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의 즐거움

인간답게 먹는 법에 대한 고찰

by 빙빙

그냥 어느 날 문뜩 정말 그냥 문뜩 내가 너무 많은 아니 우리가 너무 많은 고기를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고기만이 아닙니다 과일도 풀도 곡식들도 우리는 게걸스럽게 먹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을 먹고 살이 찌고 살을 빼고자 또 여러 가지 것들을 먹고 운동하고 이상한 순환 고리에 빠졌습니다 그냥 원래의 동물처럼 적당히 먹으면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시간과 돈과 몸을 사용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죠 노보 디스크에서 개발한 위고비가 한국에 출시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기대하였고 출시되자마자 구매를 위해 대란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보 디스크는 삼성전자보다 더 매출액이 커질 전망이며 곧 삼성전자의 시총보다도 더 큰 가치를 가진 기업이 된다고 많은 전문가가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역설적인 상태에 우리는 놓여있습니다 그냥 적정히 먹으면 되는 것을 GLP-1 수용체의 이상 반응을 만들어 포만감을 얻어 식욕을 억제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너무 간단한 진리입니다 적당히만 먹으면 됩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어렵다고 그냥 적정히 먹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우습게도 이것 또한 당연합니다 적정하게 먹지 못하도록 이 사회가 강압적이면서도 강력한 방식을 통해 의식의 범주 그 언저리에서 사람들을 세뇌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는 많이 맘껏 먹으라고 우리를 대중적 암시를 통해 조종하고 있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식품회사 CEO라고 혹은 곡물회사 CEO라고 말이죠 회사는 매년 성장되어야 한다고 큰 성장은 아니더라도 매년 글로벌 거시적 경제 성장률을 상회하는 매출 성장을 해야만 그래야만 주식 가치를 방어하고 회사를 제대로 굴릴 수 있습니다 - 아 물론 이것만이 회사를 굴리는 방법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이러합니다 - 안 그러면 주가가 떨어지고 당신은 앉은자리에서 회사의 시총이 몇 십억 몇 백억 몇 천억 씩 떨어지는 것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식품 회사의 매출이 매년 매분기 늘어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요 매출이 늘어나려면 정석적으로는 판매량을 늘리라는 소리이므로 사람들이 매년 작년 대비 더 회사의 제품을 사야 합니다 그러려면 가장 최선의 방법은 마켓 사이즈를 키우는 것입니다 즉 회사의 제품인 음식을 소비하는 인구가 증가하면 됩니다 하지만 인구수의 증가는 이제 정체입니다 - 물론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습니다 - 그럼 그 외에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제품의 가격을 올려야 합니다 혹은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단가를 낮춰서 - 더 적게 넣거나 재료의 양 혹은 질을 낮추거나 등등 - 이윤을 늘려야 합니다 다만 매년 이런 꼼수를 쓰다가 걸려서 소비자들이 구매거부라도 하면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꼼수를 안쓸 때는 회사 내 잘라낼 수 있는 인건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줄여나갑니다 사실 이건 정말 절삭단위 그 근처를 왔다 갔다 하는 정도입니다 이 합보 상태에서 이런 회사들이 선택한 방식은 인간의 위를 늘리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한순간 집어넣을 수 있는 위의 용량과 위의 가용 시간을 늘려 원래 먹던 양 보다 더 먹입니다 우리에 가둬두고 키우는 가축들처럼 사각의 공간 사무실 혹은 아파트라는 공간에 가둬둡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스트레스를 계속 받도록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혼이 탈탈 털리도록 말이죠 마치 꼬리를 자르지 않은 돼지들이 갇어진 스트레스로 인해 다른 돼지의 꼬리를 씹어서 잘라내듯이 서로가 서로의 스트레스의 방출 주체가 됩니다 그리고 나면 그들의 보상회로를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아주 단순한 욕구들이 됩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빠르게 스트레스를 풀면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식욕이 됩니다 무엇이든 일단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원래의 식사량 보다 더 먹도록 교묘하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뇌에서 먹었다는 신호를 배가 가득 찼다는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대중매체나 SNS를 통해 먹는 즐거움과 이를 통해 행복에 다가갈 수 