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나

벗어난 통제 속 나의 감정

by 빙빙

감정의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는다

아니 호소하는 순간순간은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나도 모두 안다 그건 그저 잠시 찌뿌둥한 감정이자 일순간의 칭얼거림이라는 것을 그것은 우리의 인생에 있어 큰 의미가 없고 그저 나의 기만이자 우월적 감정에서 발현한 속사포 같은 순간이었던 것을 말이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들의 포자들 속에 잠시 숨기고자 꺼낸 이야기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기에 그녀가 잠시 꺼낸 억울한 순간 스스로 완벽하다고 동의하지 못하는 그 이야기가 그저 흘러가는 것임을 말이다


오히려 울림이 큰 소리들은 다른 곳에 있었다 아직 정리되지 못한 이야기를 쭈뼛거리며 하는 그곳에 그녀의 진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전달하리라 생각지 못한 그저 받아들인 그 순간들 달리의 이야기를 하는 그녀에게 서툴지만 스스로를 표현하는 모습이 더욱 나타났다 본 것을, 보면서 얻은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나누는 것은 쉽지 않다 그냥 와닿은 것을 언어로 치환하는 과정 그 과정은 인식의 저 아래에서 인식의 최상점으로 오브제를 끌어올리는 꽤나 고된 과정이다 그러기에 어설퍼 보이지만 그 어설픔이 마음에 와닿았다


세상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은 속박되지 않은 삶에 대한 동경

그녀는 그런 삶을 자연스러움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매우 부자연스러움이기도 했다 인간이란 존재의 사회적 나약함을 생각하면 그건 부자연스러움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런 부자연스러움을 마음의 고향처럼 그리워하는 그녀 그리고 그녀이자 나인 우리 우리가 너무 재단된 삶의 방향과 방식에 옭아매어져 다져졌기에 우리는 소위 숨통이 트이는 상황을 남들과는 다른 특이성에서 찾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인간 사이에서의 특이성이란 그리 크지 못하다 인간과 인간 사이는 인간과 오랑우탄 사이의 특이점을 뚫고 나가지 못한다 그리하여 그 특이성은 그저 그런 대중성과 큰 차이 없이 나뒹굴어진다


결국 권태와 나태에 대한 죄의식

그리고 가만히 있음에 대한 침묵적 반항일 뿐이다

존재의 존재적 실존 그리고 그에 대한 이유와 원인에 대한 고찰적 경계 그 어떤 곳에 속하지 못하는 사고적 결함과 소극적 우월성의 교집합 속 실존적 자아의 그림자 그리고 그 뒷발치에서 그저 그렇게 나자빠진 나란 자아의 우울성 그 모든 것이 얼토당토않게 하나의 결론을 향해 모아지는 결속성을 느끼며 누구도 시키지 않은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고통과 번민을 느낀다


과연 이 감정은 나 스스로가 순수하게 느끼는 것인지 교만하게 웃을 수밖에 없다 사회라는 대중이라는 교육이라는 시스템적 문화라는 산물 아래 이미 구질구질하게 염색되어서 풀어헤쳐져 버린 나는 우리라는 대중적 자아와 어떻게 완벽하고 깔끔하게 구분될 수 있을까 나라고 부르는 우리는 원하던 원치 않던 하나가 아니라고 과연 할 수 있을까 내 인식 속에 각인된 관념 하나가 과연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순수 관념의 결정체라고 단언할 수 없다면 결국 순진한 환상임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의 찌꺼기를 허공으로 재처럼 날려버려야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지, 말이다


그러나 그녀가 조심스럽고 조심스럽고 조심스럽게 입술을 달착거리고 볼을 약간 붉히고 눈을 반짝거리며 한 이야기는 서툴지만 진심이라 말하고 싶었다 그녀의 이성적 비판이나 어떤 논리적 결론이 마침표처럼 찍히지 않았더라도 그 순간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들은 이야기이자 음성의 연속이란 파동의 연결은 순수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 순수성에 크게 놀란 나는 오히려 화들짝 놀라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답변하였다 나예요 나 여기 있어요라고 표현하는 특이성이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평범함을 쫓는 개념인지 말이다


다시 생각하면 또 궤변은 아니다 참으로 나란 인간은 궤변을 달변으로 받아내 보낸다 역겹게도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나의 역겨움조차 나의 개성으로 포장해 주는 그녀이다 그녀의 존재와 그 초인적 인간성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경의를 표한다


그래서 그녀와의 만남은 기분이 좋게 끝난다 이런 만남이 좋은 만남이다 내가 나를 쏟아내어도 크게 거슬림이 없는 순간들의 연속적 흐름 그리고 그 흐름 끝에 자연스러운 인사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다독거리며 따스하게 헤어지는 것


어제의 나를 포함한 감정적 파형의 골이 큰 사람들

피곤하다 생각만 해도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계속 그 감정의 파도를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행위들과 언어들은 또 다른 격한 감정으로 우리라는 대중 사이에 끼어들어 대양의 품처럼 사라진다 마치 도돌이 노래를 들리지 않을 때까지 되풀이하여 그 도돌이 노래의 시작과 끝이 마주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어디선가 만들어진 감정의 골은 감히 시작과 끝을 상상도 못 하도록 만들어진 뒤 다시 시작된다 밀려오는 파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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