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한 달림의 결과
어릴 때부터 돌탑을 쌓고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갔다 그 시간에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한다면 공부를 더하던지 아니면 운동이라도 더 하는 게 올바른 건설적 방향 아닌가 생각했다 이해해 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가 안 되는 백가지 중에 일등이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어쩌다 틀어버린 TV 속 탑 쌓는 기이한 자연인이라며 누군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산골 어딘가에 어마어마한 양의 돌탑을 쌓고 있다고 했다 벌써 이 탑을 쌓아온지 17,8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허리까지 내려온 머리를 곱게 땋고 햇살에 잘 탄 얼굴에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 나는 고요하게 TV를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는 행동으로 정말 뚫어져라 TV를 아니 TV 속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빚을 남긴다는 유구무언의 명언을 그대로 실천하듯 이십 년도 더 전에 우리를 버리고 훌쩍 사라져서 어머니의 이혼도 막아버린 그 남성 나의 아버지란 존재였다 나는 휴대폰으로 다시 사진을 찍어서 확대해서 여러 번 보았다 아무리 다시 봐도 맞았다 심지어 그는 내가 알던 모습보다 넉살도 좋고 낯빛도 좋아 보였다 모든 게 그저 순리에 도달한 사람 그렇다 도인인 듯 그는 돌탑을 쌓는 모습을 카메라 속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MC인 사람에게 저녁을 차려주겠다며 산에서 무언가를 슥슥 따와서는 스스로 담근 김치라며 묵은지찌개와 몇 가지의 나물장아찌 그리고 따온 것들을 넣은 부침개와 냄비밥 그리고 달래간장양념을 해내왔다 한상 그득 이었다 MC는 복스럽게 그의 음식을 하나씩 먹으며 연신 맛있다고 했다 그는 흡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MC를 바라보았다 그의 그런 눈빛을 보는데 머리 어딘가를 누군가 레이저로 통과시키는 듯한 뾰족한 두통이 느껴 쪘다 아 얼음바늘로 찌르는 듯한이라 표현하는 게 맞을까 온몸을 강렬하게 강타하던 억울함 분노 내 어린 시절을 어질러놓은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들을 느낄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던 살아온 날들 나는 아득바득 이를 갈며 살았고 우리 가족은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마치 20세기 전난 후 피란민처럼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살아야만 했고 그것만이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독했다 나도 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았는지 말이다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다음 학기를 등록할 수 없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전공과목 중 한 과목의 기말고사 한 문제가 아직도 그 한 문제가 생각난다 그 과목은 Signals and systems라는 과목이었고 문제는 샘플링된 신호의 주파수 응답 분석 문제로 continued time signal인 x(t) = cos(10t)+cos(20t)인 신호를 샘플링 주기 T로 x[n]인 discrete signal로 변환하였을 때 T가 pi/12, pi/5 일 때 Aliasing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pi/5는 원 신호의 주파수성분인 10과 20의 Nyquist 주파수보다 충분히 작지 않아 Aliasing 현상이 발생할 수 없었다 나는 현상 발생이 되지 않음으로 그 문제의 답을 마무리하였다 물론 내 A+는 문제없다 생각하였다 그리고 해당 과목 점수 공개날 나는 A0였다 비인기 과목으로 20명이 듣던 과목이다 보니 A+가 한 명밖에 될 수 없는 과목이었다 나는 분명 모든 문제에 정답을 맞혔는데 말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확인 결과 A+는 다른 여자후배였다 그 여자 후배는 항상 짧은 치마에 진한 화장 그리고 당당한 눈빛에 항상 얼빠진 남자애들 사이에 있어서 소위 잘 놀 것 같던 그 후배는 내가 군대에 있던 시절에는 계속 과탑이었고 내가 복한 한 이후 처음 과탑에서 물러났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와 나의 두 번째 대결이 삼 학년 이학기였다 나는 무조건 졸업과 함께 대기업 A전자에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펙용으로 과대도 하고 있었다 그 여자 후배는 과에서 하는 활동은 대부분 하지 않았다 건너 듣기로는 집안도 어느 정도 풍족할뿐더러 아버지가 대기업에 다녀서 회사에서 그녀의 학비가 전액 