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누워버리기
이번 시즌은 all my matches failed
와 다사다난했다 그만큼 내 자존감까지 스크래치가 났다
그랬다 완패였다 난 준비가 안되어 있었고 머리만 커 있었다 그 와중에 카운터펀치를 맞고 나가떨어졌다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기도 전에 내 몸은 응급실로 실려가 있었고 눈을 떠 보니 뻐근함과 함께 온몸의 잔기스들에서 넘실거려 오는 따가움이 느껴졌다 몸을 일으킬 수는 있었다 생명에 위협은 없어 보였다
모든 걸 다 잊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체육관으로 향했다 생명에 위협이 없어 괜찮다던 아니 괜찮다고 믿고 있던 내 몸뚱이가 날 위협했다 어 왜 이러지 싶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몇 번이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내 몸둥아리를 향해 외치다가 결국 대가리를 바라보며 경고를 했다 하지만 몸은 아니 머리는 아니지 몸인가 장인가 머리인가 소소하게 대뇌인가 전전두엽인가 후두엽인가 전뇌인가 소뇌인가 간뇌인가 소박하게 대장균 중 하나일까 아님 소장일까 돌기 중 한 녀석일까 담낭일까 뭔지 모를 내 몸의 모든 것이 이상하게 동작하기 시작했다 틀어진 나사처럼 딱딱 맞아가던 것들이 조금씩 안 맞는 느낌 근데 다시금 생각해 보니 카운터펀치를 맞기 한두 달 전부터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었다 이상한 말을 하고 횡설수설하고 오른손을 내뻗을 때 왼손이 나가고 뭔가 지능이 저하되고 신체가 내 자아와 동조되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인지능력은 또 어떠한가 읽던 부분을 읽고 읽고 또 읽고 세세한 내용은 궁금하지도 않고 대강 대충 때려 맞추고 그것마저도 틀리고 생각에 생각을 되짚어보다 보니 나를 기절시킨 그 카운터펀치는 3년 전에 맞았던 것과 유사했다 망각이란 빠른 대뇌적 판단에 의거하여 잊어버렸을 뿐 큰 차이는 없었다 이미 알고 있던 나의 약점이 또 드러났을 뿐이다 그리하여 생명의 그 어떤 위협도 없는 나는 이상하게 실이 끊어져버린 마리오네트처럼 되어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간절히 바라던 매치였다 그와의 대결이 성사되었다고 매니저를 통해 전달 들었을 때 나는 내 운명의 모든 것이 그 매치를 위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만큼 대가리 맷집만 커진 나는 내가 이길 거라고 의심 없이 믿고 있었다 그래서 내 몸은 살았지만 내 정신이 흐물거려져 버렸다 뭔가 너무 큰 집을 찾아서 쏘옥 들어가버린 수줍은 소라개처럼 말이다
사실 나의 오만방자함은 이미 지구를 넘어 저 먼 우주 반대쪽 점점 반원으로 흘러넘쳐지는 전자파로 쏘아져 갔는지도 모른다 아마 지금쯤 외계인이 나의 멍청이짓을 직관하며 팝콘각할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 무자비함에 의거하여 그와의 대결을 앞두고 새로운 다른 대결을 잡았다 마지막까지 나는 새로운 대결을 취소할까 고민했다 왜냐면 내 약점을 너무나 잘 파고드는 상대였기에 빅매치 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또 반대로 이제는 그 약점을 벗어나고 이겨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결과를 보아라 그 매치에서 넉다운된 나는 그와 잡힌 본게임이자 내 운명의 게임을 출전조차 하지 못한 것보다도 못한 경기로 만들었다 그 결과 연속 두 경기에서 카운터펀치를 맞고 나는 , 생명에 전혀 위협이 없지만 아픈 몸뚱이와 말을 듣지 못하는 대가리를 갖게 되었다 아닌가 결국 아프면서 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쓰레기 넝마 같은 몸뚱이인가 그런가 그랬는가 그렇지 그래 그래서 결국 환자가 되어 지금 이렇게 환장하게 환상적 사고를 하고 있다
무슨 준비도 하지 않고 약점이 나아졌겠는가 어린 코 찔찔 아이도 이보단 나으리라 삼 년의 시간이 헛되게 보내졌냐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를 단련함에 우아한 기교만 늘어났을 뿐이었다 이것 또한 기계적인 혼돈적 표현이리라 직설적으로 난 게을러졌다 육 개월의 혹독한 다이어트 이후 체급을 두 개나 낮춘 나는 꽤 좋은 전적을 보이고 있었다 인간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싶은 물건이랬다 나의 우쭐함은 예전의 내 기억을 삭제하고는 아예 내 뇌 속의 뉴런 사이사이 시냅스들을 드워프 머리 땋듯이 땋아버려 원래의 체급에서도 모두를 제압하리라 근거 없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었다 나는 매우 그냥 신나게 