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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Sep 08. 2021

자기애(自己愛)

나르키소스는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서 물에 빠져 죽었다는 신화 속 나르키소스는 자기애의 상징이다. 나르키소스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요정과 처녀들을 거절하고 물속에 빠져 죽는 선택을 한다.

자신이 반할 만큼 아름답지만  결국 외롭게 죽을 수밖에 없는 이들, 나르시시스트의 마음속에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정반대 되는 낙오되고 초라한 자기가 있다. 자기애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에 대한 상반된 이미지가  나뉘어 있는 것이다.

자기애의 문제를 자기밖에 모르는 자기 중심성이라고 하는데, 자기 중심성은 나르시시스트 주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이 된다. '나는 너보다 중요해.'라는 메시지를 SOS 신호처럼 끊임없이 보내는 나르시시스트 주변 사람들은 자신을 돌보는 것은 늘 나중이 되고 결국 자존감이 무너진다. 나르시시스트의 메시지는 상당히 교묘하고 또 집요하기에 그들의 메시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르시시스트가 우월함에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볼품없는 자기가  똬리를 틀고 있다. 성취를 이뤄도  초라한 자기가 그대로이다.

이들은 자기 모습을 긍정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심리적 기능에 하자가 있다. 많은 것을 이루고 성공해도 늘 속이 헛헛하고 공허하다. 여전히 모자라고 뒤쳐진 것 같아 불안하다.

자기애의 원인을 정신분석적으로 설명할 때, 리비도가 자신에게만 지나치게 향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랑과 열정을 만드는 에너지, 리비도는 태어나서는 자기에게만 향해있다. "내 거, 내 거", "내가 할래"라고 소리치는 아이들이 정상 발달을 거치고 나면, 남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알게 된다. 자신에게만 향해져 있는 리비도가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심리상담을 하지 않고도 자기애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 있다. 바로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이다. 신화나 동화 속 요정들이 걸핏하면 이 처방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진정한 사랑은 자기에게만 쏠려있는 리비도가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는 효과가 있어서 나와 너의 궁극적 행복과 성장이라는 인간발달의 주제를 실현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사람을 내치고, 자신을 참아내고 있는 사람에게 감사할 줄 모르니 어려울 수밖에...

개구리 왕자도 그렇고, 마녀와 야수도 그렇고, 진정한 사랑을 만나려면 세월과 인내가 필요하다.  수많은 사람을 떠나보낸 나르시시스트가 고독을 느끼고 있다면 좋은 사인이다. 고독은 사랑의 촉매제이다.

나르시시스트, 아름다움과 우월함에 집착하는 굴레에서 빠져나와 남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자기 모습에 빠져 죽는 운명에서 벗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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