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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Jul 22. 2024

에너지 조절 스위치, 자율신경계가 고장 나면.

여러분의 에너지 조절 스위치는 안녕하신가요?

에너지 조절 스위치,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

우리 몸 안에는 에너지를 조절하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이것이 자동 온도조절 장치 같아서 외부 환경에 맞춰서 에너지를 조절합니다.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면 자동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려서 필요한 에너지 수준을 맞추는데, 그렇다고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무한정 에너지를 끌어올리지는 못합니다. 에너지를 끌어올려 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한계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몸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이 없다면 몸이 버티지 못하는 만큼 열이 나거나 심박수가 늘어나고 근육이 긴장돼서 마치 영화 헐크의 주인공의 몸이 커지고 팽창하듯이 폭발하다가 망가져 버릴 것입니다.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는 에너지 조절을 끌어올렸다 내렸다 하고, 동시에 그 에너지 변화의 폭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자율신경계는 에너지 조절 스위치입니다. 


이 에너지 조절 스위치가 고장 나면 몸 안에는 여러 가지 곤란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심장, 소화, 땀, 체온, 혈당, 호르몬, 배뇨, 성기능 등 신체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심각한 것이 자율신경계가 잘 작동되지 않으면 스트레스 관리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자율신경계는 에너지 조절을 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합니다.  


에너지가 끌어올려질 때, 교감신경계라는 자율신경계의 하부 신경이 활성화됩니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는 것을 다른 말로 싸우기-도망가기 (Fight-Flight) 반응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영화 헐크에서 헐크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주인공은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려서(옷이 터져나갈 정도로 몸이 커집니다) 싸우거나 도망가는 행동을 합니다. 평상시에는 연구실에서 조용히 연구를 하던 주인공이 위협을 감지하면 엄청난 괴력이 생깁니다. 


영화 속만큼 옷이 터져나갈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몸에도 이와 같은 시스템이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법 없이도 살 사람처럼 말수가 적고 느릿느릿 조용하게 지내는 사람도 큰 문제가 생기거나 부당한 일을 당하면 상황에 적당한 빠르고 단호한 대처를 할 수 있는 것은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싸우기-도망가기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싸우기-도망가기 반응은 평상시 보단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고, 때로는 적나라한 표현과 행동이 수반되기에 어떤 사람들은 싸우기-도망가기 반응이 일어나는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과 언쟁이 생기는 것도 싫고 몸 안에 에너지가 너무 차오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피하려고 합니다. 손해를 봐도 그냥 불편하지만 차라리 참는 편을 택하는 겁니다. 


싸우기-도망가기 반응이 일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교감신경계 활성화가 되지 않으면 문제가 됩니다. 이 자연스러운 반응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을 돌보지 못한 경우, 큰 충격을 받은 경우, 또는 어린 시절에 양육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있어도 그렇습니다. 힘을 써야 하는데 힘을 쓸 수 없으니 싸우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합니다. 싸우기-도망가기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은 외부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잃은 것으로 에너지 조절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조절 역시 어렵다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싸우기-도망가기 반응이란 부정적인 감정, 거친 행동을 동반하는 부적절한 것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화를 내면서 싸우는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화내는 것은 나쁜 것이야'라는 신념이 생겼거나, '어른들에게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버릇없는 것이야' 또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무례한 것이야'라는 식의 교육을 받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목소리와 행동이 커지거나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은 사람들은 자신이 목소리를 내어야 할 때 참거나 회피하는 반응을 합니다. 


이러한 싸우기-도망가기 억제 반응에 대하여,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가설과 부교감 신경계의 가지인 등 쪽 미주신경의 활성화 때문이라는 가설이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설을 바탕으로, 싸우기-도망가기 반응이 다시 정상적으로 일어나려면 싸우기-도망가기가 필요하다고 인식을 수정하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미주신경의 억제 반응을 몸의 수준에서 알아차리고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지적, 감각적 차원의 개입을 통하면 싸우기-도망가기 반응 회복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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