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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Oct 07. 2021

코로나 이후 디지털 시대 비대면 심리치료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다


SF영화에 자주 나오던 장면이 있다. 목숨을 건 특수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우주 비행사가 지구 본부에 있는 심리학자와 화상으로 심리진단을 하거나 심리치료를 하는 장면이다.

우주 비행사는 안 괜찮으면서 괜찮다고 하고, 심리학자는 우주 비행사가 괜찮지 않음을 설득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곤 했다. 우주 비행사와 심리학자의 판에 박힌 신경전을 볼 때면  '저게(화상 심리치료) 되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안 괜찮으면서 괜찮다고 우기는 우주 비행사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얼굴을 맞대지 않는 심리치료에 호의적인 상담사는 많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한 공간의 공기, 장면, 소리, 온도를 공유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다룰 수 있을까? 그 조심스러운 작업을 어떻게 얼굴도 보지 않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회의나 강의, 독서 모임 정도라면 몰라도 심리치료는  비대면으로 하기에 가장 어색한 대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심리상담과 심리치료 분야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학회 모임이 비대면으로 바뀐 것은 물론이다. 상담 공부하는 학생들이 비대면으로 상담하는 것을 수련 시간으로 인정해주고,  슈퍼바이저에게 슈퍼비전 받는 것 역시 비대면이 가능해졌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 이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상담사와 내담자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생기는 효과는 상담사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의 파도에 밀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대면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ZOOM이라는 시스템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고, 내담자 얼굴 외에 내 얼굴을 같이 봐야 하는 상황에 익숙해지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비대면 심리치료를 하면서 일 년이 지났다.


일 년간 비대면 심리치료를 하고 보이는 것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불편함보다는 멀리 떨어진 상담사와 내담자가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기댈 사람 찾기는 어렵지만 스트레스는 많은 유학생, 이민자들이 고국에 있는 상담사를 비대면으로나마 만나는 것은 이들에게 큰 위로이자 버팀목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상담사 입장에서는 대면 상담에서처럼 도와줄 수 없어 아쉽지만, 내담자 입장에서는 바쁜 일정 중 상담사를 찾아가는 시간을 아끼는 것에 만족했고,  안정적으로 의논할 대상이 있는 것에 안도했다.


2020년 코로나 이후, 일터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고통스러웠다. 남들은 쉽게 따라가는데 나만 힘든 것 같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남들은 별로 관심도 없이 포기하는 것 같아서 속도 상했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없어 버티면서 꾸역꾸역 쌓은 비대면 상담 경험치가 새로운 가능성을 가리켰다.


몇 년이 더 흐르면 비대면 심리치료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비대면 심리치료에서 효과적인 치료 개입이나 기술 같은 것들도 연구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SF영화 속 우주 비행사는 자기 마음관리보다는 임무수행에 집착하지만, 현실 속 내담자는 마음관리가 돼야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지혜가 있더라. 그런 지혜가 있는 내담자에게 비대면 심리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제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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