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이란 감옥 속
머리가 멍하다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한 게 언젠가 싶다 1년 687일 중 688일 동안 나는 정신 나간 환자처럼 욕지거리와 함께 일어난다 18 내 침대의 오른쪽에 손바닥 마게 나있는 창문은 언제나 그렇다듯 일어나자마자 나의 시선을 푸른 행성으로 고정시킨다 한 번 더 18 검푸른 포도주와 같은 푸른 별이 더 나의 짜증을 극대화한다
아침은 콩 다섯 알 옥수수부침 그리고 토마토김치다 얄궂다 얄궂어 사실 적포도주의 맛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배추 없는 토마토 김치는 조지오웰의 1984에 나오는 커피 대용품을 생각나게 한다 Comerade라고 어디선가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가 이야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이지 않는 미지의 시선이 나를 더 빡치게 한다 구멍하나 없어 보이는 세련된 마감재를 통해 날 바라본다 마치 변온동물들의 세상 속에 떨어진 정온동물처럼 말이다 시각적 사각지대 따윈 적어도 없다고 계속 침묵들이 시시각각 알려준다 잊지 말라고 어디선가 흘러 들어오는 것 같아 기분이 더 찝찝하다 18 욕만 할 수 있다 그래도 다행인가 저 행성에 남겨져서 방사선의 재앙 속에 떨구어져 얼굴 피부가 빤하게 구멍이 난 상태로 뭔지도 모를 동물을 아니 동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아니지 동물의 범주에 들어갔던 그 무언가가 더 정확할까 어찌 되었든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해 줄 수 있는 그것을 잡아먹는 것보다는 그래도 이게 더 인간적인 상황인가 18 코웃음이 날 뿐이다 그럼 뭐 하는가 그저 웃어야지 18 콧물이 흐른다 소매로 그냥 대강 닦아낸다 그런데 내가 더 웃을 수 없는 기막힌 상황이 생각나 버렸다 황단한건 기존에 더 다양하고 맛깔진 욕을 했던 것 같은데 다 까먹었다는 사실이다 마치 까마귀 고기를 푸욱 삼계탕 끓이듯 끓여서 달여서 백날 천날을 먹은 사람처럼 말이다 여기서 더 웃긴 건 까마귀가 이제는 저 행성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들 보다 더 지능이 높다는 것이다 근데 뭔 까마귀를 고아먹는다고 까먹겠는가 내가 생각해도 고개가 절레 흔들리는 오욕이 낭자한 까마귀 비하발언이다 근데 말이지 18 정말 화가 나는 건 내가 까마귀의 조권까지 존중해야 하냐는 것이다 멋들어진 욕들마저 까먹어 버린 내가 말이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열이 받는다 18 18 18 1818181818
내 외침이 단 하나의 메아리로도 돌아오지 않는 건조한 공기의 파동만이 느껴진다
음악이 듣고 싶다 음악 말이다 음악 이 공허함 속에 내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외행성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펄서의 펄스 신호라니 더 거지 같다 모스 부호도 이보다는 다채로왔을까 싶다 내 심박을 들으려고 집중하는 게 전자파를 확대해 듣기보다는 아름답지 않을까 싶기도 할까 한 적이 있지만 아니었다 심장이 너무 느리게 어떻게 분당 70번밖에 뛰지 않는단 말인가 거기에 내 흥분도에 민감하여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그건 음악이 아니다 나에게 음악을 달라고 외치기엔 내 죄질이 과하긴 하다
내 방 양옆에 누군가가 비슷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아무런 정보도 허용되지 않는 이 공간 속에 갇혀있으면서 나는 게슈타포의 고문 방식을 생각도 해보았다 뭔가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있는 주제만 있다면 계속 내 머릿속 전자적 신호를 만들어내서 연결해 내도록 했다 그런데 이게 이제 아니 어제 아니지 엊그제 아닌가 언젠가 그랬지 일 년도 더 전부터 아니 생각해 보니 갇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기억이 안 난다 뭔가가 생각이 잘 안 난다 무언가 단어가 자꾸 뚝뚝 끊긴다 18 결국 몇 가지 단어를 남겨버리고 다 사라져 버렸다 내 존재가 그렇게 된 것처럼 우리 종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라는 것처럼 말이다 흠 응 으응 으으으으으 생각이 안 떠오른다 최초 내가 이곳에 갇힌 그 전이 더 잘 안 난다 그 뒤의 단조로운 생활이 더 기억에 선명하다 콩은 매일 아침 다섯 알 저녁에 네 알 점심은 계란 프라이 그리고 상추 샐러드 큰 변화가 없다 그리고 들려오는 펄서 소리 우주가 확장을 멈추고 모이고 있다는 저주 같은 소리 맥박보다는 그래도 들을 만한 그 소리
뭔가 내가 해야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 그랬다 내가 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랬는데 해야 했는데 뱉어내야 하는데 머리의 어느 구석에서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이건가 저건가 화장실인가 아 화장실을 갔어야 하나 보다 그랬다 배변의 활동이 필요했다 뭔가를 먹기는 했으니까 아랫배에 힘을 주고 밀어내자 시원함이 밀려들어온다 그나마 신선한 공기가 머릿속에 가득 차고 잠시 동안 두통이 사라진다 18 이게 좋다고 희희 거리 다니 배알도 없는 녀석이 나란 녀석이다
근데 계절도 느끼기 어려운 이곳에서 나는 사계절을 알고 있는다 아니 알고 있는지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하자 내가 바라보는 저 푸른 행성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지만 온도도 습도도 큰 차이 없는 이 공간에 계절이란 단어를 욱여넣고 그걸 느끼고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더 머저리 같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뭔가 원초적 이끌림은 계절이란 것을 사고해서 유지하는 게 낫다고 하고 있다 잊어버린 단어만큼이나 계절을 구성하는 단어는 이미 어딘가로 날아갔지만 계절이 다르다는 것은 아주 감각적으로 미세하게나마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존재하지도 않는 비존재적 개념을 관념론으로 끌어당겨서 안아버린 것처럼 어느 날인가 나 또한 그 방에 가리란 것을 알고 있다 진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그 방 , 그 방에 갔다가 나오면 나는 구원되는 것이다 그렇다 구원 이 단조로운 삶도 모든 것이 행복으로 가득 차리라는 것을 어떻게인지 모르겠지만 알고 있다 그렇다 나는 그 방으로 가기 위해 이 방에 잠시 있을 뿐이다 대기 상태 그렇다 대기 상태이다 그리하여 대기 중을 넘어선 우주 공간 속에 시간의 팽배함 또한 버려진 그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다 18 지루해 죽기 전에 제발 날 보내줘 그 방으로 18 안들리려나 아님 말고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