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전복의 해방기
전복 마라탕 전복 라면 전복 삼계탕 전복 탕수육 전복 전복 완도산 전복 솥밥해도 좋은 그 전복 보양식이라는 그 전복이 전복된 나의 삶으로 들어온다 어제는 와인 한 병에 넘어진 나의 전복을 통해 오늘은 내 맥북의 전복으로 인해 그렇게 물파스 바른 듯 화하게 다가온다 갑작스레 뒤통수를 두들겨 맞은 주제에 무슨 허세냐고 한다면 맞다 허세다 사실 쫄린다 근데 또 뭐 이미 벌어진 일에 어쩌리 그저 어제는 연애 속 고군분투를 하고 있던 지인의 감정적 전복에 그만 내가 취하고 싶어 아니지 그걸 그저 핑계로 내가 전복을 당하고 아니지 전복을 했다 나뒹굴었다 그리고 오늘은 기지 넘치는 뭔가 띵하고 하늘과 땅의 건곤일치를 느끼는 순간 갑작스레 맥북이 전복했다 그래 전복은 하는 것이었다 주체적 전복 그래 주체적이면서 주도면밀하게 우리는 전복했다 어제의 나도 그리고 오늘은 내 친구 맥북도 다행히 오늘 회의는 미룰 수 있는 시급한 건들이 없었다 고장 난 맥북을 IT헬프데스크에 반납하니 한없이 가벼워진 나는 나도 모르게 기뻐서 소리를 칠뻔했다가 수석이라는 내 직함에 맞게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임시 사용할 맥북이 설정될 때까지 기약 없는 오피스 내 방랑자이자 개구쟁이가 되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존재자가 되기 싫었던 나는 모든 회의가 사라진 공백의 시간에 대한 명백한 공식적 허가를 위해 억울하게 얽힌 듯 연기를 하며 오후 반차를 쓰고는 열심히 놀고 있다 수면실에 가서 잠도 자고 그동안 못쓰던 안마의자도 쓰고 한동안 못 읽고 내 자리 서랍에 구겨두었던 책도 읽고 모두가 치열하게 달리는 동안 나는 아이처럼 치근덕거리며 놀고 있다 놀고 있는 수석 나부랭이 한 마리가 되었다 그렇게 창밖의 햇살을 받으며 진취적으로 방황을 하다 보니 어제의 취기에 심했던 두통이 오히려 기분 좋게 느껴진다 그래 이게 전복이지 바다의 보물 전복 그렇게 사근하게 놀던 나에게 갑자기 팀 내 대리 한 명이 쭈뼛거리며 오더니는 수석님 잠시 시간 되세요 한다 그동안 얻은 스킬들로 본능적 거리 두기를 할 수도 있지만 오늘만은 지금만은 뭐 그래라 싶어 무슨 일이야라고 물었다 그러자 여기서는 조금 그렇고 앞건물 카페에 가도 될까요 한다 그래 그러자, 뭔가 사연 많은 얼굴에 그리고 아직 연락 없는 IT헬프데스크에 무안을 주고 싶은 마음을 참고 그 아이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이야 날씨 정말 좋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술술 긍정적 단어들이 나온다 술잔을 넘치는 줄도 모르고 부어제끼는 사케처럼 말이다 그러게요, 그 아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나에게 묻지도 않고는 오트밀라떼 2잔을 주문한다 내가 덤벙거리는 눈치를 주니 수석님 이거 자주 드시길래요 바꿀까요 란다 핫 이 당돌한 녀석을 봤나 그래 그러자, 창가에 앉으니 아까 사무실 공용공간에서 나를 친절하게 바라보던 햇살이 고새 새초롬하게 눈을 부시게 하며 땅거미 아래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무슨 일이길래 그래라고 말하려는 순간 그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커피 나온 것 같아요 제가 가져올게요 그래 그러자, 한 잔은 내 앞에 남은 잔은 자신의 앞에 그리고 가져온 선반은 바닥에 세우더니 저는 안 맞나 봐요 이 일이요, 라며 끝을 흐리멍텅하게 말한다 아니 조대리 무슨 말이야 갑자기 잘하면서, 내가 상투적 말투로 대응하자 아닌 것 아시잖아요 오늘도 팀장님과 한 판 한 것 아시면서요, 아 그랬어 내가 오늘 맥북이 고장 나서 사무실에 뭔 일이 있는지는 몰랐네, 수석님 모르셨군요 오늘 사무실 전체에 쩌렁거릴 정도로 제가 소리 질렀는데 모르셨군요 아마 블라인드에 올라올지도 몰라요, 블라인드 나 안 하는데, 아 맞다 삭제하셨다고 했죠, 아니 나는 설치를 한 적이 없는데, 아 그래요 분명 지난주 점심에 삭제하셨다고, 그래 그러자 네 맘대로 해라 나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니란 