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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Jan 20. 2022

100을 줬다고 100을 바라지는 않아요

지금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걸, 방금 만난 사람에게 줍니다


한강 근처에서 자취를 하면서 좋았던 점.

마음이 가는 사람이 생기면

한강에 가자고 말했다.

해가 지거나 헤가 질 때쯤.

그 시간이 얼마나 마음을 뭉근하게 하는지 모르지.


그날은 한강에 갔다.

손을 잡고 싶어 혼났다.

급해보일까 봐.

겨우 겨우 참았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가장 소중한 걸 방금 만난 사람에게 주는 사람이었어요. 그럼 내가 가장 소중한 무언가가 된 것 같아, 몸 속 깊은 곳이 빳빳하게 펴지는 기분이 들었고요.


순간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언젠가 후회하게 될 거라는 걸 분명히 알았습니다. 그게 당신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도. 그걸 다 아니까 내가 너무 못된 사람 같았어요. 못된 사람이었지요. 저는 당신에게 말했습니다. 헤어지자는 말은 당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당신을 보고 있으면, 당신에게 줄 내 마음이 없는 걸 보고 있으면, 당신에게는 미안해지지만 나는 내가 자꾸 불쌍해졌어요. 예전의 내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요. 줄 마음이 없는 누군가의 곁에 있기 위해,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견뎠던 모습이 자꾸 생각났거든요. 그 말을 하고서 저는 얼마나 큰 잘못을 한 걸까요.


당신은 말했어요. 당신이 100을 준다고 해서 제가 똑같이 100을 주기 바라지 않았다고요. 50이어도 10이어도 상관없다고 했지요. 마음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그런데 가끔 당신이 너무 불안했던 이유는, 그러면서도 물어볼 수 없었던 것은 제가 단 1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할까 봐. 그래서 그랬다고. 그게 너무 무서웠다고. 그렇게 말하고 당신은 울었어요. 마음이 흔들리고 아팠습니다. 당신은 제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어요. 저 스스로도 잘못이 없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얼마나 못된 마음일까요. 얼마나 얼마나 불량한 예의인가요.


삶이라는 게 명백한 잘잘못은 없는 것 같고, 모든 일은 서로의 문제라지만, 잘못하고 안하고와는 별개로 마음이 곤두서는 일이 있다는 걸 저는 그때 알게 된 것 같아요. 하물며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 일인데. 그 마음을 너무나 너무나 다치게 했죠? 어쩌면 이미 다 잊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후회는 잘못한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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