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원의 보험 사기범으로 몰렸지만 무죄를 받은 사연

by 안영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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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우리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매달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보험금이 간절한 순간, 보험사가 나를 ‘정당한 수급자’가 아닌 ‘치밀한 범죄자’로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그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최근 제가 진행했던 약 2억 원 규모의 보험금 편취 및 사기 미수 사건은 거대 자본과 강력한 수사력을 가진 보험사의 논리에 맞서, 한 개인의 진실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평범한 형제가 하루아침에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몰렸던 그 고통스러운 시간과, 무죄를 선고받기까지의 기록을 담담히 복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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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만으로 구성된 공소사실의 함정


사건의 주인공은 형제인 A씨와 B씨였습니다. 동생 A씨는 뇌혈관 질환을 포함한 난치성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었고, 형 B씨는 불의의 사고로 실명하게 되어 보험금을 청구한 상태였습니다. 보험사는 이들의 상황을 ‘우연한 불운’이 아닌 ‘철저히 기획된 범죄’로 보았습니다.


수사기관의 주장은 단호했습니다.


동생 A씨에 대하여: "입원 치료가 전혀 필요 없는 상태임에도 병원을 비우고 외출을 반복하며 보험금을 부정하게 편취했다."


형 B씨에 대하여: "보험 가입 전 이미 실명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고로 위장하여 약 2억 원의 보험금을 타내려다 미수에 그쳤다."


보험사는 이들의 입원 이력이 '불분명'하고 사고 경위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기지국 위치 정보와 보험사가 제출한 자체 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들을 보험사기범으로 낙인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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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과 치열한 공방


보험사기 사건에서 피고인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입니다. 보험사는 전문 조사 인력과 자본을 동원해 피고인의 과거 병력부터 통화 내역, 금융 자료까지 샅샅이 뒤지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황만을 수사기관에 제출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의뢰인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네 가지 핵심 쟁점에 집중하며 체계적인 방어를 시작했습니다.


1. 의학적 필요성에 대한 재해석: 병명이 아닌 상태의 기록 검찰은 입원 당시의 표면적인 병명만을 문제 삼으며 "통원 치료가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의뢰인의 과거 10년 치 의무기록을 모두 확보하여 분석했습니다. 단순히 당시의 진단명에 매몰되지 않고, 베체트병 등 난치성 기저 질환이 악화되었던 구체적인 수치 변화를 포착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전문의 의견서를 제출하여, 당시 입원이 단순한 요양이 아닌 환자 안전을 위한 필수적 조치였음을 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2. 기지국 신호 너머의 진실: 산책과 도주의 경계 수사기관은 병원 밖 기지국에서 포착된 위치 기록을 근거로 의뢰인이 상습적으로 무단외출을 했다고 몰아붙였습니다. 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병원의 간호 기록지, 식사 일지, 투약 기록을 시간 단위로 정밀 대조했습니다. 확인 결과, 의뢰인이 병원 밖에서 포착된 시간은 의사 처방에 따른 '재활 산책 시간'이었으며, 모든 식사와 취침, 투약은 병원 내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혀내 통원치료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3. 사라진 시력의 시점을 추적하는 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형 B씨의 실명 시점을 규명하는 일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산이었습니다. 보험사는 "가입 전 이미 실명 상태였다"고 단정 짓는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저는 이를 뒤집기 위해 과거 공공기관에서 실시한 모든 건강검진 기록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다행히 수년 전 공인 기관 검사에서 시력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고 있었음이 확인되었고, 이 기록은 보험사의 주장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습니다.


4. 진술의 불완전함과 진정성: 기억의 한계를 소명하다 사고 경위에 대한 진술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두고 검찰은 '치밀한 기망'이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실명이라는 거대한 충격을 겪은 환자가 원인을 추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술의 불일치는, 오히려 기획되지 않은 '진정성'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주관적인 기억의 한계보다는 객관적인 의학 자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법리를 논리적으로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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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판단은?


법원은 수사기관이 제시한 정황만으로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의뢰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명확했습니다.


기저 질환의 악화 확인: 사실조회 결과, 당시 A씨는 기저 질환이 활성화된 상태로 입원 치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했음이 인정된다.


관리 기록의 존재: 매일 3회 이상 활력 징후를 체크한 기록과 병원식 섭취 내역이 존재하므로, 일부 외출 기록만으로 허위 입원을 단정할 수 없다.


과거 검진 기록상의 시력 존재: 피고인 B씨의 과거 공공기관 검진 자료에서 시력이 측정된 사실이 확인되므로, 가입 전 실명 상태였다는 검찰의 주장은 배척한다.


증거 재판주의 원칙 적용: 실명 원인 설명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허위 청구의 고의를 단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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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의심이 아닌 증거로 말해야 합니다


보험사기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형사 처벌은 시작일 뿐입니다. 이미 지급받은 보험금 전액에 대한 반환 의무가 발생하며, 이는 한 개인과 가정의 경제적 파산으로 이어집니다. 거대 보험사의 조직적인 대응에 맞서 개인이 혼자 방어권을 행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는 과거 삼성화재의 자문 및 소송 전담 변호사로 근무하며, 보험사가 어떤 정황에서 ‘기망’을 포착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어떻게 입증하려 하는지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경험은 이제 억울한 의심을 받는 의뢰인들을 지키는 가장 견고한 방패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로 의심받고 있다면 기억하십시오. 법은 누군가의 막연한 의심이 아니라, 우리가 찾아낸 객관적인 기록과 논리로 움직입니다. 혼자 고민하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십시오. 당신의 결백을 증명할 준비는 이미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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