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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Jul 14. 2024

우울증을 고치는 이야기

우울의 터널 끄트머리에서

깜깜하고 긴 터널에 갇힌 느낌, 우울증 환자들에게서 자주 듣는 이야기이디.


그렇다면 우울증이 치료되면 어떤 느낌일까? 터널에서 빠져나온 느낌이 들까?


오래 앓은 우울증이 호전은 되지만 완치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일어나는 변화 때문이다.


터널 한가운데서는 너무 답답해서 하루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는데 막상 터널 끄트머리까지 나왔다 싶을 정도로 호전이 되면 덜컥 겁이 난다. 터널 밖의 세상을 마음껏 걷고 뛰고 누릴 수 있는데  막상 그때가 오는 것 같으면 그 자유를 누리는 것이 두렵다.


자유책임이 따른다. 그동안 아프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던 것을 대면해야 하는 시간이 오는 것이다. 중단된 학업, 실직이 가져온 재정의 어려움, 바늘귀 들어가는 것 같은 재취업, 깨어진 관계가 터널 밖 환한 세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울증으로 부서지고 깨어진 일상의 폐허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터널 밖으로 선뜻 나오기가 힘들다. 앓고 있던 기간이 길었다면 더 그렇다.  발은 터널 안에 걸쳐둔 채 터널의 그늘에 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경계인으로 살아간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터널 출구 앞에서 느끼는 떨림과 설렘, 눈 부신 세상으로 나가는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둔한 감각으로는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깜깜한 터널 속에서 그냥 앞을 향해 걸어갈 때와 출구 앞에서 세상 밖으로 나갈 때는 분명 다른 감각이 느껴진다. 감각이 달라지면 선택도, 행동도 달라진다. 몸과 마음의 연결이 잘 되어 있어야 상황에 적절한 움직임을 만든다.


상황의 변화를 몸으로 알아차렸다면 완치를 위한 결단, 마음의 결심이 뒤따라야 한다.

이차적 이득(secondary gain)란 심리적 증상이 나타남으로 해서 생기는 부수적인 이득을 뜻하는 말이다. 현실적인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증상을 유지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자기 처벌을 하여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 자신이 아프다는 이유로 남을 움직여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 모두 이차적 이득에 해당한다.


우울을 완치하려면 병에 걸려왔다는 이유로 누려왔던 의식적-무의식적 이차적 이득을 포기해야 가능하다. 자신의 무너진 삶을 일으키는 것은 오직 자신이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두 발로 일어설 때 우울증 터널 끄트머리에서 성큼성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안유선

심리상담사, 힐링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몸과 마음을 잇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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