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흐음 인생
괜스레 마음이 좋은 날이다 양손에 든 검은 비닐봉지를 앞뒤로 흔들어본다 꽤나 무거워 평소 같으면 욕지거리가 곧장 나왔을 법도 한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다 심지어 오늘은 예상치 못한 17만 원을 소비하였다 물론 회사돈을 쓸 수도 있지만 사규에 있지 않은 그레이존이었고 물론 대부분은 이런 경우 법카를 쓴다는 것도 알고있지만 그냥 갑자기 정말 그냥 이럴 때 회사돈 보다는 깔끔하게 내 돈을 써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면 why not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너무 좋고 뿌듯했다 그래 이게 사람 사는 거지 내 통장에 17만 원 더 있던 없던 사실 나는 큰 영향이 없다 그 돈 그냥 안 써도 써도 그만 그럴 거라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쓰자 지금은 작고한 에드워드 데밍 박사에게 배운 것이다 물론 나는 그를 만나본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나에게 살아있다 사실 그의 사상을 명확하게 이해한 것은 그가 사망한 30주년인 2022년이다 그전에도 나는 린 식스시그마 스크럼 칸반 그런 것들을 통해 그와 접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 그냥 받아들이고 나만의 방식으로 체득화를 시작한 것은 몇 년 안 되었다 사람 안에서 부딪히고 사람에게서 배우고 내가 아는 것을 나누고 그러면서 또 성장하고 내가 가장 섹시하다고 느끼는 개발자 론 제프리가 말한 것처럼 그러하다 그게 애자일의 매력이다 인본주의 더 나아가 모든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각자의 인생에 대한 존중 예의 그런 것들 그것을 인지하고 나의 월급이 내 스스로가 잘해서만이 아닌 많은 사람의 도움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인식을 내가 했다는 것 실제로 이것 또한 파레토 법칙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는 점이 중요했다 내 성과의 80%는 내가 만든 것에 가깝겠지만 나머지 20%는 내 주변의 80% 사람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내가 잘나서 내가 똑똑해서 잘되고 잘하고 있다 하하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이해하기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DNA 차이는 고작 0.4% 범위 안에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작은 차이를 커다란 차이로 생각한다 실제로 요즘은 파충류 조류에 대한 기존의 지능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시대다 까마귀가 철학을 생각하고 공동체적 규칙을 만들고 그렇다 그랬다 그저 우리가 몰랐을 뿐 백악기까지 지낸 그 오랜 공룡의 후예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생각하면 우리가 얼마나 깜냥이 안되는지 느껴지기도 한다 갑자기 강렬하게 시각을 바꾸고 싶은 욕구가 찾아온다 시야를 하늘로 고정한다 어두운 하늘에 비행기의 양끝 날개에 붙은 불빛이 마치 별처럼 반짝인다 예쁘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위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찾고 싶어 두리번거린다 그러자 오른쪽 저너머 하늘에 처녀자리좌의 알파성인 스피카가 보인다 곡식을 들고 있는 처녀자리에서 스피카는 곡식을 표현하는 지구 입장에서는 15번째로 밝은 이 별은 쌍성이기도 하다 덧붙여 과학자들이 밝혀낸 내용에 입각하면 태양보다 10배 무겁고 수천 배 밝아서 수명이 수천만 년으로 극도로 짧다고 한다 그렇다 수천만 년으로 극도로 짧다고 한다 우스운 단어가 연달아 적혀진다 극도로 짧은 수천만 년 하지만 현재의 그 별은 그 별의 역사에서 젊다고 젊은 별에 속한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바라보는 젊은 스피카는 내가 지금의 관점에서 250년 전 과거의 상태다 그곳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모르지만 그곳에 무언가가 내 현재의 관측 시점에 벌어진다면 지금 내가 바라본 그 무언가는 종결된 상황인 거다 반대로 스피카에서 지구를 볼 수 있다면 그건 모두 250년 전 상황이다 서로가 서로의 과거를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는 것 이상야릇해서 변태 적여 보이기도 하지만 그게 이 우주다 재밌네 싶다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기적으로 내가 똑똑해서 잘나서 그런거야라고 아이와 같이 칭얼거리지 않고 이 원리를 받아들인 게 기특하다 그래서 갑자기 발견한 스피카를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몇 겹의 인생을 살았을지 모르지만 내가 다시금 이곳으로 인간의 삶을 선택한 것은 정말 드럽게 힘들고 그만두고 싶고 너무 슬프고 화나고 어렵고 어처구니없고 조류보다도 더 저능인 인간을 만나더라도 무튼 그럼에도 다시금 인간 사이에 인간들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이런 순간 인간들이 반짝여 내가 반짝이는 순간 깊은 내면 속 소승불교 대승불교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그런 순간의 일순간의 깨우침이 얼마나 짜릿한지 말이다 일순간 도파민과 아드레날린 세로토닌 옥시토신을 한 번에 와장창 내 수용체가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발산하는지를 알기에 그런 순간을 마주하기 위해 즉 지금을 위해 나는 살았구나 그리고 또 다가올 그 순간을 위해 나는 다시금 인간의 생인 인생을 선택했구나 느낀다 그래서 나는 내일이 더 기대된다 오늘보다 힘들 수도 있지만 그리고 아무리 깨달아도 그건 사회의 관점에서 그 어떤 의미도 없을지 모르는 가느다란 빨대를 통과하는 그런 순간일 수 있지만 그 또한 그만큼 그러하기에 그게 바로 인생이 아닐까 말이다 갑자기 출출하다 라면 한봉지가 땡기네 여동생의 시댁에서 보내주신 김치가 맛있던데 얼른 끓여서 호로록 같이 먹어야지 완벽한 하루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