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재미있는 건 역시 싸움 구경이었다.
이 패륜아들 진짜 내가 이 오빠들의 섹시함에 한껏 육체적 쾌락에 빠져있던 아니 절여져 있던 내가 돌아왔다 잠시 가출했던 영혼이 별것도 아닌 것에 가출했던 내 영혼이 이 오빠야들로 인해 돌아올 줄이야 남자와의 대화보다 더 농밀하고 은밀하다 어떻게 읽히는 줄 인지조차 못할 상황이다 조신한 듯 적극적이고 섬세한 듯 돌진적인 둘이 주고받는 편지는 그렇다 레비가 표현하듯 원거리 체스였다 레비의 잘 짜인 각본인가 싶으면 그건 또 아니다 우웰벡의 펀치들은 또 어떠한가 서로가 편지라는 개념을 사이에 두고 육탄전을 벌인다 읽다 보면 정말 웃음이 꺄르르 날 정도이다 다 큰 성인이 그것도 지성인들의 싸움이 이리도 순진한 아이와 다를 바가 없을 수 있을까 서로의 구절구절에 대한 구질구질하고 질척질척할 정도의 지적질과 상대의 공격 포인트에서 벗어나기 위한 능구렁이 같이 쉬리릭 비껴가는 노련함 그리고 현대 프랑스 문학계를 싸잡아 씹는 그 용기 사실 나는 우웰벡의 글은 읽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다른 책을 읽다가 이 책, 공공의 적들이 인용된 것을 보고 책장에 12권만 놓겠다는 금지 조항을 깨고 중고로 들였다 그리고 10개월이 지난 오늘, 요 며칠 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고 있었다 모비딕을 끝마치고 읽어서 그런지 세상 그렇게 재미있는 글이 아닐 수가 없었다 천명관의 고래가 왜 마르케스적이라고 표현되는지 진심으로 이해가 갔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인간만 더 많아지고 물론 책의 첫 장에 가계도가 있는 것을 보고 그러리라 생각했지만 거기에 이름도 동일한 인간 군상 무리가 늘어나고 갑자기 전쟁이 터지고 마법적 효과들이 인간적 효과들로 채워지는 과정 속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내 책장에 읽을 수 있을 적당한 책은 그것뿐이라 계속 읽어나갔는데 아침 일찍 선반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이 책이 나를 이리도 감동시킬 줄이야 처음 포문을 연 우웰백의 편지를 읽었을 때 격식 있는 요청 방식과 혹시라도 상대가 코트에 등장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랄까 조바심이랄까 하는 조심성이 느껴졌다 그러고 나서 레비의 편지 그럴 리가 레비는 레비답게 싸움닭이었다 본인은 감정의 조절을 잘하는 편이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레비는 레비다 즉 이건 개싸움이다 그리하여 읽게 된 천상의 빅매치요 절대 혼자 보기엔 아까운 싸움이었다 온갖 수사적 기법 사이사이 경험담 현대 사회의 이슈들 철학 문학 그 사이를 오가는 둘의 허이허이 마치 잘 짜인 대련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나는 그럼 어떠한가 사실 나는 우웰백에 가깝다 우웰백의 사고방식에 가깝다 인간혐오증 그러나 또 꼬박꼬박 납세 의무를 다하는 편에서는 레비다 그럼에도 자본주의의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프롤레탈리아 주제에 자선사업자처럼 구는 나는 그런 면에서는 나다 생각이 많아졌었다 특히 안토니오 타부키 그가 생각이 많이 났다 무질서와 불의라는 두 대척점에서 그리고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리고 철학이란 단어의 사용에서 둘은 아주 물고 뜯고 서로를 두들겨 팬다 그런데 그 사이에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앞서 말했듯 한동안 스위치온 상태였던 내가 스위치오프가 되면서 이 오빠들의 매치만큼 흥분되고 온몸의 세포가 움찔거릴 만큼의 쾌락이 있을까 싶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단숨에 책을 3/4를 독파했다 역시 당대의 욕 드럽게 먹는 두 작가 아닌가 글맛이 역시나 최고급 미슐랭이다 무림의 고수들의 싸움을 넋 놓고 보다가 밥때를 놓친 것처럼 나는 정말 밥때까지 놓치고 읽고 또 읽었다 인간의 존엄성 그래 나는 그것이 참으로 좁은 개념이라 생각한다 포월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레비의 의견도 맞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할 가치가 없다면 그건 무엇인가 무의미해 보이고 좁아터져보이고 구닥다리 같아 보여도 현대적이지 않아 보여도 필요한 것은 있다 그랬다 선과 악 이분법적 사고 절대 나는 그 둘로 나뉠 수 없다 생각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을 위해 너무나도 필요한 개념 내가 더 똑똑한 척 왜 그리 자위하듯 즐겼을까 그래 그가 맞다 그런 것이 존재한다 나는 그 지식적 우위로 그들을 얕잡아보고 그 간극에서 즐겼다 그랬다 그리하여 그들이 내 맘대로 동작하지 않자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아이처럼 그랬다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닌데 말이다 그러면 안 되었는데 말이다 우웰백과 레비를 따라가며 그들의 신랄한 돌려 깎기를 보니 내가 그동안 추구하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제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럴 때가 도래했다 나는 내가 조금 더 앞서 간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냥 조금 다른 생각 우웰백과 레비의 차이와 같은 그 차이였다 근소한 아니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다른 듯 같이 그 시대의 프랑스를 경험한 그들은 시대의 유린아이자 기린아였다 그들의 시각적 차이로 인해 나타난 현재 삶의 차이까지 그것은 사실 프랑스 1950년대에 기인했다 마오쩌둥주의에 빠지고 유물론이 팽배하고 그 사이 다시금 실존주의 해체주의 그리고 소설을 쓰지 않게 된 레비 그것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하여 그 둘은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다 그 누구도 서로를 알아주지 않아서? 아니 그 모두가 그들을 알아봐 주어서 그렇기에 서로가 바라봄이 더 중요해졌다 우웰백이 말하듯 사람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가 대중의 무조건적 사랑을 갈구하듯 그렇게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춥다 코가 시리다 그렇지만 둘은 절대 끌어안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그 둘은 동질적 공감을 버리고 서로를 그저 바라본다 서로를 연민하며 그리고 스스로를 연민하며 미친 정말 미친 이 오빠야들이라는 소리만 나온다 물론 기대했던 바와 같이 프랑스의 시국적 이야기들 민감한 내용들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두 사람의 사적 영역의 한정적 확장이다 그렇지만 그게 더 은밀하고 내밀하여 흥미롭다 세계정세가 미쳐 날뛰는 2025년 이미 그들의 대화가 있었던 시점으로부터 17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국수주의는 더 팽배해지고 우파는 더 강해지고 있다 권력은 권력자에게 더 초점이 이루어지고 이런 시대 우리는 나는 무엇을 논해야 할까 그러하기에 이 두 남자의 편지 교환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그리고 속 편하다 아니 속 시원하다 사회적 문제 따위의 시각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개별 개체의 특수성에 더 집중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 집중에 자신을 놓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두 오빠야의 번쩍거리는 마지막 편지까지의 사시미 다툼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