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파티 앞으로

서른아홉에서 마흔으로 갈때 필요한 것

by 빙빙

내 나이 서른아홉 한 달이 지나면 나는 원하던 원치 않던 마흔이라는 불혹의 터널로 미끄러져야 한다 그 터널을 지나면 다시 올라오는 것은 없겠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내가 삶의 전체에서 행했던 그런 행동들이 아닌 정말 특단말이다 절대 이전의 나라면 할 수 없었을 그런 결정을 해야만 했다 안 그랬다가는 그냥 불혹의 터널에서 빙글빙글 중력 없이 나르는 우주선에 갇힌 우주인처럼 되는 게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결단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가 거울 앞에 서보았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은 왠지 항상 어색하고 내가 기억하는 내가 아닌 존재가 나를 멀그러이 쳐다보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저 안의 그가 나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적정한 키에 적당한 몸매 그리고 적정하게 머리를 지지하는 목 약간의 거북목은 있지만 그냥 평범하디 평범하다 머리는 최대한 깔끔하게 잘려져있고 수염은 레이저시술을 통해 DNA에게 반문하며 사라졌다 코는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숨쉬기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오른쪽 눈에만 얇게 있는 쌍꺼풀은 남자치고 그다지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보인다 그리고 짙은 두 눈썹 그 사이의 나이에 따른 주름들 전반적으로 평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냥 그런 얼굴이다 잘생겨서 호혜를 입은 적도 없지만 못생겼다고 차별당하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이목구비다 그러나 뭔가가 어색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얼굴이 아니었다 무엇이 무엇이 다른가 하며 원인을 찾고자 요리조리 얼굴을 돌려보고 얼굴의 왼쪽을 그리고는 오른쪽을 반반씩 손으로 가려도 보고 보고 또 보고 하다 보니 드디어 알게 되었다 얼굴의 하반신인 인중 아래쪽이 문제였다 그랬다 입이 계속 돌출되고 있었다 분명했다 이 돌출입이 문제리라 나는 출근길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교정 전문 치과 중 인근의 맘카페에서 추천한 곳을 예약하였다 상담 중 내 케이스는 교정과 수술 딱 그 사이에 걸린 케이스라고 하였다 교정으로 100% 원하는 만큼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랫니가 계속 앞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부정교합이 점차 심해질 수 있어 둘 중 어떤 조치라도 취해져야 한다고 했다 수술 수술은 무섭기도 하고 일단 문을 열고 들어온 이상 결연하게 뒤로 가긴 싫었다 하여 얼마나 걸리는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날 바로 발치를 결정했다 오른쪽 첫 어금니를 위아래 두 개 뺐다 그 다음주에 왼쪽을 빼면서 교정기를 설치한다고 설명해주었다 가격은 500만 원이지만 상담과 함께 당일 결정하였기에 450만 원이라 하였다 오케이 뭔가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온 듯했다 기분이 좋았다 두구둥둥 그리고 다음 수순 드디어 불혹의 준비를 위한 담대한 시도인 결정사 가입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혼자 그 터널을 헤쳐나감이 두려워 나는 팀플을 선택하였다 그래도 페어면 낫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며 말이다 그리하여 빠르게 나의 파트너를 찾기 위한 결정사를 생각하였다 이미 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지인은 소개팅을 너무 하여 고갈된 갈라진 논바닥이 되어 버렸기에 효율적으로 찾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결정사도 예상보다 꽤 다양했지만 너무 많은 고민은 하고 싶지 않아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본 회사에 연락을 하였다 나는 나이도 있을뿐더러 내가 원하는 여성분들과 매칭되기 위해서는 조금 높은 등급으로 신청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해서 9번 만남에 650만 원을 결제하였다 매니저 한 명이 나에게 배당되었고 나는 그녀를 통해 여성분들의 프로필을 받았다 교정기를 달고 난 뒤 일주일은 적응하느라 음식을 잘 못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교정기 