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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욕설, 고소당한 공시생 무혐의 사례

by 안영진 변호사


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한 청년이 충동적인 SNS 욕설로 인해 성범죄 피의자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감정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형사전문변호사의 전략적인 대응과 사전 준비를 통해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아낸 이 사례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언행이 얼마나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SNS 욕설 한 줄로 경찰서 출석하게 된 공시생


의뢰인 A씨는 대학 졸업 이후 긴 시간 취업을 준비하다가 결국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은 수험생이었습니다.


반복된 시험 낙방과 장기화된 스트레스로 인해 그는 점차 외부 자극에 예민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분노를 쏟아내는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악플을 남겼지만, 점차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실명이 드러날 수 있는 플랫폼에서도 타인을 향한 비난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은 한 유명 인플루언서의 게시글을 계기로 발생했습니다. 약 5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뷰티 분야 인플루언서 B씨는 어느 날 특정 여성 아이돌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습니다.


아이돌 C가 실력보다 인맥으로 데뷔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내용이었는데, 이를 본 A씨는 격분했습니다. 그는 해당 아이돌의 팬이었고,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B씨에게 직접 항의성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본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냈지만, 곧 신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여 비공개 부계정을 통해 더욱 격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는 가족을 언급한 모욕적인 말과 일부 성적인 욕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B씨는 해당 DM을 캡처하여 경찰에 신고하였고, A씨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피의자로서 경찰 수사 대상이 되었습니다.



2. 비공개 계정이라고 안심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A씨는 ‘비계’ 즉, 비공개 부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냈기에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SNS 플랫폼과의 국제 수사 공조는 과거와는 다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외국계 플랫폼들도 이제는 아동 성범죄뿐 아니라, 통신매체이용음란, 명예훼손, 모욕 등 다양한 혐의에 대해 국내 수사기관의 요청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범죄로 분류되기에 수사기관이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분야입니다.


또한 사용자가 국내에서 로그인하고 휴대폰을 통해 접속한 흔적이 있다면, 통신사 IP 및 기기 고유 정보, 위치 기록 등을 통해 쉽게 신원이 특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A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수험생활을 이어가던 중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 전화를 받았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3. 욕설 DM은 곧바로 성범죄일까? 법적 쟁점은 무엇이었는가


A씨가 받은 혐의는 단순한 모욕이 아닌 ‘통신매체이용음란죄’였습니다. 이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타인에게 음란한 말을 전달한 경우 성립될 수 있는 범죄로, 형법상 성범죄로 분류되며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특히 공무원 시험의 경우, 성범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시험 응시 자격이 3년 동안 정지됩니다. A씨에게는 인생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중대한 갈림길이었던 셈입니다.


다만 이 혐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성적 목적’이 있어야 하며,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정도의 표현이 포함돼 있어야 합니다.


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이 필요하지만, DM은 사적 공간의 통신 수단이기에 이 요건도 충족되지 않습니다. A씨의 욕설에는 격한 감정 표현이 있었으나, 성관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B씨를 성적 대상으로 희화화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씨의 행위에 ‘성적 목적’이 있었는지를 수사기관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4. 형사전문변호사의 전략, 무혐의 처분을 이끌다


의뢰를 맡은 저는 초기 수사 대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A씨와 함께 철저한 준비에 나섰습니다. 가장 먼저, 욕설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부인할 경우 오히려 ‘거짓 진술’로 인한 불이익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욕설의 목적이 ‘성적’이었다는 주장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A씨는 해당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했을 뿐,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설명하도록 조력했습니다.


또한 DM 전체 내용을 경찰에 투명하게 제출하였으며, A씨가 아이돌 C의 팬으로서 평소 작성한 SNS 게시물이나 팬카페 활동 이력을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이로써 단순히 분노에서 비롯된 감정적인 대응이었음을 부각시켰습니다. 더불어 유사한 사건에서 무혐의 혹은 무죄가 선고된 판례들을 정리하여 경찰에 제출하고, 수사과정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 수 있으며 어떤 부분은 명확히 인정하고 어떤 부분은 부인해야 하는지 사전 리허설까지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경찰은 “욕설 사실은 인정되나, 이것이 성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5.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의 표현 하나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교훈을 줍니다.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같은 사적 통신 수단에서도, 욕설의 수위나 표현 내용에 따라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아지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고소를 당했다고 해서 반드시 유죄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의 전략적 대응이 없다면 억울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특히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단 한 번의 진술, 한 문장의 DM으로 유죄가 나올 수도 있는 분야입니다. 감정적인 대응을 하더라도 그 속에 ‘성적 목적’이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성범죄자가 될 수 있습니다.


A씨의 사례처럼 무혐의를 이끌어낸 것은 철저한 사전 분석과 전문가의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억울한 피의자들이 적절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치밀하고 전략적인 조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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