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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블루 Jul 28. 2024

벼락광인이 될 것 같을 때

세상과 공명하기 힘든 하루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두 명의 진행자들의 목소리.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아침부터 깔깔대고 웃는데 아무리 공감을 하려고 해도 웃는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갖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나?"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상은 웃는데 나는 웃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과 공명이 되지 않습니다.


집 없는 사람의 피해의식이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집 없는 사람들이 자고 일어났더니 벼락거지가 되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벼락광인이 될 판입니다. 힘들어도 잘 버티고 있던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때마다 마음이 휘청거립니다. 요즘 상담을 쉬었다가 다시 상담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납니다.


세상과 공명하기 힘들어 마음이 뒤죽박죽 될 때, 가깝다는 사람들은 그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서 뭐라도 할 생각을 하라고 다그칩니다. 그렇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고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설상가상, 나처럼만 하면 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말로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자기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힘들어지면 사람들이 제일 많이 선택하는 것이 자책입니다. "그때 이렇게만 했어도.", "내가 그렇지 뭐"라며 자책을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탓하다가도 결국 그런 사람과 인연을 맺은 내 탓이지 하면서 자책을 합니다. 할 사람이 가족이을 탓할 수밖에 없는 불운함을 원망하며 팔자타령을 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하루아침에 일어나 벼락광인이 될 처지에 처해 있다면 우선 해야 할 것은 서둘러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 무언가를 하기 해야겠지만 우선 해야 하는 것은  감각의 전환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몸 안의 감각의 전환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깜깜한 내 삶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이 드리워지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자신이 현재를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어떤 부분은 건강하지 못한 방법을 쓰면서 (예: 게임, 쇼핑, 알코올, 영상, 음식 중독 등) 어떤 부분은 누군가에게 의지하면서 또는 자신의 장점, 능력, 자원에 기대어서 버티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챙겨서 보면 자신 이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현재의 자기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제로 파악하여  변화를 주어야 할 부분과 어려운 중에도 잘 되고 있는 부분들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두 부분을 잘 구별해야 합니다.


마음이 힘들어지면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만 마음이 쏠려 더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야 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만 바라면 기운이 더 빠지고 세상은 더 어두워져 보입니다. 점점 더 어두워져 가고 있는 곳을 보면 내 삶이 온통 깜깜한 것 같습니다. 계속 그렇게 깜깜한 곳을 보고 있으면 결국에는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하게 됩니다. 전환이 필요니다. 삶의 어두운 곳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덜 어두운 곳이 있습니다. 미쳐버릴 것 같은 혼란스러움으로 고통스러울 때는 내 삶이 빛이 드리워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런 게 하나도 없다고요? 만약 여러분 삶에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지금 제 글을 읽는 것도 불가능할 겁니다. 적어도 두 눈의 시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기에 제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이 글을 읽어주고 있다면 적어도 청력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어려운 중에도 무언가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내 삶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이 드리워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긴장이 조금은 더 풀어지고 호흡이 조금은 더 깊어집니다. 아주 작은 미세한 변화라도 좋습니다. 그 미세한 변화가 쌓일 수 있도록 해 봅니다.


세상과 공명되지 않던 날 집에 돌아오니 "휴우..." 하는 한숨과 함께 자책하는 말이 저도 모르게 쏟아졌습니다. 그것을 보던 아들이 "엄마, 우리 가족 다 살아있잖아요."라고요.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던 큰 아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는데 그 말소리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고, 천근만근 무겁던 눈꺼풀이 가벼워져 큰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는 웃는 얼굴로 한 마디를 더 해주었습니다. "엄마, 엄마는 나 있잖아요." 그 순간. 울컥하면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더니 상체에 긴장이 풀려나갔습니다. 몸 안에 감각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깜깜한 곳을 바라보다가 빛이 드리워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졌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아. 우리 가족이 다 살아있지. 병으로 사고로 생명을 잃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들과 나 살아있지. 큰 아이는 우울증으로 수년을 고생했고 나도 몇 년 전 암 진단을 받았고. 그런데 우리 다 살아있지."라고요. 감각의 전환이 일어나자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했던 감사라는 감정이 내 안에서 천천히 스며 나왔습니다. 감각의 전환에 이어 감정의 전환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도무지 세상과 공명하기 힘들어 미쳐버릴 것 같은 날이었는데 아들이 도와준 덕분에 감각의 전환이 일어났고, 저는 그날을 감사한 마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삶이 깜깜하고 어둡고 들썩거려 미쳐버릴 것 같다면 심호흡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밝은 부분을 바라보세요. 빛이 드리워지는 그곳에 삶이 전환되는 가능성이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위로와 치유의 글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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