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나의 독설을 받아낸 그녀와 주선자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 아니다 이건 사기다
모든 게 이상하게 척척 맞아떨어졌다 수요와 공급이 잘 맞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나는 수요와 공급의 바둑판 위의 흑돌이었다 백돌일지도, 결국 하고픈 말은 누군가의 제어에 따라 안배되어 움직였다 마치 내 의지인 것처럼 말이다
내가 의사결정을 했지만 마치 누군가가 나를 엄청나게 이끌었다는 본인의 통제범위 속에 넣으려 했다는 사실 그 사실이 나를 더 빡치게 했다 거기에 하나 더 하자면 본인이 검증하지 않고 나에게 밀어 넣으려 했다는 점 이것은 어떠한 그래 사람 대 사람의 결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지 결은 절대적인 선과 악과 같은 이분법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드는 물음표만이 내 머릿속에 빙빙 돈다 늘어놓는 말들이 그저 말들로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낱알들로 변환되어 탕탕탕탕 낙지 탕탕이를 만들듯 다져져서 나에게 탄피조각처럼 쏟아져온다 아프다 따갑다 말이 되는 말들이 아니 말도 안 되는 말들이 주루룩 미끄러져서 마치 오래된 해안가의 바위에 있는 파도의 흔적들처럼 드러난다 오랜 시간 물속에 잠겨있던 그 부분이 등장한다 파도는 다시금 그곳을 감싸안는다 얼싸안는다 나는 그러나 그곳을 오히려 정으로 쳐본다 단단해 보이던 그 바위는 전혀 단단하지도 그리고 대단하지도 않다 이미 그럴 것이라는 내 생각에 그저 빨간색 색연필로 커다란 채점 표시를 남기듯 흘러 넘어가는 문제집의 쉬운 문제를 넘겨가듯 그렇게 크게 원을 머릿속에 만들고 그저 넘어간다 확신의 확신의 확신이 계속 그려져 나간다 서걱서걱 페이지 위의 플라멩코처럼 그 소리가 계속 끝없이 강렬하게 펼쳐져나간다 그리고 나의 머리는 계속 또르륵 또르륵 아래로 내려간다 굴러간다가 더 정확할지도 뒹구르르 뒹구르르 물론 그들의 머리는 둥둥 아니 동동 물 위에 떠서 다닐 수도 있다 나는 꼭 당하지만은 않으니까 나에 대한 자존감을 위해 나는 처절하게 붉은 꽃의 핏줄을 보여주고자 했으니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을지도 아니 달성했나 그럼에도 사기라 생각하는 건 그보다 더한 데미지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대의 입장이라면 본인이 사기를 당했다 생각하려나 그럴지도 으음 그럴지도 모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사기를 쳤다 생각하려나 그래서 그렇게 솔직하게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 멘탈을 털털 턴 거지 결국 나의 문제려나 그럼에도 분출되지 못한 화라는 것이 자꾸만 나의 발목을 잡고 무릎의 앞을 퉁퉁 치고 계속 내 몸을 기어올라와 쇄골뼈에 자리를 잡고 요지부동하고 있는 걸 보면 마치 림프액이 고이고 고여 단백질의 끈적임으로 환원되어 같은 곳에 자리 잡고 서로를 끌여당겨 5kg에 달한다는 원형의 그것 머리를 끌어당겨 턱을 더 숙이고 온몸으로 온몸으로 다가오게 한다는 것이 나의 화를 더욱 돋게 한다 사기다 사기다 세포 중 누군가가 나에게 소리치는 소리가 저 멀리 사지에서 간신히 살아와 남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메아리처럼 뻗쳐나간다 도망가 도망가 도망가라고 남은 에너지를 쥐어짜서 내치는 소리의 울림처럼 그렇게 반향 된다 모든 것이 결국 나의 문제로 귀결되리란 건 이미 뻔한 그런 결말이다 누군가를 찌를 용기조차 없는 이 어두운 터널 안에서 내가 나를 탓하는 수밖에 없지만 마치 그 옛날 선악이 분명한 플랫을 지녔던 어미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던 그런 이야기 속처럼 나 또한 보이지 않은 대척점의 잡히지 않는 그 그물이 악이라고 나쁜 것이라고 보면 만지면 들으면 큰일이 나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제자리를 팔짝거리면 빙그르르 한쪽 다리로 서서 날아가는 잠자리처럼 그렇게 그렇게 만개가 넘는 오목눈들을 가지고 지금을 바라보고 사기라고 아니 사기가 아니라고 아니 그도 저도 이도 저도 아니지만 이 불쾌함 떨쳐지지 않는 기분이 저조해진 이 것이 떨어지지 않아 내 팔에 다리에 바닥에 걸린 그 다리와 팔에 걸려서 덜컹거리는 것이리라 그래 그러리라 그러므로 이건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닌 무언가가 걸려서 마치 나의 일부가 된 것이리라 그리고 빠르게 화들짝 놀라며 도망쳐야 한다 그래야만 이 불편함을 벗어나 아니 도망쳐 그냥 그 자리 원래의 자리로 빙글하고 돌아와 웃을 수 있다 사기를 친 그 자 사기꾼이라 부를 수 있는 그 형체를 가진 무엇 아니 그건 이미 과거 속의 지나간 자아 유령과 다를 바가 없는 그 형체마저 사라진 그것에 사로 잡혀 더러워지고 찐득해진 림프액과 같이 내보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