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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Oct 26. 2022

후회될 때면 일기장을

이 세상에 껄무새가 아닌 사람이 어딨어


가장 버리고 싶은 습관은 후회다.


- 그러지 말 걸.

- 안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럴 때면 일기장을 펼쳐든다. 지난 일기를 보면서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나의 한결같음에 대한 놀라움(이건 감탄이자 진절머리이기도 하다). 매년 새해면 일기장 첫 장에 새해다짐을 쓰는 편인데, 수년째 쌓아오는 새해다짐이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을 수가. 운동하고, 저축하고, 영어공부하고, 자존감을 잃지 않고, 후회를 줄이는 삶.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일관된 새해다짐은 디폴드 값인지 모르겠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내가 얼마나 과거를 미화해서 그리워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이다. 2016년에 쓴 일기에는 첫 직장의 욕이 너무 많았다. 뭐가 그리 괴로웠는지... 지금은 그 회사를 관둔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그때 이직을 하지 않았으면 내 삶이 어땠을까를 많이 생각해본다. 그때 동기들의 소식을 건너건너 들으면서 이제 나는 그들과 너무 많이 멀어졌구나 싶어 씁쓸해지기도 하고. 하지만, 결국 그때의 선택은 그때의 최선이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금 후회하는 일도 모두 똑같이 반복될 일.


지나간 연인들도, 지금에서야 헤어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상상하며 이제는 너무 멀리있는 사람들을 그리워하지만, 역시나 그때는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었다. 그리 큰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의 짐들. 그 짐을 덜기 위해 했던 선택들이겠지. 예전으로 돌아가면 똑같이 반복할 일들이다.




'기록'과 ‘일기'.


그게 나에게는 이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내가 후회를 버릇처럼 하는 사람이니까, 지난 일기장을 읽는 일은 그때의 나로 다시 돌아가서 내 삶에 후회를 지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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