지원된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전장을 타고 학교를 다녔다 그녀의 부유함을 생각할수록 나를 우리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생각나며 더욱 나는 더욱 분노를 느꼈다 누구는 그렇게 편안하게 생활하고 공부하고 하는데 나는 과대에 알바에 결국 잠을 쪼개고 쪼개서 3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야만 지금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데 말이다 그 차이가 그 극복될 수 없는 차이가 차이에 나는 너무 화가 났다 그렇지만 당시의 나는 목표가 있었다 무조건 해낸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이를 빠득갈며 졸음이 몰려와도 물리치며 새벽까지 공부했다 그런 나에게 한 과목이라도 A0가 생긴다는 것은 전장을 못 탈 수도 있다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사실 그 후배가 다른 과목까지 전체 A+가 아닐 수도 있으므로 내가 전장을 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녀는 그 학기에 몇몇 과목에서 A+을 맞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그 적은 가능성에도 위협을 느끼고 고양이를 앞에 둔 쥐처럼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렇다 생명의 위협이었다 분명 그랬다 나는 당장 담당 교수님을 찾아갔다 조교의 끄덕거림을 지나 교수실을 문으로 두들기자 교수님은 마치 내가 오리란 것을 알았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벌겋게 충혈된 내 두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앉으라고 하였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 두 장의 종이를 꺼내보여 주었다 하나는 나의 답안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여자 후배의 것이었다 그녀는 각각의 Nyqust 주파수를 계산하여 제시하여 문제의 왜곡을 지적하고 그 이후 pi/5를 pi/8로 바꾸어 Nyquist 주파수를 계산한 후 Aliasing 발생이 있음을 증명했다 단 한 줄로 Aliasing 없음이라고 적은 나의 답안이 너무도 부족해서 민망해 보였다 내가 생각해도 그녀에게 점수를 더 줄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명이 그 과목의 A+가 된다면 당연히 내가 아닌 그녀였다 교수님은 양쪽 답안지를 거두시고 내 앞에 앉으셨다 그리고 내 두 눈을 보고 지금 자네에겐 그 어떤 이야기도 조언이란 형태로 다가가지 않겠지만 언젠가 자네에게 공허한 시간이 생긴다면 그때는 좀 더 여유를 가져보게나라고 하셨다 교수실 문을 닫고 나올 때 내가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저 완전히 당했다는 생각과 다음에는 그 여자 후배에게 절대 1등을 뺏기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그 학기 역시나 과탑은 나였고 나는 전장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그 시절 독했다 3시간 수면의 결과 졸업과 함께 내가 원하는 대기업 A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 여자 후배는 대학원을 간다고 하였다 취업 후 나는 착실히 성실히 일했다 정말 그냥 일만 했다 다행히 내가 일하는 부서는 매우 바빴고 나는 주말도 반납하고 명절도 출근했다 오히려 좋았다 가족끼리 만나봤자 할 말은 떠난 아버지에 대한 분노의 폭발과 모두의 의지 재확인의 도돌이 밖에 없었다 그렇게 8년이 지나자 나는 책임연구원이란 직함을 얻었다 승진을 위해 나와 라이벌인 선임연구원 한 명과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만 했다 나는 우리 팀장에게 납작 엎드렸다 정말 납작 그리고 결국 책임연구원이라는 결과에 도달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동탄에 아파트 한 채도 샀다 시골에 어머님 집 또한 그 동네에서 가장 좋다는 새 아파트로 옮겼다 그렇게 쉼 없이 열심히 살았다 사실 그래 구질하게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아버지란 인간이 저렇게 사람 좋게 사람 좋은 도인처럼 나타나다니 허탈했다 그냥 너무 허탈했다 어머니에게 알려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위스키 한잔 하며 마음이나 달래야지하려고 찬장에서 마시던 위스키를 한 병 꺼내 잘 얼린 얼음을 유리잔으로 옮기고 위스키를 따랐다 피트한 향이 살짝 올라온다 TV를 끄고 좋아하는 음악을 90년대 락발라드들을 틀고 창밖의 대단지 아파트들로 만들어진 불빛을 바라본다 나는 이제 이것이 당시 교수님이 말했던 공허한 시간이란 것을 안다 여유란 것을 느낀다 갑자기 휴대폰 통화 알림음이 들린다 네 어머니 네네 그럼요 통화 괜찮아요 얘기하게요 네네 저는 퇴근 막 해서 못 보았어요 어머니 괜찮으세요 네 네네 네 그렇죠 맞죠 어떻게 네네 그러게요 네 네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