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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Jul 07. 2024

신체화 장애를 고치는 이야기

신체화 장애는 마음의 고통을 몸으로 밀어내어,  마음이 아픈 대신 몸이 고통을 느끼는 병이다. 마음이 고통을 처리하려면 일단 고통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능력이 부족하면 고통이 처리되지 않는다. 처리되지 못한 고통은 몸으로 밀려난다. 근육의 통증, 장기의 통, 피부의 통증, 감각기관의 통증 등, 신체화 장애를 가진 사람의 몸에는 지나간 시간 동안 겪은 고통이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신체화장애는 감정 억압과 상관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감정을 억압하는 것과 상관이 높다고 알려진 이 병을 다루려고 문제의 원인인 '감정 억압'을  둘러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마음을 고칠 때 중요한 원칙이 있다. 증상을 고치기 위해 생긴 행동이나 행동 억제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음이 아파서 생기는 증상은 모두 어떤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생긴 일종의 자구책이다.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고쳐야 하는 질병이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위험에 빠진 자기를 구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방어이다. 그래서 이  위험으로부터 적절하게 보호할 방법을 찾지 않은 채 증상을 제거하거나 행동에 변화를 주려고 하면 맨 몸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것 같은 두려움을 겪게 만들 수 있다.


감정을 억압하고 있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이 병이 유지되고 있는 데도 이유가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를 사용해 본 경험이 부족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나쁘다는 신념을 가진 경우 많다.


[체화 장애를 고치는 나쁜 예]

"당신은 신체화 장애입니다. 신체화 장애는 감정을 억압해서 생기는 병입니다. 자, 이제부터는 감정을 표현하면서 자유롭게 말해 보세요."


치료를 시작자마자 이제까지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을 드러내보자라는 말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자전거를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사람에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라는 것처럼 들리거나, 거짓말을 하면 천벌을 받는다고 믿는 어린아이에게 거짓말을 해보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체화 장애를 고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담실에서 말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다. 병을 앓고 있는 것이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자신의 탓이라거나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느낄  있는 접근은 치료에 대한 저항을 만든다. 을 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가면서 통을 공감하고 그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좋다.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으로 신체중심치료가 치료 초반에 제안하는 것은 몸의 감각이 하나가 통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부분마다 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통증을 심하게 겪는 사람들은 몸 전체가 통증으로 들끓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섬세하게 알아차리기 시작하면 부분마다 느껴지는 상이한 통증의 강도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신체화 장애를 고치는 좋은 예]

"몸이 많이 불편하시다고 하시는데 지금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과 그래도 견딜만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구별할 수 있으실까요?"

 

이렇게 통증의 강도 그리고 더하여 양상을 구분하기 시작하면 해당 통증을 마음과 연결시키는 작업, 즉 억압했던 감정과 연결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 이 작업은 아주 천천히 이루어진다. 하나의 통증을 한 회기 또는 여러 회기에 걸쳐 작업할 정도의 느린 속도로 진행한다.


신체로 밀려난 통증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들어진 것은 해결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참고문헌 무언의 목소리: 신체기반 트라우마 치유, Peter A, Levine
마음을 고치는 이야기의 몸으로 알아채기 강의 시리즈 : 바디풀니스로 마음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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