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가 입원한 병실을 찾았다. 암세포가 퍼진 조직들을 떼어내는 큰 수술을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친구를 보니 눈물이 핑 돈다. 지난 몇 년간 만나지 못한 친구, 연락은 못하고 지내도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었는데 친구는 병의 재발로 암세포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50에 이런 큰 병과 싸우게 될 줄은 그 시절의 우리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것을 감당하면서 건강을 지킬 수만 있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친구는 최초 암발견 이후,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었다고 했다. 몸에 좋은 것만 먹고 나쁜 것은 쳐다도 안 봤다고. 그래서 더 그랬을까? 친구는 화가 많이 나는 것 같았다. "우씨, 이게 뭐야. 우씨, 이게 뭐야."
저절로 터져 나오는 말소리를 들을 때마다 울컥울컥 마음이 흔들렸다.
앞으로 친구가 건강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으면서 말했다. "우씨하지 말고 휴우... 해봐.". "자꾸 우씨, 우씨 그러면 몸이 더 스트레스를 받잖아. 휴우...하고 숨을 내뱉어 봐." 수술한 지 하루가 지난 환자에게 '무언가를 해 보라'는 말이 전달이 잘 될지는 의문이었다. 다만, 자신을 돌보려면 스트레스 관리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어 한 마디를 더 했다.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해."
"스트레스를 어떻게 안 받고 살아."
"맞아.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지. 그래서 관리를 해야 해. '우씨'...그러면 몸이 긴장되거든..."
계속 말을 이어가려다 수술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마약 성분 진통제를 매달고 있는 친구를 보다가 입을 닫았다. 통증을 견디고 있는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저 그 자리를 지켰다. 이하의 내용은 그날 친구에게 다하지 못한 이야기다.
스트레스 관리가 안되면 면역체계 시스템이 취약해지고암 같은 중증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방법에 대해서 일반적인 것은 알지만, 실질적으로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보다 부족한 정보를 갖고 있다. 무심코 하는 습관이 몸과 마음에 부담을 주고 있을 수 있다. 친구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은 친구의 말이 친구의 신경계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화가 나면 저도 모르게 나오는 말, '우씨'나 '이씨'를 하면 몸이 어떻게 되나? 흉곽이 올라가면서 상체에 긴장이 일어난다. 호흡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 긴장이 커지고 호흡이 짧아지면 몸은 점점 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위협'으로 느끼고 교감신경계에 활성화가 일어난다. 수술을 받고 쉬어야 하는 사람이 잘 회복하려면 교감신경계는 진정되고 부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수술이 잘 되어서 감사',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몸을 이완시켜야 한다. 휴우...하고 긴 호흡을 내뱉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몸에 긴장을 불러일으키면 싸우기-도망가기 반응이 일어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뿜어져 나온다. 면역시스템 관리에 좋을 리가 없다. 마음 관리를 하려면 '우씨' 대신 '휴우'해야 한다.
스트레스 관리를 한 마디로만 한다면 '이완'이다. 스트레스 관리가 어려운 것은 몸을 긴장시키는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몸의 긴장을 풀어내는 이완 반응은 그만큼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길게 내뱉는 호흡은 몸을 이완시키며, 몸이 이완되면 마음도 이완된다. 긴장만큼 이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