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카페에서

독서와 수면의 경계

by 빙빙

2024년의 카페에서 2018년 노래를 듣는다 굉장히 감각적인 인테리어 소품들로 가득 찬 곳에서 6년 전 브루노 마스의 노래를 들을 줄 그것도 발매 앨범 전곡을 리스트로 들을 줄은 몰랐다 거기에 내가 읽는 책은 안토니오 타부키의 레퀴엠 뭔가 기괴한 독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통창 가득 확 트인 카페 너머에 작은 저수지가 눈 안 가득 들어와 좋은 기괴함이란 생각이 든다 Tabucchi 여러 번 발음해 본다 페르난두 페소아를 좋아한 그 포르투갈을 자신의 모국처럼 사랑한 그 쉼표로 대화를 표기하는 그 나는 사실 그를 많이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그는 그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일 뿐이다 그의 텍스트 중 내가 읽은 텍스트는 매우 적고 적다 하지만 포르투갈 나의 갈 곳 잃은 미아 같은 독서는 항상 그곳으로 향한다 포르투갈 왠지 모르겠다 주인공은 리스본으로 향한다 포르투갈어를 배운다 마시는 것을 즐긴다는 그 나라로 떠난다 기이하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 도시가 국가가 항상 낯설지가 않다 그래서 한반도 가장 끝이라는 땅끝마을 한 카페에서 타부키의 레퀴엠을 읽는 것이 어색한 듯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 근래 나는 독서의 방향을 잃듯 인생의 나침반 또한 잃어버렸다 나는 무언가 입에 쑤셔 넣지 않으면 무의 상태이다 걷지만 걷는 게 아니고 보지만 느끼지 못하고 듣지만 모두 흘려보내는 그런 상태이다 누구보다 잘하려고 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성실함을 기반으로 여기까지 잘 왔다 하지만 이제 그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하는 것들의 무가치성에 더욱 큰 가치를 두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하기에는 바람이 너무 분다 건물을 가득 차는 바람은 입구의 문을 스스로의 힘으로 열어젖혔다 그러자 새로운 바람이 나에게 다가와 인사한다 기존과 다른 앞의 두 문에서 들어온 바람이 아닌 입구의 문 나의 뒤에 있는 문에서 들어온 다른 바람이다 냄새가 다르다 습도가 다르다 더 축축한 느낌이 드는 바람이다 그 바람이 내가 읽는 책의 책장까지 넘긴다 대단히 힘이 센 바람이다 그 바람과 원래 있던 바람이 함께 섞인다 그리고는 그 조우는 결국 하나가 되는 율동이 된다 눈앞의 윤슬을 따라서 왈츠를 추는 듯 축축한 서늘함을 가진 바람과 뽀송한 햇빛을 감싼 바람이 하나가 된다 이질적인 부분이 없다 그래서일까 나의 존재가 그냥 그렇게 버려진 존재 중 하나일 뿐 지나가는 바람일 뿐 커다란 것이 없다 가치와 무가치 쓸모와 무쓸모 효율과 낭비 다 부질없어 보이지만 또한 매우매우 매우 있기도 하다 인생이 하나의 하루살이의 삶이라면 그 사이 하루살이는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자신의 죄악적 삶을 살다가 갈까 다음이란 날의 기약 없이 그저 재수 없는 오늘이 삶의 전부라 생각하고 떠나는 것 그런 것일까 DNA에 적힌 명령어를 실행하며 그저 살아가다가 떠나는 것이 그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왜 그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멀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움에 우리를 밀어 넣고 우리가 마치 그런 것처럼 그 우울함의 바닥을 긁어가는 존재와 그 사이의 간격을 만들어 우월함으로 그 우울함을 억지로 지워가는 존재들이 우리들이라면 그리고 그게 그냥 사회라는 것이라면 지금 이 순간을 단면으로 만들어서 케이크 조각 바라보듯 바라보다 우아한 듯 한 숟갈 떠먹는 게 우리들이라면 과연 나는 그곳에서 범벅이 될 그 사이에서 무엇일까 무엇을 만들고 무엇이 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 없이 그냥 돌아가는 게 돌고 도는 게 나라면 그런 게 더 좋을까 고요함 속에 빠져서 생각해보고 싶다 그냥 조용히 시끄러움 음악 말소리 냉장고 소리 그런 것에서 모두 벗어나 그냥 정말 무 아무것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해 내 심장 소리가 우뚝하니 너무 무서운 그런 곳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이란 것을 해보고 싶다 그러면 바람이 오다가는 것보다 타부키가 악어 네 마리를 사지 않은 것보다 더 분명하고 확실한 무언가를 내가 잡을 것만 같다 잡아서 장어 손질 하듯 못에 박아서 팍 하고 잘라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핑크뮬리들이 미친 듯이 흔들린다 저수지 근처에 잘 가꾸어진 소나무들이 보인다 특이한 모양으로 키워진 소나무들 나무는 버섯과 함께 산다 버섯의 균이 없으면 나무는 필요 영양분을 얻지 못한다 결국 함께 산다 인간에게 가장 즐거운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결국 인간 속에 사는 것이라 한다 맞다 안다 그렇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이것이 뇌의 노화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발라드 한 가락에 눈물을 두둑 흘리고 마는 연약함 그것이 노화의 증거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 가수면모드와 같은 가독서모드를 유지한다 바람은 다시금 새로운 냄새를 끌고 들어오고 저 멀리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왈왈왈왈 개소리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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