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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Sep 24. 2021

내가 뭐라고 남을 가르치겠어

그러니까 늘 내가 뭐라고를 입에 달고 다니는 증후군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가 프리랜서가 된 친구들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A와 B도 안본 사이에 프리랜서가 되어 있었다. 근데, 이 둘은 돈을 벌 수 있는 어떤 수단이 있다. A는 식물 세밀화를 그리고, B는 방과후 수업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친다. 반복적으로 사용해도 사라지지 않는 재능들. 나는 그게 없으니까 그들의 틈에 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한다.


나도 가끔씩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데, 모두 지인들이랑 일을 시작해서 그런지 내 임금을 설정하는 게 너무 곤란했다. 늘 내가 먼저 정해줘야 하는 입장이라서, 이도저도 못한 나는 그냥 최저시급보다 조금 많은 시간당 1만원을 설정했다. 내가 내 공간에 쓰는 글은 괜찮지만,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써줄만큼의 글인가...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최선을 다했지만, 늘 결과물을 전달할 때는 조마조마했다. 가끔씩은 2시간을 꼬박 들여서 작업을 하고서는 1시간 시급치의 임금만 받기도 했다. 내가 쓴 글이 2시간치는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어제 A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A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가 이제는 클래스까지 운영하는 어엿한 화가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돈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불편할 거라고. 내가 뭔데? 내가 뭐라고 누군가를 가르치겠다는 건지. 그런데 생각을 조금만 고쳐먹어서, 내가 할 줄 아는 것을 남들과 나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고 했다. 그말이 좋았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는 삶. 그 나눔에 대한 감사를 조금의 보수로 받아들이는 거다. 그런 태도가 진짜 A를 선생님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내가 가진것, 알고 있는 것,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타인과 나누면서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한두 개씩 더해간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연민이, 희망의 감정이 일렁이게 되는 순간들을 늘려가기. 


얼마 전에 지방의 한 도서관에서 강연 의뢰가 들어왔다. 태어나서 처음하는 강연. 역시... 답장을 하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하겠다는 다짐은 금세 섰지만, 내가 정말 해도 되나? 내가 뭐라고?의 의심을 가라앉히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나의 대화가 분명히 어느 정도는 가치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도 가치없지는 않을 것이다. 내뱉은대로 실천하며 살아갈 사람이니까. 그러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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