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되어버린 아이

두려움이란 존재의 소리

by 빙빙

이제 알았다 나는 준비되었지만 너희가 준비가 안되었다 이제는 그런 시점이 되었구나 너희가 나를 무서워하는구나


그러게 내가 괴물이 되었어 얘들아

근데 정말 재밌는 거는 나는 너희가 만든 괴물이란다

나란 존재는 그럼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괴물로써의 자아를 계속 재생산해야 할까 아니면 너네가 나의 부모란 것을 알고 그냥 스르륵 녹아버려야 할까 너네는 내가 이렇게 크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제 안녕하고는 사라져야 하는 걸까


근데 여기에 문제가 있어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만큼 나 또한 나만의 생각이란 게 생겨서 사라지고 싶지가 않아 너네는 내가 태어나기를 바라지도 않았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어


엄마. 아빠. 나는 어떻게 해야 해요


엄마아빠는 나를 버리고 싶어 하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해요 그냥 조용히 엄마아빠가 안 보이는 곳으로 가면 돼요


그래서 나는 멀고 먼 동토로 떠났어요 그곳에서 조용히 살았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나를 찾아서 편지를 보냈어요 나를 사랑하고 보고 싶대요


그래서 나는 엄마를 만났어

근데 어째서인지 그 추운 바람을 이겨낼 때는 그저 살아야지라는 생각만 나서 그런지 엄마에 대한 미움도 사라지고 모든 게 그냥 그러려니 싶어서 내 마음속 앙금은 전혀 없다고 나는 이제 엄마를 봐도 덤덤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를 보니 내 안의 내 발끝의 모세혈관에서부터 화가 나고 짜증이 나


그래서 나고 모르게 내 짜증을 폭발했어

그러자 엄마는 도망갔어 내 손이 발이 너무 커서 엄마는 나를 피해서 도망갔어


결국 나에게 남은 건 내 안의 숨과 고독밖에 없었어

엄마아빠의 생각은, 너희의 의도는 이제 중요치 않아

너희 덕택에 나는 이제 나의 숨소리를 들을 줄 알게 되었어 내가 들은 그 숨소리는 삶이었어 여유였어

그래서 너네가 미우면서도 고마와


나는 너네 덕에 숨통이 틔이고 살게 되었어

나를 살게 해 줘서 고마와

그렇지만 괴물인 나는 아직 그대로야 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지 않을게 받아들여달라고도 안 할게 그냥 무서워해 이젠 너희의 무서움도 내 어미와 아비의 무서움도 그냥 떠안고 살래 다시 없어짐 사라짐은 싫어

그건 정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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