있다는 이미지를 올립니다 잘 먹고 복스럽게 먹고 배 터지게 먹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작의적으로 종용합니다 그리고 우리 식품 회사들은 설탕 대신 다른 대체품을 이용해서 뇌의 감지 신호를 교란합니다 1970년대 사람 한 명당 최대 한 병 밖에 못 마시던 콜라가 이제는 하루에 3리터까지도 더 한 사람은 5리터도 끄떡없습니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당시럽을 사용하기 때문이죠 인간의 뇌는 이 단맛을 느끼지만 넘쳐흐르는 과당을 인지하지 못하고 멈추지 못합니다 이렇게 인공조미료에 길들여진 인간들은 기존 대비 2배에서 3배씩 더 먹게 됩니다 음식을 더 맛있게 멋들어지게 그리고 푸짐하게 먹고 싶게 맛집에 가지 않으면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처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더욱 우습게 과잉 섭취한 칼로리를 다이어트 보조 식품과 기기들을 팔고 운동을 시켜서 다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더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냅니다 건강식으로 전환했다는 사람들은 어떠할까요 아침에 먹는 사과가 좋다면서 매일 아침 사과를 한 알 먹습니다 포도는 수박은 밥과 밥 사이 혹은 밥을 먹고 후식으로 매일 먹습니다 샐러드는 어떠한가요 살이 찌지 않는다며 닭가슴살과 함께 삼시 세끼를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도 단백질은 운동에 좋다며 많이 초과해서 말입니다 이제 인간의 가축인 닭은 가슴 근육만 키운 머슬닭이 되었습니다 혹시 시골 과수원을 겨울에 지나가 본 적이 있습니까 하늘로 자라야 하는 나무가 수확을 쉽게 하기 위해 일부러 땅으로 자라도록 되어 모든 나뭇가지가 아래로 아래로 밑둥은 땅에서 아주 짧게 존재하고 긴 다리의 거미 모양새로 마치 좀비가 된 듯 서있습니다 하늘로 하늘로 햇빛을 바라보고 자라는 나뭇가지란 없습니다 인간의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를 위해 그들의 자연스러움은 사라졌습니다 신품종 사과는 어떠한가요 가는 당당한 나무는 마치 옆에 세운 쇠봉에 달린 넝쿨 식물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 가늘은 나뭇가지에 성인 손바닥만한 커다란 사과를 여러 개 달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정말 하늘로 곧게 자라는 얇은 등나무에 사과가 난 것 같습니다 갑자기 조금은 다른 관점이지만 궁금해졌습니다 비건이 동물복지를 위한 철학적 신념을 기반으로 한 행동이라면 왜 식물복지는 생각하지 않는지요 이분법적으로 동물만을 나누어서 그런 경계를 세우고 식이를 관리하는지요 식물도 아픔을 느낍니다 그 고통은 왜 동등하게 생각지 않나요 서양식 사고방식 데카르트적 사고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비건 식당에서 역시나 평범한 사람들과 동일하게 많이 과하게 먹는 건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뭐란 말입니다 뭐든 적당히만 먹으면 우리 주변의 생명체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데 고통의 총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적당히 먹지 않아서 자신의 스트레스 결국 분비된 코르티솔 량을 제어하지 못함으로 혹은 자신의 안전하고 아름다운 건강과 장수를 위해 주변을 참혹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개개인의 잘못이라기에 이건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 문제가 되었습니다 인간 종이 종 스스로 제어하지 못해서 생긴 사태가 되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만들어낸 것도 인간들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결국 인간종의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들 사이에 암세포가 생긴 겁니다 자신의 세포를 공격하는 변종세포인 암 말입니다 이런 암세포들로 인해 인간종은 위험에 처하게 된 거죠 사실 우리는 조금 배가 고파도 되는데 말이죠 조금 덜 먹어도 전혀 어떤 이상도 없는데 말입니다 오히려 위장이 빈 상태가 더 높은 집중력을 주기도 하는데요 - 그렇다고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의 인간들도 덜 먹어야 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람들은 자제력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상태가 매우 당연한 상황이라고 믿습니다 당당하게 본인이 배가 고프기에 예민하다고 합니다 - 물론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은 예외로 합니다 - 왜 배가 고프면 예민해야 하나요 당신은 인간이고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배고픔과 같은 인간 진화와 아주 오랫동안 함께한 오래된 뇌가 인지하고 알려주는 것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 말인 즉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들 정말 우걱우걱 먹습니다 아 스트레스받는다 쏘주에 삼겹살이나 하자라고 아우 우리 팀장 매운 거에 막걸리나 한잔하자라고 가볍게 말합니다 사실 스트레스는 먹지 