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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Sep 13. 2022

심리상담사의 번아웃, 소진 관리

마음을 치료하는 데는 대가가 따른다

커버 이미지 출처: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주술사나 마법사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들은 주술이나 마법으로 사람을 치료하고 나면 기력을 소진하여 탈진한다. 많이 아픈 사람을 치료할수록  또 많이 치료할수록 소진하는 에너지가 크고 죽은 사람이라도 살릴라 치면 자기 목숨과도 맞바꾸는 경우도 있다.  판타지 속에서는 치료자가 남을 치료하면 에너지가 축난다. 실제로는 어떨까?


내담자들을 치료하는 심리상담사들은 내담자들의 고통을 듣는다.  치료 방법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아주 생생하고 상세하게 듣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간접 외상에 노출되었다 할 만큼 위험에 노출된다. 이미 지나간 기억들이지만 해결되지 않은 기억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강렬하고 내담자가 온전하게 소유하지 못하는 감정은 치료 현장에 넘쳐나서 치료자에게 스며든다. 결국, 현실에서도 아픈 사람을 치료하면 치료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많이 우울한 사람들을 만나면 우울이 스며들고, 불안이 높은 사람들을 만나면 덩달아 초조해지기도 한다. 죽음을 심각하게 고려하거나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애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죽음을 끌어안고 치료를 해야 한다.


심리상담과 마음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심리학과 심리상담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사람들이 마음에 관심을 갖는 일은 반가운 일이지만 심리상담을 업으로 하려는 사람들은 마음을 고치는 일의 무게감을 인지해야 한다.


심리상담사로 일을 하려고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데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이다. 몸이 약해지고 마음이 아파질 수 있기에 그만큼 자신을 지킬 각오가 생길 때 심리상담사의 길을 가기로 결심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심리상담사 수련을 받다 보면 자기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듣게 된다. "자기 마음부터 먼저 치료할 것,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할 것"에 대해서 귀에 딱지가 앉게 듣는다. 이렇게 강조하는 데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내담자의 내적 세계 중, 결함이 있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듣다 보면 필연적으로 치료자의 내적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즉, 건강한 치료자도 아픈 마음을 오래 치료하다보면 자신의 심리적 세계에 결함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균열이 생기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손을 놓고 시간을 보내면 심리상담사에게 번아웃이 찾아온다.


심리상담사가 업무로 인해 번아웃이 생길 때, 가장 염려되는 것은 자신이 번아웃인지 모른 채 지나가는 것이다.  심리상담사 중에는 이타적이거나 남을 돕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많다. '남을 돕는 일이니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야. 이쯤은 내가 감당해야 해'와 같은 소명 의식은 타인을 돕는 행동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심리상담사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심리상담사의 번아웃을 인식하는 것은 단지 심리상담사의 복지나 건강을 염려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심리상담사가 상담 현장에서 소진되면 내담자에게 객관성을 유지하거나 전문성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진다.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심리상담사는 자신의 번아웃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심리상담사의 번아웃을 짐작할 수 있는 것들로는 무기력함, 냉담함, 지각, 실수, 짜증, 이직 욕구 증가, 직장 내 갈등 등을 들 수 있다.


판타지 속에서는 치료자가 남을 돕느라 자기의 기운을 다 쓰면 동료나 친구들이 나서서 기운이 다 한 치료자를 돕는다. 이 또한 현실과 다르지 않다.  심리상담사들은 서로의 심리 상태를 확인하고 지지해 줄 지지 그룹이 필요하다. 배우는 곳에서 또는 일하는 곳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을 찾아 서로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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