니다. 질병 치료 효능 광고로 두 번째 적발 시 정지 기간은 4개월로 늘어나며, 세 번째 위반에 이르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습니다. 이때 내려지는 처분은 영업허가 취소 또는 영업소 폐쇄로, 사실상의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어느 날 경찰이나 식약처로부터 "AI 광고 건으로 조사할 것이 있으니 출석하시죠"라는 전화를 받았다면, 그 순간부터 48시간이 당신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골든타임입니다. 당황해서 섣불리 대응하는 것은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즉시 모든 것을 멈추고 전문가를 찾는 것입니다. "잘 몰랐다"고 섣불리 해명하거나 문제가 된 광고 영상을 급히 삭제하는 행위는 '증거인멸'이라는 더 큰 혐의를 추가할 뿐입니다. 변호사를 선임하여 모든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준비 없이 받는 조사를 피하며 법적 보호 아래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변호사의 조력 하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내부 상황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된 광고가 어떤 과정을 통해 기획되고 제작되었는지,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였는지, 대한의사협회 등 외부 기관의 제보는 없었는지 등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규제 당국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증거를 확보하고 조사에 착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최선의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소비자를 속일 고의는 없었다'는 점, '적발 즉시 광고를 중단하고 시정 조치를 취했다'는 점 등 정상참작 사유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잘 작성된 법리 검토 의견서를 통해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의 판단을 바꾸는 결정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놀라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법적 책임이 그림자처럼 따라옵니다. AI를 활용한 헬스케어 광고는 이제 혁신의 영역이 아닌, 신중한 법적 검토가 필요한 리스크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비즈니스가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존폐의 기로에 서지 않도록, 지금 바로 당신의 AI 광고 캠페인을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기술의 속도를 법의 무게가 따라잡았을 때,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