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그림자들 사이에서
10월 33일이다 아침부터 엄마가 틀은 라디오가 시끄럽다 3차 대전이니 뭐니 시리얼에 우유를, 아 아니지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다가 콧구멍에 우유가 들어갈 이야기들이 마구잡이로 노이즈처럼 주방을 한적한 나방들처럼 마구 나돌아 다닌다 빙그르르 말이다 학교 교실 안에서도 연신 3차 대전 이야기뿐이다 반에서 공부만 하던 피터까지도 가담해서 강경파 지도자는 이번에야 말로 완전한 독립을 할 기회라고 말했다며 자신도 자신의 부모도 자신의 이웃도 모두 그 말에 지지한다며 에이브리엄 링컨의 “Those who deny freedom to others deserve it not for themselves”를 인용하며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만 알고 있는 무리들을 무지하다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강단 있게 그는 독립의 중요성에 대해 힘주어 이야기했다 그의 소연설이 끝나고 몇몇 여자아이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whoa?란 시선으로 나는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거리고는 immersor를 noise canceling mode로 바꾸었다 교실 밖의 고즈넉하면서도 평화롭게 단풍이 들어가는 메이플나무들을 바라보면서 3차 대전이니 뭐니 내 알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지나가는 구름의 속도에 맞추어 내 기분을 날려 보내던 중 immersor의 class mode가 갑작스레 emergency mode로 전환되며 연방정부가 짧지만 긴, 약 30여분 정도의 교전을 했다는 뉴스가 공유되었다 갑자기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평소에도 수업을 정말정말하기 싫은 말투로 진행하던 닥터 하먼은 운이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정말 그대로 굳어버려서 수업을 멈추더니 일언반구 없이 모두에게서 class mode를 강제회수한 채로 교실에서 나갔다 아니 그는 그렇게 우리에게서부터 쏜살같이 어디론가로 떠나버렸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그가 fitboot을 신고 빠르게 가는 것을 나는 그저 쳐다보았다 그가 그렇게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흥미로울 뿐이었다 대부분의 교실의 아이들은 각자 집에 있던 방공호로 transporting 중이었기 때문에 교실은 조용했다 아니 고요했다 일렁이는 그림자가 사라지는 순간 그들의 transportation이 끝나리라 나 또한 엄마가 빨리 우리 집 지하에 설치된 방공호로 오라는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뭔가 아이들의 일렁이는 그림자가 오후의 볕을 따라 내 의식 깊은 곳에 달라붙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은, 아이들 방공호가 없는 아이들의 어색한 미소가 내 등뒤에 식은땀을 만들고 나를 무언의 시선으로 옭아매었다 그들이 다 들어갈 정도로 우리 집의 방공호는 크지 못할뿐더러 비축한 식량이나 자원을 생각했을 때 그 누구도 결국 데리고 갈 수 없으리라 물론 엄마의 등짝 스매싱과 잔소리를 이길 정도로 나는 강인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나는 오도 가도 못하고 교실에 덩그라니 있는 아이들을 놔두고 갈 정도로 사리분별력이 높지도 못하다 공리주의니 뭐니 윤리시간에 배운 모든 것들이 갑자기 뇌 안의 깊숙한 곳에서 랜덤하게 마구 튀어나와 내 시냅스들을 튕겨내는 기분이 든다 아 어쩌라고라는 말 밖에 생각이 안 난다 그 사이 연방정부의 고위 인사가 immersor의 강제 동작 모드를 통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테라인들이 발사한 모든 미사일은 우리의 방어체계에 따라 격추되었으며 그 어떤 피해도 없다고 그리고 그 어떤 피해도 이후 없을 것이며 마스연방정부는 지금부터 공식적으로 이 전쟁을 승인하며 그 어떤 후퇴도 패배도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머리가 핑 돌아 사실 자세한 내용은 인식조차 안되었다 물론 뱅컨(Bancon) 뉴런이 활성화되어 있으므로 나중에 내 방구석 어딘가에서 너무너무 할 일이 없어 지루해 죽겠는 한적한 일요일 저녁 식사 전 다시 볼지도, 갑자기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라면 한 젓가락이 먹고 싶어졌다 혀가 얼얼한 불닭볶음면말이다 그러고 나서 테라산 저온숙성 플레인 밀크 한 모금 마시면 정말 꿀맛인데 너무도 간절히 그 맛이 입가에 아니 내 뇌 안에 그득해졌다 3차 대전이니 뭐니 사실 13살의 나에겐 너무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내 인생 13년 만에 전쟁이라니 실제라고 느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고 난 뭔가 너무도 허술하고 어색하다 그때 갑자기 밀러가 내 앞에 다가와 괜찮냐는 표정을 짓더니 private channel 오픈을 요청해 왔다 나는 그 요청을 승인했다 그러자 그가 고마워라고 말했다 내가 얼빠진 표정을 짓자 그의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하고 그는 transporting을 완료했다 그의 존재가 교실 정확히는 내 앞에서 사라지자 나는 이상함이 느껴졌다 먹먹함 두려움 막역함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 뱅컨 뉴런 저장소에 연결하려고 하자 access denied 메시지가 계속 떴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해 엄마에게 연락을 시도하는데 연락을 어떻게 하지?라는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갑자기 호흡이 호흡이 사라진 느낌에 그저 도와줘라는 말 한마디가 간절해서 주위를 둘러보자 암흑 그 자체였다 오후의 햇살 교실 그 모든 것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저 나의 심박수만이 가는 기타 줄을 튕기듯 느껴졌다 18 밀러 자식이 나를 해킹했다 그러나 이 기분 나쁜 배신감을 충분히 누릴 시간이 없다 테라인들의 공격이 더 강해지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안전한 곳으로 안전한 곳으로 가야만 한다 안전한 곳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곳이 어디일까 생각을 생각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어떻게? 내 뱅컨은 사라졌고 내 뇌의 연결점들은 뱅컨이 없으면 그저 각자 동작하는 마리오네트의 팔다리 같을 뿐인데 어떻게 생각이란 걸 해야 할지 막막함에 눈물이 올라 찬다 그러게 오늘 아침에 엄마가 계란프라이 먹고 가라고 소리칠 때 먹을 걸 그게 갑자기 대뇌에서 튀어나와 나에게 후회란 걸 하라고 나에게 소리친다 토미, 네가 좋아하는 sunny side up이야!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왱왱 귓가에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