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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Jan 26. 2022

인스타그램을 염탐하다가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내 상처가 숨기 쉬운 곳이 있나 봐


어제는 어쩌다가 진의 인스타에 들어갔다. 귀여웠고, 그 에너지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랄지, 자만하지는 않지만 매력을 숨기지는 않는 모습들이) 부러웠다. 어쩌면 이건 진이 X가 되었기에 느끼게 되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나는 진에게 상처를 줬다. 분명한 상처였을 거다. 내가 상처를 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동안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나는 이런 게 이상하다. 다른 것은 내가 상처받는 것을 끔직하게 싫어하면서, 애정에 있어서는, 연인에 있어서는 내가 상처받는 편이 더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죄책감을 지우는 게 더 속편한 일이라서 그런 걸지도.


어제 진의 피드를 보며 잠깐씩 피식피식 웃었고, '좋아요'를 누를 뻔하다가 가까스로 참았다. 내가 너무 별로인 사람처럼 생각될까 봐. 진의 기억 속에 내가 더 최악이 될까 봐. 아니 이 얘는 뭐지? 라고 생각할까 봐. 그런데 생각해보면 얼마 전 제이가 내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눌렀을 때 나는 어땠더라? 제이가 막 미웠나? 얘 뭐지? 하고 생각했나? 그건 아니었다. 이제는 분명히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때는 너무 좋아했었던 제이였기에, 순간 기뻤던 것 같다. 설레기도 했다. 상처를 준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제이는 일방적으로 관계를 절단했다). 어쩌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사이에서 '상처'는 잠시 숨어서 머무르는 게 아닐까? 아니 사랑이라기보다, 그리움이나 짝사랑의 감정이 큰 골짜기에 상처가 숨기 쉬운 언덕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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