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인간의 연애
남녀가 싸우고 있다 흠 뭔가 논리정연하다 논리정결인가 남자는 꼼꼼하게 쉼 없이 아니 들어갈 틈을 안 만들고 몰아치고 있다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냥 그 톤과 끊이지 않고 쏟아지는 말들 이야기들 그런 것만이 두 귀로 흘러들어 간다 그리고 뒤통수로 나간다 한참을 설명하다가 여자가 한마디 하자 여섯 마디가 뒤따라 나온다 여자의 뒤태가 점점 수그러진다 뭔가 아빠와 딸 같기도 하다 아닌가 아빠는 저렇게 구구절절 설명하지도 않지 선생님과 학생의 느낌일까 그럴지도 격양된 듯 격양되지 않은 남자의 목소리는 사실 신뢰성이 높은 목소리다 그래서 그런가 여자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점점 굽어지는 그녀의 등이 새우깡 포장지의 그것처럼 변해가서 일까 2시 39분 41초 42초 43초 카페의 시계를 바라보다 나는 내 앞에 내 테이블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 결정을 내린 시각은 2시 40분 19초 나와 그의 사이 놓인 미드센츄리풍 스테인리스로 된 다리 위 놓인 청량감이 가득한 파란 둥근 아크릴 테이블 그와 나 그리고 테이블 아 그 테이블 위에 놓인 콜드브루 두 잔과 한 입 먹다 내려놓은 에그타르트 이 집은 에그타르트가 참 맛있다 그런데 그만 먹지를 못한다 아 이런 또 집중력이 흐려진다 그런 것들 그 사이사이의 공기층을 울리는 한껏 격양된 그의 목소리 그는 이렇게 화를 내지 않는다 아니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그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가 카페 창 너머의 맑은 하늘에 한껏 우울함이 느껴진다 나만 그렇겠지 아니지 새우등 그녀도 같겠지 어디선가 꺄르륵 웃는 소리가 들리자 삐르르삐르르 박새처럼 아니 조금 aggressive 버전인 삐쮸삐쮸삐쮸 마음이 아파와 아려서 눈물이 찔끔 맺힌다 울고 싶진 않다 그의 입에서 만들어진 파동을 조금 걷어내고 박새소리 박새소리를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면 박새의 울음소리는 가끔 매미에 가깝다 박새와 매미라 박새는 매미를 좋아한다 그것도 매우 좋아한다 맛있는 먹이로 말이다 박새는 매미를 잡으면 나뭇등줄기에 비벼서 날개를 떼어내고 한입에 앙하고 맛나게 삼켜먹는다 조금 잔인하려나 싶지만 얼마나 맛있게요,라는 빅마마 쌤의 목소리가 그 귀염둥이들의 아우라에 가려져 실려나간다 내가 매미인가 아닌가 박새일까 난 왜 맨날 이모양일까 싶다 항상 내 연애는 이렇다 항상 그래도 이전보다는 그래도 전보다는 내가 나아졌겠지 단단해졌지 그래 이젠 누군가의 나무가 될 수 있겠어라는 다짐 속에 연애를 시작해 본다 내 안의 문제가 찔끔이라도 해결되었다고 믿은 그 믿었던 순간들 그러나 항상 이런 식이다 너가 그렇게 말하면 결국 나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어 거짓을 말해달라는 게 너의 의도는 아니잖아,라는 그의 목소리가 내 몸을 감싼다 찌르르르 온몸을 다해 소리를 내는 새가 되어 내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하지만 상대가 말하는 것을 결국 내가 그렇다 하더라도 원하는 방향이 아니기에, 아니 그런 의도는 적어도 없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입을 열면 더 큰 파동을 만들어서 여러 겹의 파도처럼 나를 덮칠 그의 목소리의 파도를 알기에 새우깡 그녀 정도로 굽고 싶지 않아 결국 과감한 결정을 한다 손을 들어 포크를 잡고 파스락 에그타르트 귀퉁이를 자른다 어이가 없다는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입안 가득 넣은 에그타르트는 원래 꿀맛인데 그의 시선이 스나이퍼 총의 저격 가이드 레이저처럼 박히자 파스락 흙덩이를 