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말을 배우다

by 안유선

겨드랑이를 파


“겨드랑이를 파!”

주짓수를 하는 사람은 알아듣고, 안 하는 사람은 못 알아듣는 말이다. 상대방 겨드랑이에 손을 대고 간지럼을 태우라는 말이 아니다. 겨드랑이를 파라는 것을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팔이 몸통에 붙어있는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어 뚫고 지나가라는 말로, 이러한 동작은 상대가 팔을 쓰지 못하게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상대방 겨드랑이에 손을 대고 간지럼을 태우라는 말이 아니다.

몸과 몸을 밀착시켜 싸우는 주짓수, 타격을 써서 상대를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격투기와는 달리, 찰싹 달라붙어서 상대가 힘을 쓸 수 있는 능력을 하나씩 제거시키면서 이긴다. 팔의 능력을 제거하려면 겨드랑이를 파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사진 : Paul Kee Jean

스파링을 하다 보면 겨드랑이를 지키는 자와 겨드랑이를 뺏으려는 자의 싸움이 펼쳐진다. 겨드랑이는 팔이 몸통에 붙어있는 곳으로, 팔의 힘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불리한 상황일 때 허우적거리다가 겨드랑이를 뺏기면 탭을 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타이밍이 좋지 않다 싶으면 몸통에 팔을 딱 붙이고 겨드랑이를 지킨다. 겨드랑이를 잘 지키기만 해도 역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주짓수 하는 사람에게 겨드랑이는 간지럽히다의 목적어가 아니고. 파다, 지키다, 빼았다의 목적어가 된다. 주짓수를 배우려면 주짓수 말을 배워야 한다. 새로운 종족이 되기 위해서는 이방인이 모르는 그들만의 말을 배워야 그들과 통할 수 있다. 새로운 뜻을 이해하고, 깊이와 무게, 말의 뉘앙스의 차이도 알아야 한다.

영화 <폭풍 속으로> 중에서

영화 <폭풍 속으로>를 보면,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 나온다. 영화에는 주인공 자니 유타가 서퍼가 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래시가드를 입고, 서핑보드를 바다에 끌고 들어간다고 다 서퍼가 될 수 없다. 보드에 오르기를 배워 파도를 타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집채만 한 파도에 몸을 맡기고 파도와 한 몸이 되어 물살을 가르는 서퍼들, 그들에게 '파도'가 목숨을 걸만한 도전이라는 뜻을 온몸으로 이해하고 나서여 자니 유타는 서퍼가 된다. 종족끼리 사용하는 말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 종족이 된다.


종족끼리 사용하는 말 뜻을 온전히 이해해야 비로소 그 종족이 된다.

새로 배워야 하는 말은 겨드랑이뿐만이 아니다. "엉덩이를 빼"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주짓수에서 이 말은 엉덩이로 이름 쓰기 할 때처럼 뒤로 엉거주춤 주저앉으라는 말이 아니다. 이보다는 주로 바닥에 눕거나 기댄 자세에서 몸이 구부려졌다 펴지는 힘으로 탈출을 하라는 말을 할 때 쓴다.


말의 뜻을 배웠으면 상황에 맞게 잘 쓸 수 있어야 한다. 스파링 시간, 고전하는 나를 보시던 사범님이 한 말씀 하셨다.

"팔 밑으로 무릎을 찔러 넣어야지."

딱 보아하니 상대 팔 아래 공간이 보인다. '옳다구나. 저기겠구나." 하고 오른쪽 무릎을 서둘러 찔러 넣었다. 사범님 한숨이 들린다.

"아니, 왼쪽 무릎. 왼쪽 무릎이지! "

무릎 찔러 넣기가 무엇인지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쓰지를 못했다. 이번에는 못 썼지만, 다음에는 아마 쓸 수 있을 것이다. 말은 이렇게 실수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니까. 실수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이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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