아무 이유도 없이 이기리라 그런 날이 왔다고 이제 와도 된다고 이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니 그래서 아니 그렇기에 아니 그러므로 그랬는지도 모를 어쨌든 그런 이유로 모든 인터뷰마다 그를 불러내고 있었다 용기가 없다면 숨지 말고 나오라고 말이다 나의 우상과 같은 그를 그렇게 저급한 말로 애들 불장난하듯이 불쏘시게를 던져가며 불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꿈의 매치를 그렇게 만신창이로 누덕누덕 거지같이 보냈다 나 스스로의 창피함보다 더 시끄러운 것이 언론이었다 내 은퇴는 내 의사와 관계없이 결정된 수순처럼 보였다 그랬다 오르막은 어렵지만 내리막은 그저 뒹굴면 몇 초였다 징글 한 내리막 와우 또다 또 처음이 아니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건 싫어서 아니 아파서 일거다 그냥 마구 아프다 그렇다 몸의 상처보다 오래가는 게 마음의 상처라 하지 않는가 아픈 건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무리 파이터일지라도 말이다 그렇다 그건 음 그런 거다
아무렇지 않게 원래의 루틴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동료들 후배들의 시선이 따갑다 마치 제명당한 듯 옥타곤 위를 존중하지 않은 나란 인간의 만로에 응당 당연한 대응이고 나 또한 인정한다 나의 거지발 싸게 같던 행동들을 말이다 이건 내가 신성불가침을 내리친 꼴이다 마치 처녀와 동침을 하는 신부나 스님 같달까 사탄이 내렸도다 불경하도다 불경해 하지만 또다시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다 나라고 아무리 내가 경력이 있다고 해도 나 또한 한 명의 승부사다 나 또한 나에게 베팅을 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렇게 줘터질 줄 어찌 알았겠는가 결국 내 베팅의 결과 이번 시즌은 완전 나락이었지만 말이다 물론 이번 시즌의 남은 경기들을 소화할 자신은 없다 그래서 결국 모든 매치를 손해 보면서 취소했다
자 , 이제 나에게는 생명의 위협을 전혀 받지 않는 몸뚱이와 말귀 따위는 알바가 아니라는 대가리만 아니지 결국 쓸 수는 있으나 쓸 수 없는 거지 같은 상태의 몸뚱이들만 남았다 다음 시즌을 고민해야 하는가 다음 시즌 그래도 지옥에서 돌아온 모습으로 다시 일어서야 하는가 아니 그럴 수 있을까 하 아니면 이제는 현역에서 내려와야 하나 사실 똑같은 고민을 3년 전 했었다 그렇지만 근근이 내 선수 생활은 이어져갔다 이번에도 그래야 하는가
얼얼해진 얼갈이배추 같은 턱선에 간신히 달라붙은 수염을 바라보니 어느 날 따뜻한 수증기로 가득 찬 거울에서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내 수염이 너무도 같잖아 보이지가 않는다 슬프다 아니 괜히 서럽다 소속사도 매니저도 모두가 내 눈치를 보는 듯하면서 묘하게 나를 깔보고 있는 지금 언론이 나를 신명 나게 두들겨 패도록 내버려두는 지금 동네 지나가는 애들조차 나를 조롱거리로 삼으며 쭈쭈바를 빨아먹는 지금 나는 과연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래 이건 또 지나가는 거야 버티자 버티자 버티자 외치는 것 그것이 필요함을 간절해져야 함을 안다 다음 시즌에는 절대 이런 허책은 일어나지 않도록 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해서 내 입지를 다시 세워야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냥 바닥에 널브러져서나 가족들과 허허 낙낙 보내고 싶다 뭐 그래도 되지 않는가 싶다 누구 좋으라고 뭐 그리 내가 대단하다고 다잡고 뭔가를 해낸다는 것인가 사실 언론이라 해봤자 지역 동네 신문이다 내가 언제 대서특필이 날 정도의 인기인이었나 내 승률이 오르면 동네 슈퍼 아줌마가 요구루트 하나 더 챙겨줄 정도의 실력 주제에 뭔 세상이 무너진 듯 생각하고 있나
다시금 내 무지성 생각의 연장성 속 흐름들에 소름이 끼친다 별것도 아닌 일이다 아니 근데 별거다 나 스스로에겐 또 엄청난 어마한 별거다 아닌가 동네 반경 200미터에만 통하는 별거 아닌가 아니지 우리 동네에선 그래도 통하나 앞집 아저씨라도 잡고 물어보고 싶네 갑자기 아니다 그건 또 내가 추구하는 나의 모습은 아니지 후 갑갑해
그래도 다행인 거는 다음 시즌 전 캐주얼 매치 일정이 오고 간다는 것이다 아직 죽지 않았다 다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왕 퐉 똥통으로 넘어진 거 좀 더 바닥에 똥칠하고 일어날게 그럴게 아니 그러련다 그런다 아니 그러고 싶다 아니지 그럴 거다 아닌가 내 의지가 너무 많나 조금 덜어서 그러려고 하려고 하고 싶은데 해도 되나 고민하는 내가 너무 무기력해 보여서 할 거다라고 단단하게 말해도 되나 모르겠다 그냥 일단 안 일어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