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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Jun 30. 2024

떠날까 봐 참았는데 결국 떠나는 이유

"화를 내면 떠날까 봐 화 한 번 제대로 못 냈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참았는데, 왜 다 떠나는 걸까요?" 


관계 문제로 상담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버려질까 두려워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더 힘들어하는 것은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유지하려고 했던 관계가 결국 안 좋게 끝난다는 것이다. 노력을 했는데 잘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좌절감과 무력감을 경험한다. 감정을 억누르는 노력은 큰 에너지가 든다. 그래서 관계가 안 좋게 끝나는데서 겪는 좌절감과 무력감은 시간이 흘러도 꽤 오랫동안 지속될 정도로 큰 타격을 남긴다.


의문이 생기지 않는가? 왜 그렇게까지 참았는데 결국 사람들은 떠나는 것일까? 이에 답하려면 사람들은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가를 살펴보면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은 생명력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력을 덜 느낀다.  더 자연스러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런 끌림은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일어난다. 의식적으로는 감정을 자제하고 절제하는 모습을 가진 것을 높게 평가할지 몰라도, 무의식적으로는 생명력이 가득 찬 감정이 느껴지는 대상에게 매력을 느낀다. 특히 분노라는 감정은 에너지가 가득 응축되어 있으니, 이 감정을 내뿜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생명력을 내뿜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말을 듣고 화를 내면 무조건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오해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적어도 화라는 감정이 생명력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되면 누군가를 붙잡아 두기 위해 화를 참기만 하는 노력은 덜 하게 될 것이다.


자연스러운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스러운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에너지가 많다거나 늘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자연스러운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것은 그 상황에 적절한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이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순간순간 변화하며, 올라간 만큼 내려온다. 사람들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에너지가 느껴지는 대상에게 끌린다. 


둘 사이에 생긴 어떤 일로 감정이 일어났다면 그 감정은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감정이 일어난 순간에 감정이 일어난 만큼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이 에너지의 흐름 면에서 가장 자연스럽다. 이것은 적절하다거나 부적절하다고 평가하는 것과는 다르다. 자연스러운 것이 적절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감정이 상대에게 전달되면 이 순간 일어난 에너지는 상대에게 전달된다. 만약 상대가 그 감정을 인정할 수 있다면 둘 사이는 이 감정이 일어난 순간을 통해서 정서적으로 더 연결감을 갖게 된다. 


그런데 만약 어떤 사람이 자기감정을 억누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특히 누군가를 떠나보내기 싫어서 감정을 억제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둘 사이에 일어난 일로 일어났을 법한 감정이 억제되면 둘 사이는 그 감정을 소통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또한 그 감정이 가리키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기회까지 잃어버린다. 감정을 억누르는 폐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감정으로 생긴 긴장감이 한 사람 안으로 옮겨간다. 이렇게 되면 그 긴장감은 해소되지 않은 채 한 사람 안에서 축적된다. 이렇게 축적된 에너지가 은근히 느껴지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수동공격'이라고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갈등으로 생긴 감정을 억눌러 자기 안에 쌓아간다면  터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느껴지는 에너지는 매 순간 변하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정도의 에너지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해할 수 없고 지나치며 불쾌하다. 이렇게 이해할 수 없고 불쾌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 곁에는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감정은 끝까지 억제할 수 없다. 언젠간 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감정이 일어난 만큼 그때그때 지혜롭게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안전하다. 무엇보다도 생명력을 지녔으며 가장 매력적이다. 


누군가 떠날까 봐 참고 있었다면 아마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자신과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영원히 완벽하게 참을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자연스러운 감정의 흘려보냄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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