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어느 가을날.

by 빙빙

가슴이 쿵쾅 거린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흑점 분출처럼 나는 그렇게 쿵쾅거림을 내 가슴에 갈무리한다 마치 온몸이 그 열기에 타들어갈 것 같은데도 말이다 하늘은 청바지의 이염같이 울그락 불그락 구름을 품고 영원한 어둠의 회귀 속에 갇혀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별들이 지평선 너머까지 반짝이면 그렇다 이게 바로 중2병이다 이제는 중2들이 아닌 초5들이 겪는다는 그 병 그 역설적인 고뿔에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것도 심하게 걸리다니 온 우주의 기운이 내 몸으로 모이는 듯한, 심해어의 옆에서 헤엄을 치는 듯한 어느 순간은 화르륵거리다가 고개를 돌리면 차디찬 바닷속에 온 몬을 담근 듯 온탕과 냉탕을 쉽게 왔다 갔다 하는 어린아이처럼 내 마음의 노스텔지아가 마치 OS 설정 속 dark mode와 light mode처럼 토글 하나 on and off 하듯이 움직인다 마음의 싱숭거림은 이미 default mode가 된 지 오래다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박막처럼 얇아지고 섬세해진 나의 가슴이 울린다 그들의 바쁜 발뒤꿈치를 하염없이 바라보면 눈물이 핑 돌기도 하다 무엇이 그리 무엇을 위해 나는 무엇으로 그래 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부연설명이 필요함을 강렬하게 느낀다 이것이 이 병의 치명적인 설정 중 하나겠지 독립 그러하다 감정적 독립 독립을 외치는 그 욕망 속 하나의 되새김질 영어 단어를 외우기 위해 반복해서 듣던 mp3 플레이어의 목록처럼 나는 도돌이노래 그 속에서 반복을 번복한다 그리하여 나는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의 부모에 대해 생각해 보고 나와 가장 친한 녀석으로부터 내 주변의 소위 남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다시금 또 나로 돌아와 나에 대해 골똘히 생각을 연결 지어 간다 그러다 갑작스레 길가에 마구잡이로 눌러서 으깨진 단풍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리다 그 거지 같은 냄새도 싫지만 으깨지다 못해 원래의 모습에서 멀어져 그저 이제는 존재 만이 강렬한 냄새와 약간의 노릇한 얼룩으로 남은 그 모습이 너무도 슬프다 씁쓸해 갑자기 그 모습이 생각난 지하철 차창 너머의 내 얼굴을 바라보며 눈물을 또륵 흘린다 나도 모르게 흐른 눈물을 소매자락으로 훔치니 옆에 서있던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나라도 그렇게 치기 어린 중년 남성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분명 꼴사납다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지하를 벗어나 한강을 건너는 넘실거리를 그 강물 위를 달리는 지하철 한켠에서 마음이 풀릴 듯 풀리지 않고 오히려 강물의 흔들림에 더욱 강렬하게 저 멀리 허공 속 사라지는 새들과 같이 되고 싶다고 느낀다 새가 되면 이 가슴속이 시원해질까 내 존재의 당위성이 그저 해결되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자꾸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 물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이질감 나를 둘러싼 인간이란 강한 관계 속에서 내가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래 나는 어디론가 훌쩍이고 싶다 마치 내가 흘리는 이 콧물처럼 훌쩍훌쩍 그렇게 무언가로의 변신을 꿈꾼다 이것 또한 이 병의 중증 증상 중 하나라면 받아들여야지 그래야지 싶다 하지만 조금 다른 양상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이 타오르는 듯한 심장을 단 한 조각이라도 마치 염통을 삶아 먹듯이 한 조각 삶아 먹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떨어지는 잎사귀에 나의 존재를 반증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저 그냥 사는 게 인생이라고 그런다지만 아니 나도 그랬지만 이건 아니다 이건 뭔가 뭐랄까 나는, 이전의 나는 태엽이 덜 감긴 그런 삶이었을지도 그리고 지금의 나는? 나는 이제 완전히 고장 난 삶이다 등 뒤의 태엽이 온연하게 고장 난 나무 인형이다 이전에는 뚝딱거리며 움직이기라도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에서도 자유로워져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한자리에 고정된 그런 인형 말이다 자유의 끝이 부동이라니 우습기도 하지만 제기랄 어쩌겠는가 빨리 내 중2병이 낫기만을 바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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