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잉여로움의 한가득

by 빙빙

재지한 노래가 흘러 퍼진다 토요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기분이 붕 떠 있는 듯 공기 중에 하염없이 부유하여 누워있어도 기분 좋은 앉아 있어도 기분 좋은 어떤 동작을 취해도 기분 좋은 그런 요일이다 호소력 짙은 여자 가수의 목소리가 내 머리를 휘감는다 마치 날파리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쫓아내고 싶지가 않다 내 머리 앞을 지나 오른쪽 귀뒤로 갔다가 다시금 머리 뒤로 돌아가 왼쪽 귀를 지나 다시 머리 앞 내 두 눈으로 돌아온다 흘러가는 음악의 흐름을 따르다 보면 어느 순간 정적이 다가오고 또 다른 비트가 나에게 또 날파리처럼 빙글빙글 돌아간다 마치 턴테이블 위의 레코드판처럼 말이다 노래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내 주변을 빙그르르 돌아가는 것처럼 몽롱하고 환상적으로 돌아다닌다 주말의 첫날 무엇이든 처음은 좋다 첫날은 더 기분 좋다 내일이 고작 끝이지만 시작이란 단어가 주는 두근거림에 괜스레 신이 난다 에스프레소 냄새도 좋다 심지어 밖에서 쌩하고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도 좋다 낮에부터 술에 취해 큰소리로 마치 싸우듯 이야기하는 어르신들 목소리도 좋다 목청 좋은 그 기세에 잠시 주눅 들 듯하지만 오늘은 토요일 그 조차도 좋다 밖으로 나갈까 아님 집에서 더 뒹구르르 마치 이불과 하나가 되어 백수의 잉여의 아름다움을 더 느껴볼까 무엇이 되지 않아도 무엇을 하지 않아도 바보처럼 멍하니 있어도 나무처럼 햇살만 잘 받아내도 칭찬을 받을 듯한 기분이 바로 오늘 토요일이다 잠잠한 휴대폰 또한 상쾌하다 누군가를 만나고자 한다면 약간의 뒤치다꺼리를 해야겠지만 그 또한 오늘은 오늘만큼은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본다 토요일 아침 겸 점심 점심 겸 아침 창밖에 어르신들을 지나치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본다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 쥐고 다른 한 손에는 풍선을 들고 있다 풍선에 무언가 같은 글자가 적혀있는 것 보니 동네에 무언가가 일어난 듯하다 마을축제인가 아아 그런 시기가 왔구나 마을축제 나도 어릴 적에는 축제를 손꼽아 기다리기도 또한 축제의 참여 일원으로 두 달 남짓 준비를 하기도 하였다 그 축제가 또 왔구나 시간의 흐름은 분명 연속적이라 했는데 이럴 때만큼은 마치 책갈피 넘기듯 페이지 수가 적혀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한번 고민한다 나갈까 아니면 말까 뱃가죽 아래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온다 원초적 본능 원초적 본능하면 샤론스톤이지 금발의 흰 원피스의 육감적 몸매와 붉은 립스틱의 입술 샤론스톤을 생각하다가 멈칫 내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함을 느낀다 벅벅 등을 긁어 보지만 원체 원래로 돌아갈 기미가 안 보인다 결국 나란 인간의 신체적 한계에 갇혀서 이 기분 좋음이 끝나가려 한다 너무도 손쉽고 빠르게 쾌락의 나락이란 암흑으로 사라지려 한다 그래도 뭐 이 또한 토요일의 자유의 몸짓일까 신체적 욕구도 주중에는 생기지 않고 반대인가 욕구가 주중에는 사라지고 주말에만 나타나는 것 또한 현대 지구인의 자랑스러운 조건일까 그렇기에 토요일에 어울리는 몸짓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매우 그렇다면 훌륭한 일 인분을 해내고 있다 잉여로움이 팽배한 시대에 나 정도의 역할이라면 충분하다 그렇기에 이 시간을 즐기는 것에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으리라 그래서 나갈까 말까 고민을 한다 고민만으로도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토요일은 그런 날이니까 괜찮다 버거움도 즐겁다 마을축제에 떡볶이를 공짜로 주면 좋을텐데 궁금하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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