표정으로 그 아이의 이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조대리야 그 아이는 나에게 수석님 아니 이번에 감사 관련해서 프로세스 수정건요 지금 자금팀에서 정리 안된 것을 제가 정리하는 게 맞나요 자금에서 정리해서 줘야 제가 반영을 하잖아요 근데 저 보러 정리를 해서 자금에 넘기라는 거예요 리걸에서 난리 쳤다면서요 이게 맞나요 이건 아니잖아요, 음 그래 그건 그래 그건 좀 아니긴 하지, 그쵸 근데 팀장님 이번이 처음이 아니세요 왜 일을 정확한 순서대로 처리를 잘 못하시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가요 그러면서 왜 그리 저만 막대하시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잘 아시죠? 팀장님은 제가 이야기하면 절대 안 들으세요 들을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수석님 이야기는 들으시잖아요 지난번에도 수석님이 이야기하니까 대관에서 갑자기 요청온 건 잘라냈잖아요, 음 그건 엄연히 담당팀이 있고 그 팀에서 해야 할 일이니까 내가 말했을 뿐이야 그래 그래서 요지가 뭘까? 이번 건도 좀 도와주세요, 내가 왜라는 말이 목 끝에 찰랑이지만 나의 수석이라는 이 사내적 지위가 있기에 그리고 이 조대리야한테 야야야 저번에는 내가 IT감사 신팀장 이미 찾아가서 정리 다했던 건이야 그러니까 팀장이 내 말을 들었지 보이지 않는 뒷이야기가 있단다라고 말하기는 너무 가오 떨어져서 그냥 팀장님이 지시한 이유가 있겠지 나라고 모든 걸 다 막을 순 없어, 한 발 물러서며 말했다 그러자 일을 똑바로 하려고 하는 걸 도와주시는 거예요 수석님 항상 일은 똑바로 잘해야 하는 거라고 하셨잖아요 라며 평소의 나를 전복시키려고 시도한다 흐음 지난밤 와인에 전복된 것은 맞지만 이 아이가 왜 이럴까 이번엔 인중을 바라보자 그래 그러자, 사실 저 공황장애가 왔어요 한다 흐음 그러면 내가 뭐? 라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 놀랄 줄 알았나 네가 공황장애를 겪을 정도면 나는 뭐 이미 세상 하직했니가 고롱공공공 고양이 소리처럼 귓바퀴에 걸린다 뭐 요즘은 멘탈이 쿠크다스니까 그래 그러자, 그렇다니 참 마음이 좋지 않네,라고 다시 한번 상투적 스킬을 사용하자 저 사실 이 일이 안 맞나 봐요, 다시 한번 이 말을 반복한다 뭐 그래 라는 말 이외는 할 말이 없어 나는 라떼를 입안으로 곱씹으면서 마신다 그러자 조대리는 요즘 이직 알아보고 있어요 몇 군데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온 곳도 있고요, 음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니를 숨 쉬듯 참으며, 그렇군 직군 전환하면서 옮기려는 거야 라고 묻자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그래 그렇구나, 수석님도 아시듯이 팀장님이 저한테만 이상한 일을 넘기잖아요 별로 성과도 없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요 사실 유대리랑 신대리가 너무 하기 싫어해서 제가 그냥 한다고 했는데요 계속 저에게 그런 업무들만 오더라고요 근데 이제 저도 한계인 것 같아요, 그랬군 근데 유대리랑 신대리는 원래 투자 쪽 해왔고 감사담당은 조대리가 팀 바뀌면서 기존에 하던 거 들고 온 거잖아, 아니에요 팀장님이 신팀장님이랑 인사 시점에 저는 이동하지만 감사 쪽 일은 신팀장님 쪽에서 하기로 했어서 저도 내부이동 별로 안 좋은 것 알면서도 일 좀 배우고 싶어서 이동했는데 한상무님이 사람 가면 일도 가야 한다며 결국 제가 하던 업무를 이 팀으로 보낸 거예요, 그러니까 내 말이 그 말이잖아가 입 밖으로 나올려는 타이밍에, 그래도 나름 정말 재미도 없고 힘들어도 참았는데 오늘은 정말 욱해서 저도 모르게 아마 공황장애의 여파인가 봐요 소리를 질러버렸어요 저 어쩌죠? 