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낙방. 낙전
내가 추천한 후보가 모두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마치 시간차 공격과 같아서 한 명에 대해 들었을 때는 남은 한 명은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저녁을 요리하는 중 도착했을 듯한 메시지에는 남은 후보도 떨어졌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아쉽지만 알았다고 단답으로 보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녀들을 그래 단 한 명 그녀라도 변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질해지기 싫었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그냥 단답으로 알았다는 답변은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납득이 되지 않을 상황이 분명했다 결국 한 번 더 재고할 수는 없을지 질척거리는 분명 상황의 반전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나와 그녀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위해 메시지를 연이어 보냈다 물론 hiring manager의 답변은 없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나는 남은 그녀에게 결과를 알린다 마음이 좋지 않다 마치 나의 일과 같은 것이 있다 그녀를 채용하지 않겠다는 이유가 마치 나를 콕콕 찌르는 듯해서 아파왔다 5년 전의 나 그래 아니 그것보다도 더 최근인 4년 전의 나 그래 그 당시의 나와 너무도 유사해서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가시가 달린 듯한 나의 모습이 생각났고 내 능력 하나만 믿고 활개 치던 내가 생각났고 그게 옳다고 믿다가 구렁텅이에 빠져서는 한없이 우울해진 내가 또 생각났다 그녀는 괜찮다며 그저 아쉽다고 말했지만 내가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그녀보다 내가 더 전복된 느낌이다 플로베르가 말에서 떨어진 그 순간 x를 위해 y를 버리기로 한 그 낙마의 순간 인생이 낭떠러지로 밀어내어치듯 떨어진 순간 그는 존재의 목적성을 잃어버린 우연적 실존적 존재 그런 그런 기분이 되었다 그녀들의 낙마가 나의 넝마가 되어 되뇌이듯 불현듯 나의 과거라는 이제는 그저 마치 또 다른 세상에 속한 그 기억의 과거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잊혀졌다고 생각했던 감정들 복잡한 실타래 같던 갑갑함과 답답함 닫힌 유리창에 계속 부딪히는 똥파리 한 마리 같던 내 모습이 계속 되돌려져서 떠오른다 분명 나의 오늘은 꽤나 화창한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말이다 다가오는 선선한 바람에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가벼운 발걸음을 앞뒤로 놓았는데 어느 순간 결국 이렇게 나는 깔때기 속에 빠진 올라올 수 없는 쌀 한 톨이 되어 포대에서 쌀통으로 옮겨진다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나는 쌀들에 갇힌다 결국 나도 쌀 위아래양옆 모두 쌀인 그런 공간에 갇혀 내 위의 쌀들의 무게 즉 나의 감정에 짓눌러진다 그래 그건 다 모두 다 나다 이 모든 건 나의 감정 상상계라고 하기엔 너무도 현실적인 퇴폐적 무게감 내가 그 무엇도 바꿀 수 없다는 한심함에 잠시나마 내 인생에 반짝이던 햇살이 사라졌다고 저 높은 곳의 구름이 잠시 지나가며 만든 그늘을 모르고 슬퍼하는 아이처럼 그렇게 나는 또다시 한심해빠져 버렸다 그러나 이런 축 늘어지듯 우울한 감정이 계속되냐 그건 또 아니다 갑자기 자리를 고쳐 앉자니 불같은 화가 단전에서 올라온다 나의 과거의 내가 반복 재생되는 그 영화관 한가운데서 나는 그래서 뭐 그게 뭐 그리 잘못이라고 대수라고 그걸 이유라고 대는 거야 납득할 수 없어 모든 일에 장단이 있듯 날카로운 칼은 그 날카로움이 생명인데 그걸 무뎌지게 한다고 그게 그게 뭐야 그건 칼이 아니잖아 그런 어이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라고 나 홀로 이제는 그녀들마저 벗어난 그 상황에 나 홀로 놓은 덫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납작하게 걸려버렸다 옴착달싹 못하게 되었다 흰자 위에 갇힌 노른자처럼 조금만 더 하면 나갈 것 같은데 그 탱글함이 뭐라고 탱글탱글탱글함의 감옥에 가두어져 버렸다 그렇게 우연의 실존성이 가득한 잉여가 되었다 플로베르처럼 그렇게 나는 감정의 잉여 지금 내가 부유하는 이 세상에서 필연적 개체로 전환되기 위한 잉여가 되어버린다 물 위에 튜브를 타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마치 온몸은 그저 누우듯 던져서 귀까지 모두 물에 잠가놓고 얼굴 일부만을 둥둥 물 위에 살포시 새색시같이 띄운 그런 상태다 외부와의 단절인 듯 단절이 아닌 소리의 차단을 차디찬 물의 매질에 맡기고 온 시선을 활짝 열어젖힌 그런 상태 그런 잉여가 된다 그런 잉여는 근대적 부르주아주의에서 벗어난 무가치의 미학적 직관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 내 손가락과 발가락이 퉁퉁 부어올라도 잘 눈치채지 못한다 나는 이 흐름에 그저 맡기고 싶고 이 후퇴한 한적함이 좋아 나서고 싶지 않다 물밖으로 나갈 용기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뒤로 뒤로 아래로 아래로 뒹굴어 본다 양팔을 번갈아 흔들어 움직여본다 정적인 듯 동적인 부력과 저항력과 동력과 내 호흡과 모든 힘들이 모인 듯한 그곳에 잠시 나를 맡긴다 그리고 다시금 후우 크게 내쉰다 그래 그거면 됐다 더 이상 기릴 필요도 그녀들과 내가 노력한 그것에 대한 것들에 대한 노고는 이 정도면 되었다 더 깊을 필요도 더 가벼울 필요도 없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존재-물음에서 보이지 않는 흔들림이 있었다 그리하여 생각-물음 더 크게 뒤흔들렸고 우리의 삶은 다시금 한 맺음을 넘어서 다음으로 넘어간다 전복은 새로운 규칙을 위한 맺은 필연적으로 맺어져야하는 그 단계이다 그러하기에 우연이 아닌 내 삶의 그리고 그녀들의 삶의 필연적 극적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