않고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음식을 씹어 넘기고 배를 빵빵하게 만드는 것만이 방법은 아닙니다 물론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는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게 질소비료의 결과인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과잉생산된 식품들이 갈 곳이 필요하고 그 결론이 인간의 위장이라는 쓰레기통인 거죠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어렵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건 확실했습니다 적당히 먹자 그리고 배고픔과 스트레스를 두려워하지 말자 그래서 저는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서 직접 요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화학조미료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적당하게 1일 1식을 합니다 재밌습니다 식사 시간이 즐겁습니다 고기도 먹습니다 채소도 먹습니다 과일도 먹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먹으려고 합니다 이것저것 시도를 해봅니다 가을이 되면 좋아하는 것은 집마당에서 딴 감과 모과를 넣은 두부스튜입니다 달큰한 감과 새콤한 모과가 잘 어울러 집니다 모과가 너무 시큼하다고 생각이 들면 포도를 몇 알 넣습니다 뜨끈하니 맛있습니다 가끔은 매콤한 맛이 생각날 때도 있습니다 불린 미역과 버섯 대파를 고춧가루를 뿌려 들기름에 볶고 커민과 펜넬시드를 뿌리고 물을 넣고 푹 끓입니다 마지막에 애호박을 채로 친 뒤 두부면과 함께 넣으면 속이 시원하게 풀리는 버섯육개장이 됩니다 어느 날 키쉬가 대파 키쉬가 먹고 싶어 졌습니다 하지만 크러스트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에 이것저것 첨가하는 것은 집에선 허용되지 않습니다 - 물론 가끔 밖에서 빵을 사 먹기도 합니다 - 해서 크러스트 용으로 가지를 얇게 저며서 먼저 올리브오일에 구워 케이크틀의 바닥과 옆면에 깝니다 그리고 밭에서 가져온 대파와 셀러리 산에서 채취한 노루궁댕이 버섯을 잘게 다져서 바질과 후추 화이트비네거를 넣고 볶아 가지 위에 깝니다 볶는 동안 달걀을 5개 깨서 물을 조금 넣고 섞어서 계란물을 만듭니다 계란물을 버섯볶음 위로 잘 부운 뒤 틀을 탁탁 쳐서 공기가 없고 위가 평평해지도록 합니다 자 이제 준비가 되었습니다 케이크틀을 호일로 혹은 뚜껑으로 덮은 다음 180도 오븐에 5분 동안 굽습니다 잠깐 꺼내 뚜껑을 열은 뒤 젓가락으로 찔러봅니다 잘 익었다면 그라파다노 치즈를 슈레드하여 올립니다 - 만일 모짜렐라나 체다 류가 있다면 버섯볶음 위에 뿌린 뒤 계란물을 올리면 됩니다 - 뚜껑을 덮지 않고 1-2분 치즈색을 확인하며 구운 뒤 꺼냅니다 깨끗한 도마를 꺼내 케이크틀을 뚜껑 쪽에 대고 거꾸로 돌려서 가지키슈를 통째로 꺼냅니다 마음에 드는 예쁜 접시를 꺼내 도마 위에 거꾸로 바닥이 보이도록 꺼내진 가지키슈의 바닥 부분을 대고 도마까지 같이 거꾸로 돌려서 치즈가 뿌려진 윗부분이 보이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그릭 요거트를 가운데 올리고 파슬리와 발사믹 비네거를 살짝 뿌립니다 트러플오일과 생들기름이 있다면 뿌려도 좋습니다 물론 생파슬리나 고수 바질 등이 있다면 위에 올리면 더욱 좋습니다 칼로 가지키쉬를 잘 잘라서 접시에 옮긴 뒤 그릭 요거트와 함께 먹습니다 입안 가득 폭신한 맛과 대파의 달콤함 셀러리의 쌉싸름함 노루궁뎅이 버섯 특유의 시큼하면서도 성글한 식감이 느껴집니다 물론 가지 시트는 최고의 맛의 밸런스를 만들어줍니다 가족들과 함께 도란도란 먹어봅니다 자연에서 나온 것들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제 날이 추워지면 셀러리도 대파도 나오기 힘듭니다 하우스를 작게 만들지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마늘이 매우 많거든요 그리고 단감 밤 말린 가지 애호박 등등 겨울에도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많고 많습니다 거기에 귤을 조금 사서 저장해 둔 사과 단감을 잘라서 샐러드를 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요 춥고 몸이 지친 날은 감자의 껍질을 깎은 뒤 서걱하게 삶아서 설탕과 소금을 살짝 뿌리고 들기름에 달달 볶아서 서너 개 먹으면 얼마나 맛있고 든든한지 모릅니다 설탕을 넣지 않고 단감을 다져서 넣거나 고구마를 같이 볶은 뒤 마지막에 포크로 눌러서 범벅이를 만들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영화를 보며 먹어도 맛있죠 인간으로 먹는다는 것은 단순하게 턱뼈와 이의 저작 활동을 통해 식도로 씹어 넘긴다는 행위만이 아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여러 단계를 통해 만들어내고 그 시작점과 고유함 그로 인해 느끼는 계절 그리고 분위기 느낌을 먹는 것이라고 넓히고 바라보면 가히 음식이 왜 문화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저는 무언가 거창하게 사람들을 북돋으며 운동을 할 용기도 의지도 없지만 하루 한 끼 즐겁고도 행복한 한 끼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그래도 인간종 내 암세포에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희망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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