으음 다른 회사 알아본다며 세상 일이 내 맘 같지 않아 그냥 잊고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별로 자네에게 관심이 없다네 고갈비의 앙상한 뼈가 나올 때까지 손에 들고 며칠 열심히 뜯어먹고 그냥 버릴 거야 그리고 한몇 년 뒤 아 맞다 그런 일이 있었나 하는 경우도 단지 유대리와 신대리 정도밖에 없을 것 굳이 뭐 대단한 일도 아니야 조대리야 라는 말을 창밖을 바라보며 머릿속의 장독대 속의 간장항아리에 담그고는 조대리를 쳐다보며 말한다 걱정되는 마음 특히나 인생이 손에 안 잡히고 흔들리는 마음 그런 마음 나도 있었어 하지만 명확하게 생각하면 어떨까 내가 뭘 원하는 것인지 좀 더 스스로의 내면을 더 그러니까 내면의 소리를 좀 더 귀 기울어 들어보면 어떨까, 저 요즘 상담받으면서 그런 부분은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수석님께 그런 이야기를 들으려고 티미팅을 요청드린 건 아니에요, 그래 그렇다면 어떤 부분인데, 그러니까 제가 지금까지 설명드린 모든 것요, 다른 애들보다 뒤처지기 싫어 짜치는 일은 더 하기 싫고 그렇다고 새로운 일 배우는 건 더 귀찮고 팀장이 무슨 일만 시키면 왜 해야 하죠라고 물어대는 조대리야 너는 네 스스로에 대해서는 왜 메타인지가 안될까 그냥 시키는 것도 네가 하면 엉망징창이어서 신팀장이 너 안 받는다고 그 난리 친걸 우리 팀장이 그나마 호구적 인간이어서 받아준 것을 뭐 어쩌라는 거니 생각의 생각의 생각이 입 밖으로 못 나오는 생각들이 계속된다 아무 말 없음의 공허함을 뚫고 나는 그저 그래 그러자, 팀장님을 설득하는 것은 managing up이라고 하지 그 또한 회사에서 필요한 스킬이야 그 스킬을 늘려봐 그리고 이직을 꼭 하지 않더라도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 특히나 인터뷰는 여러 insight를 주는 과정이니까 잘 진행해 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무실에서 소리 지른 것은 분명 큰 사건이지 일어난 사건을 지울 수는 없으니 같은 공간에 있었음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신적 피해를 받은 우리 팀 포함 우리 층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작은 쿠키라도 돌려봐 그 정도면 충분해 그리고 다음부턴 나도 뭐 팀장님에게 그리 사근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 날카롭게 대하지 말자고 아무리 그래도 팀장은 장이고 회사에서 인정받은 사람이야 존경은 아니라도 최소한의 존중은 해야지 이건 조대리가 어디에 있든 간에 attitude의 문제야 그 정도 judgement level이 없다면 어느 회사 어느 팀에 있던 언제나 문제가 될 수 있어 자 더 궁금한 게 있을까? 창밖의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간다 갑자기 저 새가 360도 회전 비행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둘기가 이제 그런 진화의 범주까지 간다면 정말 신선하겠네 싶으며 잠시 기분이 고양되었다가 내 앞의 조대리에게 시선을 옮긴다 내가 이런 애를 가르친다고, 그래 내가 뭐라고 가르쳐서 내가 보내버린 나의 6개월이 서글퍼진다 팀장 이 시끼 동기 좋은 게 뭐라고 부탁하기에 그래 신팀장도 거부할 정도면 우리 모두 알고 있었지 그래서 내가 절대 조대리야는 안 받는다고 했것만 그랬더니 나한테 사수가 되어서 가르치라니 내가 왜 그날 삐노 한 병에 맛이 가서는 흔쾌히 한다고 했는지 그래 이건 주체적 전복이지 전복양식 그래 그래 전복양식 조대리 이 아이는 양식 그것도 스페인 요리를 하고 싶다는 애한테 일식 장인이 되는 법을 알려주려고 했던 나의 코칭의 전복이었지 전복양식은 실패다 그래 내가 뭐라고 그래 그러자, 그때 IT헬프데스크에서 내가 사용할 임시맥북이 준비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오트밀라떼 잘 먹었어 그리고 분명 조대리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응원할게 사무실에서 보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삐꼼하게 햇살을 바라본다 그래 뭐 이것이 대수겠어 그나저나 이번 주에 특근해야겠군 에휴 아들 녀석이 또 워커홀릭이라고 놀리겠네 제길 팀장 이시끼 사무실 가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