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일방향의 독서
카프카를 읽고 있으면 내 꿈속을 읽히는 것 같다 말이 나오지 않고 억울하고 그 억울함이 풀어지기는 커녕 나의 미약함에 점점, 내 존재 자체는 작아지고 억울함은 그와 반비례하여 더욱 커진다 나는 내지르지만 내질러지지 못하고 나의 소리는 목구멍을 나가고자 하지만 나가지 못하여 내 혓바닥 그 안에 매여져 그 어떤 공기의 파장조차 만들지 못하고 내 눈앞에 점점 더 커진 나의 동공 앞에 상대라는 피조물은 나를 돌아서며 그 어딘가로 떠나거나 나를 시선이라는 두 글자에 붙여놓으며 나의 존재를 매질하여 소멸시킨다 그 어떤 곳으로 도망갈 자유조차 없는 나는 그 소멸의 주문에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그렇게 아메바처럼 저능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환원되는 나를 곧이곧대로 느낀다 무대는 현실적여 보이지만 상황은 현실적이지 않으며 현상은 현실이라 믿을 수 있지만 행동은 비현실적이며 물리적 법칙들이 우왕좌왕거리게 되어 중력이 존재하지만 물리적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나는 이이가 되었다가 저이가 되었다가 또는 동물이 되었다가 바위가 되었다가 하늘에 있었다가 땅에 꺼졌다가 사다리를 타고 미친 듯이 올라가다가 한없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지 않고 벌레로 전환되었다가 사랑을 하였다가 로봇을 내 몸에 받아들였다가 우주에서 악귀를 발견했다가 아이를 낳으며 내 배가 단면으로 잘려 아이가 나오는 과정을 보기도 하다가 우주에 오래된 정신이 되었다가 독재자에 대응하는 레지스탕스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가 인간들이 잊고 싶어 하는 실험체가 되었다가 마법을 배우기도 했다가 한다 가끔은 현실의 반복이 무한으로 되어 나오나 내가 할 수 없는 상황에 목소리가 계속 갈라져 무한의 목소리가 이야기를 한다던지 아무리 내가 외쳐도 나의 억울함은 항상 나에게 업보처럼 붙어있다 이런 상상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거슬러 가는 게 무의미한 것처럼 카프카의 상상 또한 지구의 중력을 거슬러 움직이기 때문에 이는 그저 상상의 한 설정일뿐 그 어떤 것도 의미를 찾기 위한 흐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카프카를 읽으며 나는 나를 읽혔다 거대한 상상의 큐브 속에서 나는 깊은 심해로 잠수정에 타서 탐험을 하는 탐험가가 되었다 심해의 압력이 나를 들쑤시고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을 꺼내어 결국 인간의 몸이라는 더러움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나는 심해의 잠수정에서 벗어나 도망갈 수 없다 잠수정을 올려줄 이는 이미 죽음의 달콤함에 심취하여 나란 존재의 위치를 망각하였기에 나는 투명하게 번쩍이는 심해어들의 척추를 감상하는 여유조차 느끼지 못하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야만 한다고 강요당한다 그리고 이 무대를 만들기 위해 내가 들인 노력들과 선택 의지들에 탄복하며 나란 인간의 거지 같음에 찬복 한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찬복한 듯 나는 이 무대에서 꺼내져서 그저 바다 밖에서 얻는 숨 하나를 얻을 수 없다 잠수정에 연결된 공기 호스에서 언제 공기가 사라질지 알 수 없다 그 호스 속에 질소가 섞여 들어와 지금 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지 또한 알 수 없다 그리고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얻는 이득은 전혀 없다 내가 수면 위로 올라가는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의 칼날이 서걱거린다 해도 나의 무심한 육체는 이곳에 어리석은 영혼 또한 저곳에 남아 결국 나는 수압의 육중함을 떠나 심해를 벗어날 수 없다 하여 나는 내 몸에서 나온 더러운 액체들에 온몸을 부비며 잠수정의 창에 머리를 찢는다 창에 찢는 내 머리의 소리가 앞을 지나던 심해어의 관심을 잠시 이끈다 하지만 인간의 동공과 비슷한 오징어 같으면서 오징어 보다 더 아름답고 긴 다리를 가진 그 생물은 나를 바라보듯 바라보지 않고 다가와 잠수정을 아름다운 다리들로 잠시 감싼다 질식할 듯한 어둠이 찾아오길 바라는 나의 기대와 달리 잠수정에 달린 불빛은 그 생물의 투명함을 더욱 빛나게 해 줄 뿐이다 오로라처럼 창 밖이 빛나고 나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더욱 쏟아져 나온다 입에서는 거품이 물어 나온다 두 가슴이 터질 것처럼 느껴져 호흡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온몸의 촉각이 미세해지면서도 아련해진다 하지만 나는 결코 죽지 않는다 한 순간이라도 자유를 느끼고자 죽는 순간의, 수면 위의, 한숨을 느끼고 싶지만 그 또한 나의 선택지에는 없다 고요한 잠수정 앞에 뻐끔거리는 생물들이 오다가다 하며 나를 우습게 보는 것 같다는 착각에 든다 나는 그들의 비웃음을 기꺼이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지만 비웃음조차 나에게 사치라는 듯 그들은 그렇게 유유히 멀어져 간다 제발 돌아와 달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호흡이, 부족하다 질식할 것 같은 고요함만이 내 두 귀에 달라붙는다 카프카다 천식으로 잠이 깬 밤 내가 느낀 기분 정신을 차리고 길게 호흡을 늘리지 않으면 단 하나의 숨도 몸으로 들어오지 않는 숨이 멎는 듯한 그 순간 그 순간을 글로 토해내면 그것이 바로 카프카다 삶을 살아가는 그냥 별 것 아닌 것들이 늪지대에 빠진 것처럼 너무도 힘들어져 숨조차도 어려워지는 그때 그것이 바로 카프카다 누군가가 만들었을 트랩이 결국은 나 스스로를 걸어버린 그것으로 본질적 전환이 된 그 순간, 이미 이 세상에서 돌아버린 그가 등장한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그것을 애도하라며 강요도 강제도 아닌 그가 등장한다 하여 나는 카프카 적여지기도 아니여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