달고 딱 일주일이 되는 날 저녁으로 첫 여성분과의 만남을 잡았다 강남역 인근의 컨템퍼러리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약속 시간 20분 전 내가 가장 아끼는 재킷을 꺼내 입고 나는 레스토랑 안에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앉아있었다 여성분이 정시에 맞춰 등장하셨다 그런데 음 내가 무슨 남의 외모를 평가할 근본은 아니지만 정말 프로필 사진과 달랐다 절대 예쁘지 않은 분이란 뜻은 아니다 그냥 프로필과 달랐다 그 다름이 뭐랄까 기분 나쁘게 묘하게 기분이 나빠지게 그러니까 정말 이상하게 내 뒤통수가 당기는 그런 그렇지 허위사실 유포에 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분위기나 대화는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여자분은 연신 웃어주셨다 밝은 분이라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크게 뾰족하게 튀는 부분 없이 주고받으며 서로의 가치관을 확인하였다 나는 어느 정도의 호감도가 서로에게 성립되었다고 판단했다 해서 결혼 후 자녀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게 불화의 시작일 줄이야 그녀는 사랑이 우선시되면 자연스레 그 뒤가 결정되는 것인데 어떻게 계획을 세울 수 있냐 하였다 아 그건 맞죠 그렇지만 혹시 상상하던 아니면 꿈꾸던 것이 있을까요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런 부분에 대해 꿈을 꾸는 것은 시대착오적 생각으로 아이를 낳고 집에서 기르는 것이 여자의 역할이어야만 하냐 가부장적 생각이 기본적으로 배어있기 때문에 단어의 정의를 생각지 않고 뱉을 수 있다고 했다 흐음 여기서 한 마디 더 했다가는 이 이후의 매칭에 영향이 갈 것 같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다행히 후식인 그 식당의 시그니처인 석고상 티라미수가 나왔고 분위기는 다시 평온해졌다 다음 만남에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며 헤어졌다 약간의 위기는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괜찮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며 다음엔 어디서 보는 게 좋을지를 고민하며 집에 가는 길 담당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다 교정 중이시면 이야기를 했어야하지 않냐면서 말이다 응 이건 또 뭔 소리인가 여자분이 컴플레인을 했다는 것이다 으응 정말 왓 뭐라고요라고 한 뻔했다 매니저 말이 나이 사십 줄 다 된 남자가 이가 없는 상태에 발음도 줄줄 세서 대화 하는 내내 알아듣기가 어려웠을뿐더러 거기에 더 해 교정기에 낀 스테이크 조각으로 인해 내가 자꾸 혀로 교정기를 닦는 것 같은 행동을 했는데 그게 저녁 식사 내내 불쾌했다고 한다 음 그랬구나 아 바보 같이 왜 그랬을까 그냥 화장실에 가서 가글을 하고 올걸 후회가 되었다 나는 미안하다고 매니저에게 연신 사과를 하였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면서 말이다 매니저는 교정이 언제쯤 끝나냐고 물었고 나는 전혀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에 지난주부터 시작했으니 그래도 일 년은 넘겠죠라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리라 그러자 촉새와 같이 담당매니저는 웃음이 나오냐며 지금 원래 매칭하려던 분들과 다 틀어질 수도 있다며 이건 내 귀책이니 여성분들의 급이 조금 낮아져도 감안하라고 했다 그 당시의 나는 유려한 매니저의 입담에 넘어가 그렇다 했다 그리고 연거푸 두 명의 여성분과 데이트를 하였다 그런데 영 이상했다 첫 데이트의 여성분과의 차이도 있겠지만 나에게 오는 프로필의 여성분들이 모두 무직자가 되었다 내가 직업의 귀천을 따질 근본 또한 아니지만 나는 팀플을 원하고 있는데 이건 아니었다 불혹에 맞서 같이 싸울 든든한 지원군을 원했지 탱커가 되고 싶진 않았다 물론 내조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가 않다 거기에 자식을 가진다고 하면 솔직히 더 자신이 없다 하여 되도록이면 일을 하는 여성을 선호하고 그게 안되면 자산이라도 있는 분을 원한다 하여 650만 원을 결제한 게 아니었던가 갑자기 좀 분해졌다 위스키 한잔을 해서도 있겠지만 억울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교정이 뭐라고 내 나이가 뭐라고 아니 다 뭐라고 말이다 고기가 낀 것 좀 뺄 수도 있지 이 상상바들아 결국 나는 계약서 상의 규칙에 따라 65% 환불을 받았다 227만 5천 원 세상을 배운 교육값이었다 치자 그래 불혹 따위 나 혼자 하면 되지 뭐 안될 건 뭐란가 그리고 나에게는 치간칫솔이라는 신무기가 함께하고 있다 이것만 있으면 나는 이제 두려울 게 없다 가자 치간칫솔 이 험난한 불혹의 던전으로 렛츠고

작가의 이전글손속에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