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감독처럼 살다 보면,
이렇게 또 올해의 가을이, 뭔가 터질 듯했지만 결국 고요함으로 돌아온 그 가을이 지나간다 맞다 난 매우 이기적이다 이기적이다 못해 정말 저질스러울 정도로 우악스럽다 내가 즐기기 위해 그들을 잘게 잘게 씹어서 이용해 먹었다 그리고 배가 터질듯한 만족스러움을 느낀 나는 그냥 아무도 인지 못한 상태에서 커튼콜을 내려 이 한 편의 연극을 종료시켜 버렸다 그리고는 무대 뒤 암흑 속에서 사라지기로 마음먹고는 즉시 수행했다 시작도 나요 끝도 나다 재지한 음악과 모닝커피 한잔 그리고 스스로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와 함께 다시금 내 삶의 안전구역 안으로 돌아왔다 모든 걸 다 훌훌 털어버린 가벼움 내 삶의 통제력을 높이고 높여 상대를 이용하는 극적 요소까지 만들어 낸 뒤 거의 뭐 이건 공중부양에 가까운 묘기가 아니었나 싶지만 어찌 되었든 난 해냈다 그 모든 역할자들이 스스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감독자로 때론 지지자로 그들을 이끌었고 결론적으로 그 모든 것은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잘 흘러갔냐고 하면 수려함은 그저 저 먼 미래 어느 날 밤의 초승달 끄트머리게 걸리도록 하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흘러갔다는 것이 어디인가 그리하여 나의 4주간의 방황은 마친다 그런데 또 다시금 생각하니 내 이기주의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대승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극을 끝내고자 한 것이 아닌가 내가 잡아버린 이 사이드브레이크는 모두의 삶의 안녕을 향한 나의 의지의 표상이었다고 하면 쇼펜하우어가 푸들푸들하겠지 개별 등장인물들이 인식하기 어려웠다면 나의 각본과 연출의 잘못이렸다 사과하고 싶지만 우리 모두의 앞에 놓인 삶이란 길은 다시금 마주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단연코 나는 그들에게 아무 소리도 못하고 그냥 마치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니는 동네 참새처럼 혼자 내 주변의 다른 새들에게 들릴 정도로 미약하게 삐약거릴 뿐이다 어찌 되었든 프로젝트 하나가 끝난 지금의 이 홀가분한 기분 관계에서 생산되는 굴레 속에서 벗어난 희망찬 상태 무언가도 시작할 수도 무언가를 시작하지 안아도 되는 그런 상태 그래 그런 상태다 마치 커다란 저수지 위의 빙판 위에 온몸을 던져 미끄러지는 느낌이다 아야 하고 소리는 쳤지만 등바닥으로 미끄러져 나아가는 그 느낌 그래 그자가 정확하게 보았다 나는 또라이다 근데 그게 나인걸 뭐 어쩌겠는가 또라이가 아닌 나를 상상해 본 적? 없다 난 매사에 미친 것처럼 매진한다 일도 독서도 공부도 사랑도 그게 나인걸 뭐 나란 인간의 조악한 성향인걸 어쩌란 것인가 조약한 것인가? 뭐 그럴지도 세탁기는 벌써 몇 번째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결국 나에게 남은 것은 세탁을 위한 빨래거리들 밖에 없다니 간만에 정말 간만에 식욕이 생기고 있다 한동안 입맛을 잃었던 나는, 아마 이 연극의 전체적인 디렉터로의 책임감과 중압감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한동안 그 어떤 것도 굳이 먹고 싶지가 않았던 나였는데 말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고요함과 정적 그리고 작은 행복의 선사 때문이었을까 빨리 빨래를 마치고 나가고 싶어지는 날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입안으로 욱여넣고 싶다는 욕구가 드는 그런 날이다 그들이 혹시나 주연배우들이 나에게 컴플레인을 걸어온다면 어쩌지 싶기도 하지만 그건 또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 싶다 오늘만큼은 그저 햇살을 만끽해도 되지 않을까 4주간의 길고 길었던 시간이 지나 한 막이 끝났다는 것 그것이 현재는 중요하다 매우 이기적이지 암 이기적이다 그렇지만 우아하지 못한 나의 날갯짓에 우습게도 꼬이는 하루살이들이 있다 원통처럼 길게 모여 지박령처럼 그 자리 안에서 하나의 개체가 되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하루살이의 무리들 아직 추위를 더 느끼지 못하고 내 옆에 꼬이는 그들 아니 그것들 그것들을 보자니 갑자기 생겼던 식욕이 사라진다 뭔가 갑자기 추욱 마음이 쳐진다 하여 기분이 조금은 울적해진다 조금은 신나는 음악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바꾸어본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마음을 잡아 올리기에 음악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것만 생각보다 그렇게 분위기가 전환되질 않는다 사실 나는 마음이 울적했던 것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가벼워져 부웅하고 나른 듯 느꼈던 나는 갑자기 차디찬 바닥에 내동댕이 처진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코 위를 간질거리는 상승기류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본다 잡히지 않는 마음의 무거움은 그저 그렇게 물리적 무게로 다가온다 무엇이 올바른 상황인지 선택할 수 없는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나를 바라본다 그럼에도 울적한 기분은 그리고 고양된 기분은 이 말도 안 되는 두 기분은 나를 지배하며 나를 정수리에서부터 바라보며 꺄르륵 거리며 지적질한다 그럴지도 그래 지금은 그 꺄르륵 한 스푼이 필요한 시점일지도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를 들으면서 다시금 마음을 바닥에서 저 높은 고산지대로 옮기고 호흡의 부족함을 느낀다 추위를 느낀다 중력의 부족함을 느낀다 손발의 시림을 느낀다 도대체 나는 왜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걸까 그저 나의 완결성 있는 연극을 위해? 맞다 나는 그저 그 연극 한 막을 잘 끝내기 위해 이 모든 고생을 그리고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끝낸 듯한 그 연극은 사실은 다음 막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 지친다 또 어떻게, 주연배우들은 개런티를 올려달라고 난리 칠 텐데 도대체 나는 어떻게, 그래 닥치고 생각하자 무릎꿇을 준비는 잊지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