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드라이브

광역버스란 정글탐험관람차

by 빙빙

어둠이 내려앉으면 도시에 밀림이 온다

끝없는 밀림 같은 나무 끝의 연결이 다가온다

버스의 속도에 맞추어 마치 리듬을 타듯이 긴팔원숭이가 빠르게 이나무에서 저나무로 저나무에서 이 나무로 뛰어다니듯이 밀림 속으로 달려간다

아니 밀려온다

그렇게 밀려오는 밀림이 그 정글이 조금은 야속해서 빼꼼하게 보이는 도시의 불빛이 정겹다

앞으로 다가오는 듯한 가로등에 시선을 맞추다 보면 다시금 정글의 고독과 맹수의 열기가 가득한 밀림이 뒤덮는다

그렇게 버스는 달린다

가득 차지 않은 어색한 광역버스는 달린다

달리고 달리다 보면 굽이지는 원반을 돈다 그 원반의 중심에도 어둠에 잠긴 밀림이 있다 그 밀림에 갇힌 원숭이의 두 눈이 나에게 걸리자마자 누군가가 내릴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마주하는 첫 정류장이다

익숙한 길가에 밀림의 두려움은 사라졌지만 밀림의 고호함에 갇힌 내 두 가슴은 두근거리며 메말라간다


11시 5분


누군가는 잠이 들 시간 이미 잠이 든 시간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는 시간

이 밀림에 어둑함은 그저 끝이 아님을 알기에 온전하고 편안하게 버스의 의자에 몸을 기대는 나의 안락함이 나만이 만든 것이 아님도 알기에 시선을 이끄는 대로 그저 둔다 이공간에서 저공간으로 저공간에서 그공간으로 그공간에서 다시금 이공간으로

다른 듯 보이지만 비슷한 구조적 건물들의 향연을 느끼며 현대 사회의 챗바퀴가 부질없음에도 내가 깨낼 수 없음 또한 느끼며 그 챗바퀴를 돌리는 내 두 다리에 무거운 돌이 달려서 달아날 수 없음을 알기에 더 이상 도망도 희망도 부질없다고 좌절한 내가 되어 나는 나아간다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이 다가오는지 모르지만 마치 밀림을 손에 든 반달형의 칼에 지지하며 앞으로 가듯이 커다란 바나나 잎이 내 눈앞에 나타나 시야를 가리듯이 다가와도 나는 우뚝이지 않고 간다 그저 걷는다

걷는 것의 아름다움과 축복을 느낀다

가슴 한 켠에서 뉴런이 반짝이듯이 반짝인다 그것이 종양 덩어리를 시각화한 것일지라도 그 아름다움에 심취한다 냄새 없는 그저 시각적 정보에서 나는 냄새를 따뜻한 냄새 반짝거리는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그 냄새를 따라 손가락을 까딱인다 마치 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를 쪼듯이 손가락으로 냄새의 근원을 두드린다 그 두드림은 어느 순간 형체를 가지며 리듬이 된다 그리고 그 리듬은 밀림의 그것에 가깝게 토속적이며 원색적이다 그저 그런 오랑우탄이 가슴을 쳐내며 만드는 리듬처럼 별것도 아닌 그런 리듬이다 하지만 나는 가슴속에 마그마와 같은 열기를 느낀다 그리고 그 열기에 더해 내 숨의 뜨거움을 목구녕으로 마신다 아닌가 오히려 나는 밀림의 습기를 두 폐부로 내 작은 새와 같은 가슴으로 밀어 넣는다


그렇다 어둠이 가라앉은 도시의 빈자리는 밀림의 시간이다 공간의 이질감이 걷히지 않는 어색한 밀림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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