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를 괴물이라고 하는가. 이 사회의 괴물은 누구이고, 그들의 출현 이유에 대해 글을 써라.
#1 25살 A씨. A씨는 아직 태어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딸을 굶어 죽을 때까지 방치했다. 이에 검찰에 송치된 A씨. “게임하러 PC방 갔다 집에 왔는데 죽어있었어요.”
#2 세월호 사건 발생 당시 사건 진상조사에 반대한 정치인 B씨. B씨는 유가족의 침통한 감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만 골몰했다.
#3 24살 J씨. J씨는 N번방에서 성착취물을 무단 비표, 이를 통한 금품 취득 등의 범죄를 자행했다.
#4 봉준호. 아카데미 상 등의 상을 휩쓸며 ‘영화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5 류현진. 메이저리그에서도 여전한 기량을 뽐내며 매번 신기록을 달성. ‘괴물 투수’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우리가 괴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은 비인간적인 행위를 자행하는 사람을 괴물이라 칭한다. 비인간적인 행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날 것 그대로의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인간이라면 응당 함양해야 할 이성의 결여이다. 둘째는 인간다운 감정-슬픔, 공감, 기쁨 등의-을 느끼지 못하는 행동으로, 인간을 이루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인 감정의 결핍이다. 셋째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 상식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즉, 그 사회의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행동했어야 하는 사회규범을 도외시한 것으로, 사회성의 결여로 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악마화된 사람들 이외에도, 특정 분야에서 굴지의 성과를 이룩한 거장들을 일컫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성취수준보다 월등한 성과를 낼 때, 타고난 재능으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때, 우리는 그들을 우러러보며 ‘괴물’이라 칭한다. 봉준호와 류현진이 그 예시이다. 이러한 ‘괴물’이라는 명칭에는 부러움과 시기심이 뒤엉킨 시선이 내재한다. 이들은 ‘우리’와 다른, 경탄과 상찬의 대상이다.
이렇게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경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괴물은 양극단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렇지만 비난의 대상으로 상정하는 입장과 경탄의 대상으로 우러러보는 시각은 결국 하나의 시선으로 통한다. ‘구별짓기’다. ‘구별짓기’의 시선이 우리 사회의 괴물을 양산해내는 것이다. 구별짓기의 시선은 ‘우리’와 다른 타자라는 시선이다. 부정적인 의미의 괴물이라 명하는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게 악하고 무자비한 행동을 하기에 괴물이고, 긍정적인 의미의 괴물이라는 별칭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게 비범한 재능의 소유자이며 걸출한 성과를 달성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우리’의 시선이 변할 때, 그리고 ‘우리’와 ‘그들’ 간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 괴물들도 변한다. 예컨대 과거에 동성애자는 정신질환자였고, 우생학이 판을 치던 사회에서 마땅히 배척당해야 할 괴물이었다. 한때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은 박력 넘치고 ‘멋진’ 남성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표하는 ‘진정한 사랑’의 일부였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우리 사회의 괴물이 되었다. 한편 야구가 우리 사회에서 성행하기 이전의 류현진은 그냥 ‘공을 잘던지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한국을 빛낼 위대한 괴물이 되었다. 이렇듯 사회문화적 배경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사회가 호명하는 괴물도 변한다.
이렇게 괴물들을 호출해내는 ‘구별짓기’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행위를 둘러싼 사회적 배경을 은폐하고 개인적, 심리적 요인을 부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한 개인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들의 범죄 원인은 도덕, 이타심의 부재 공감의 결핍 등의 심리적 요인으로 환원되기에 괴물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봉준호가 <기생충>을 제작했을 때, 류현진이 최고기록을 경신했을 때, 이들의 성공 요인은 개인의 능력과 재능으로 귀착되고, 이로 인해 괴물이 된다.
하지만 행위의 원인을 개인의 자질로 귀결시키는 ‘구별짓기’의 시선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성공이든 실패든, 선한 행위든 악한 행위든, 개인의 능력, 성품, 가족 환경, 문화적 배경 등의 여러 요인이 얽히고 설켜 구성된다. 따라서 사회문화적 맥락이 탈각된, 기-승-전-‘개인’으로 설명하는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금 당장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혹은 인간 이상의 능력을 지녔다고 하는 이들을 ‘구별짓기’하지 말고, 이들을 둘러싼 여러 요인과 흐름을 광범위하게 고려하는 넓은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괴물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나 무조건적인 기립박수에서 벗어날 때, 우리 사회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