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건강해지면 삶의 감각이 바뀐다

by 안유선

마음이 건강해지면 삶의 감각이 바뀐다

"상담실에 처음 올 때는 죽고 싶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어요. 그란데 요즘은 사는 게 재미있어요."


A는 강이나 하천을 볼 때마다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 마치 물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 같다고 했다. A가 설명해 준 충동은 A에게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고 놀랍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게까지 들렸다. 그에게 죽고 싶은 생각은 낯설지 않은 고통이었다. 훌륭한 재능과 삶에 대한 열정이 있음에도 하루하루 사는 게 고통스러웠던 A가 심리상담실을 찾은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이러다 자신이 큰 일을 내지 싶어서 심리상담을 시작하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5년이 흘렀다. A는 지금 내 앞에서 사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냥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했었다. 그런 자신이 믿기지 않는지 울다가 웃다가 한다. 그 모습을 보니 감격적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변화를 만들어낸 A의 노력과 자신에 대한 믿음에 박수를 보낸다.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A의 사례는 특이하다. 어떤 점에서? 증상이 사라지고 나서도 상담실에 오는 몇 안 되는 내담자라는 점에서 그렇다. 내담자들은 보통 증상이 좋아진다 싶으면 상담실에서 사라진다 공황발작, 자살 충동, 불면증, 갑작스러운 졸도 등의 증상이 사라지고 나서도 A는 상담을 멈추지 않았다. 바쁜 일정을 쪼개서 한 달에 한두 번씩이라도 계속 마음을 보러 왔다. 계속 상담실에 오는 이유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라고 했다. 그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일을 할 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계속 원하는 것을 만들어가고, 불편한 사람들을 더 두고 볼 수 있고 심지어 그들을 이해할 수도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지긋지긋했던 가족이 그립고 이제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이라면 가족을 돌보고 싶어 진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욕심부리지 않고 일할 수 있고,
불편했던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지긋지긋하던 가족이 그립다


A의 치료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는 증상이 사라졌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변화'가 있었다.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생각이 없어지고 불쾌한 기분이 줄어들었다는 부정적 경험의 제거와는 다른 차원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해 봤다. 그 변화를 잘 이해한다면 앞으로 성공적인 심리치료의 지표로 삼을 수 있겠다 싶었다.


흔히 성공적인 심리 치료의 기준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언급한다. 심리치료 이론 모델이 다양하고 각 모델마다 중요시 여기는 것이 다르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것들이 일어나면 그 치료는 성공적이라고 한다.


심리 증상 제거나 감소

자기 이해와 통찰의 증가

정서 조절 능력 향상

대인관계 개선

자기 효능감과 자율성 증가

삶의 의미나 목적의 변화

행동의 변화와 실천

심리적 유연성의 변화


A와의 작업 (심리치료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협업이라고 생각해서 작업이라는 표현을 씀)에서는 이 모든 것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어떤 말로 아우를 수 있을까 했을 때, '삶의 감각 변화'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A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더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내가 찾은 표현과 A의 표현을 연결한다면 '더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는 삶의 감각 변화'가 된다. 치료 현장에 있었던 두 명의 경험을 연결한 이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심리적 고통을 이겨내면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개인적 믿음에 부합되기도 하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각의 변화가 단순히 부정적인 감각을 줄이고, 긍정적인 감각을 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서다.


심리치료는 단순한 증상의 제거를 넘어, 삶의 감각이 변화하는 과정이다. 자살 충동과 같은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이해와 정서 조절 능력이 향상되고, 대인관계와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다층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A는 이를 ‘더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으며, 이는 단순히 긍정적인 감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담은 표현이다. A와 함께 한 심리치료 작업은 마음을 고치는 일이 단순히 증상의 경감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며 삶 전반에 걸쳐서 느끼고 관찰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든 순간의 변화에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마음이 건강해지니 삶의 감각에 변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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