씹는 기분이 된다 너는 이 순간에 입에 무언가가 들어가니라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원초적 내면의 그에게 서로부터 들어온다 그러고 보면 내 안의 그가 실제 그와 싱크로율에서 나쁘진 않았나 싶기도 하며 조심스레 포크를 내려놓고 결국 나는 항복한다 미안, 그가 한심하다는 듯이 날 쳐다본다 아아니 진지한데 분위기 깨서 미안하다고,라며 어린아이가 볼멘소리 내듯 말한다 전혀 내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냥 백기를 들고 싶었지만 그래도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나 보다 그가 갑자기 풋하고 웃는다 입에 묻은 거나 닦고 말해,라며 나에게 휴지를 전해준다 고마워 아아니, 나도 모르게 도을쌤에 빙의된 듯 스타카토를 치며 말의 끝자락을 높인다 턱 하고 머리에 썼던 박을 내려서 바닥의 모난 돌에 쳐낸 기분이다 터억하자 짝하고 갈라진다 자기야 내가 자기를 못 믿어서 친구들 만나는데 10분마다 전화하는 미친 여자가 된 듯 자주 전화해서 언제 들어가냐고 계속 물어본 건 아니야 사실 그날 아침 이상한 꿈을 꿨는데 자세히 말은 못 하겠지만 자기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냥 기분이 안 좋은 꿈이었어 걱정이 너무 되는데 자기는 이런 비과학적인 걸 더 안 좋아하니까 말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십 분마다 전화했다? 그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거야? 아니 믿으라는 건 아닌데 그냥 내가 그래서 그랬다고 말하는 거야, 그게 날 더 화나게 만드는 포인트인 건 알면서? 으응 알지 잘 알지 근데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은 날 정말 안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니까 나는, 차라리 꿈의 해몽 이런 거라도 들고 오지 그래, 그럴걸 그랬나 정말, 뭐가 정말이야 하, 그의 한숨소리가 커다란 해역이 되어 나를 덮친다 숨을 쉴 수 없는 갑갑함 마치 3미터가 넘는 높이의 빅웨이브에 갇힌 서퍼처럼 죽음의 위험을 느낀다 결국 나는 바꾸질 못한다 그래 매미가 나보다 더 전략적이지 싶다 이 순간 한 번을 못 바꾸는 나란 인간보다 7년의 주기로 천적이 적은 주기로 지상으로 올라오는 매미가 낫지 싶다 휴대폰의 검은 화면 위로 보이는 내 입술이 파리해서 마치 차가운 바다에 조난당한 사람 같다 손끝이 시리다 눈물은? 눈물은 나지 않는다 그는 나를 더욱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너가 평범하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항상 묘하게 이상했어 그래서 기분이 거지 같을 때도 있고 왜 이 공간에 같이 있지 않는 듯한 서늘함 말이지 지금도 그래 나는 너와 이야기하는데 너의 공간은 이곳이 아닌듯한 기분 사실 그게 나를 화나게 하는 거야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의 입술을 통해 울리는 성대를 통해 전달되는 음정 없는 담백한 단어들의 조합 결국 또 이렇게 된 것인가 그래 사실 이제 다시 돌아가야지 2시 39분 44초로 아니 그 더 이전 새우등 같이 휘어지는 내 등으로 쏘옥 들어가야지 그가 없는 오늘 밤조차 예상이 안 가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본 것은 본 것이니까 또 구질하게 나의 이 이상함이 우리의 연애를 방해함에도 난 더 구질하게 설명을 하는 게 이미 결정된 거라면 결정된 거지 삐쮸삐쮸삐쮸 온몸으로 울고 싶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서 삐쮸삐쮸삐쮸 온몸의 털을 곤두새우며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