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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Feb 06. 2022

가족 편을 들지 못하는 싸움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없는 순간의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

엄마가 회사 사람 욕을 할 때면 나는 엄마 편을 들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속으로 얼굴도 모르는 상대의 편을 들고 있는 경우가 있다. 엄마가 내가 모르는 사람을 욕하는 것도 싫고, 얘기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 싫고, 그냥 엄마가 누군가 때문에 자꾸 마음속에 화를 쌓아간다는 사실이 나는 싫은 것 같다.


이유가 하나 또 있다. 내가 엄마와 얘기할 때 답답했던 부분들을 아마 상대도 느꼈겠지 싶은 마음이 들어서. 나는 가족이니까 참고 이해하지만,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겐 얼마나 답답한 순간이 될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엄마가 누구와 싸운다고 하면, 나는 당연히 엄마 편을 들어야 하지만,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분명 그럴 거지만, 이렇게 엄마가 남을 욕하다가 나에게까지 소리를 지르고 나면 그만 나도 욱하게 되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면 머리가 어지럽다. 가족이라서 참고 넘어가는 일들을 '취소'할 수 없는 사람이 우리 엄마니까, 속으로 참고 삼키고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게 우리 엄마니까, 만약 살아가면서 나쁜 타인들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하지? 내가 늘 함께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없는 순간의 엄마가 나는 너무 걱정이 된다. (그러면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지.) 어릴 때는 그렇게 엄마만을 의지해서 살았으면서. 그래도 결국은 엄마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며 나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 왜 지금의 나는 엄마를 의지하지 못하는 걸까? 의지와 같은 단어가 '믿음'이었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는 요즘.


돈 백만 원, 천만 원을 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는 요즘. 돈을 버는 게, 그리고 번 돈을 아끼는 게 중요해서 엄마에게 쓰게 되는 돈이나, 형을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나, 할머니의 어깨를 주물러드려야 한다는 책임감들을 벗어두며 살고 있다. 그런 식으로 내가 '나 혼자'를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이 흘러가는 동안, 내가 '나중'을 위해 모아두는 돈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동안 우리 가족이 나를 기다려줄까? 먼저 떠나버릴까 봐 종종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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