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 버튼이 눌린 뒤
어제의 나는 발악을 했다 발암물질을 온몸 가득 배출하는 환자처럼 말이다 그렇게 끝내고 싶진 않았는데 항상 왜 내 생각처럼 그렇게 되지 않는지 고약한 나의 성미란 버릴 수 없는 말들을 그렇게 악독하게 뿌리곤 한다 이전의 나는 아니 이전 밤의 셀 수 없는 분초 동안의 나는 그런 나를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러나 지금 폐부 가득하게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잠시 동안의 안락함을 즐기고 있는 지금의 나는 뭔가 다르다 카페인의 여파인지 모르지만 두근거리게 기분이 흐뭇해진다 배출 욕구 이후의 만족감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그것도 아니다 모호하지만 분명하게 나는 무언가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밤새 고뇌 속 나는 내가 나도 힘들었다 다시는 연락을 끊자 이제는 마지막이다 등등 스스로 이별의 서사시를 써내려 갔었다 그리고 나를 변명하고자 처연하게도 투명해서 속안이 멀겋게 보이는 등껍질로 나를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잠자리 속 무질서한 생각의 홍수에서 벗어나 수년간 방치했던 정말 딱 10년간 방치되었던 버티칼 블라인드를 닦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그 오랜 시간 닦은 적 없던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물론 행주의 앞뒤를 시커멓게 만들긴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꽤나 수월하고 훌륭했다 그렇게 닦아나가는 내 생애는 그렇게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잡생각을 떨쳐내고 열심히 닦고 나자 드디어 잠이 다가온다 눈알을 그대로 졸음을 떨쳐내며 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맞이한 지금 이른 아침이라 하기엔 또 그렇게 이르지도 않은 8시 40분 정도 나는 또렷하고 명확하게 생각한다 그런 나도 괜찮다 그리고 그게 나다 그렇지 않음은 내가 아니다 그러하기에 뾰족하지 않은 나 둥글넙적해서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밟고 가기에 좋은 나는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닌 내가 무슨 반가움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생각한다 물론 그런 나의 못난 모습이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던 나 또한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양쪽 다 유쾌하지 않은 불편한 상황 한쪽을 택해야만 한다면 지금의 나는 유쾌하지 않은 나 뾰족하고 퉁퉁 불어 터진 멍게가 좋다 나는 멍게인데 왜 자꾸 해삼인척 하려고 했을까 그래서 지금이 다르다 나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게 이런 것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나 또한 나로 생각하는 것 변화는 물론 필요하다 나이에 맞는 변화 자연스러움 모든 것이 중요하고 또한 필수적이다 하지만 내가 싫은 걸 어떻게 하는가 나에게 발작 버튼이 눌러진다면 그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내야 한다 그래서 어제 마지막 저녁 전 잠시의 시간 동안 나는 그를 만나기 위해 화장을 하고 책을 읽기보다는 글을 썼어야 했다 내가 기분이 뾰족뾰족해진 이유를 알아차리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또다시 생각해 보면 어제의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없었으리라 그냥 최대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 혹은 듣기만 하기 짜증 내지 말기 등등 내 감정을 억제하고 누르려는 시도만이 가득했을 것이다 100%는 아니지만 80%는 확신한다 전혀 그 어떤 도움도 안 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 순간에는 그 어떤 것도 아직 섞이지 않은 순수성이 존재하였기에 나는 불순물을 찾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말이다 하여 결국 나 스스로의 파멸을 통해 나는 체에 그 물을 거르고 불순물들을 꺼내서 만질 수가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주한 밤동안 그 불순물로 인해 악취로 인해 나는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까의 이야기의 반복이다 어느 순간부터 느껴진 모순점들 그리고 나를 공격하는 어눌하고 뭉글진 행동들 말들 표현들 감사함을 느껴도 되는 상황에 분노를 느끼는 그 모순을 다시 내가 받아들여 더 증폭하는 일 그리고 증폭된 분노는 원 출처를 향해 다시금 복사되어 나가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 끊어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나답게 아주 모난 사람답게 처리했어야 했다 어쭙잖게 대하는 것이 나의 잘못이다 결국 허접하게 한 것이 내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아문 척한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싫은 것을 싫다 말하지 못한 아둔한 대처가 문제였다 이제는 새로운 시작점에 다시 섰다 오늘이 지나면 아아 이미 지나간 어둠 그 새벽 이후 술에 취해 아픈 머리를 부여잡은 그 시간이 지나 이제 분명한 오늘이다 나는 새로움을 느끼고 그 어떤 연민도 느끼지 못한다 내 탱탱볼은 이미 차도를 넘어서 저 멀리 어딘가로 계속 탱탱 거리며 가고 있고 그 공은 이제 내 공이 아니다 누군가가 잘 주어서 가지고 놀아준다면 그 또한 감사하리다 하지만 나의 장난감은 아니다 그것만은 알 수 있다 아닌가 또 언젠가 나의 장난감이 되려나 나는 이상한 앨리스에 나오는 여왕 마녀할멈처럼 그렇게 꼬질한 사람이 되나 보다 이것도 저것도 허허 거리며 웃는 건 내가 아니었다 잠시 나는 래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의 나는 아니다 더 높은 곳으로 수양하기 위한 길목 속의 나는 번민보다 더한 짜증을 내도 괜찮다 그리고 수양의 길에 어느 정도 당도하더라도 짜증을 내도 괜찮다 모든 사람에게 모두 다 친절할 필요는 없다 성을 내고 싶으면 성을 내도 된다 다만 솔직해지자 그건 노력하자 내가 왜 성을 내고 미친 여자처럼 발작을 하는지는 진지하게 알려주자 그래야 덜 미친 여자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힘들었던 시간들이 말 그대로 그렇게 그냥 흘러갔다 정말 흘러간다 시간은 세월은 지금도 이렇게 그냥 흘러간다 머리를 붙잡고 후회하는 순간도 그저 흐르는 물속 하나다 내가 만들어낸 헛소리들 뭐 잊든 말든 알아서 하라지 싶어야만 한다 내가 스크루지가 되었든 마녀가 되던 나의 논점은 그 또한 나고 그런 나를 꼭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건 나의 어미도 힘들기에 그저 그걸 받아주는 것은 나면 된다 친절하진 못하더라도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그리고 시간 속에서 나를 받아들이면 된다 하루 밤 못 잔 정도는 괜찮다 내가 잊어버렸던 발악의 자아를 불러내고 다시 잠재우는 데 있어 이 정도 소요시간이면 꽤나 훌륭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등장하기까지의 쿨타임은 도통 모르겠다 되도록 내가 조심하는 방법밖에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다고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