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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Apr 03. 2022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열 번 외치기

나는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솔직하다고 하면서 하나도 안 솔직한 건지 모르겠다. 내가 솔직하고 싶은 부분만 선택적으로 솔직한 거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데까지만 가림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솔직하다는 것보다는 가림이 없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친구와 서점에 가서 책을 한 권씩 골랐다. 나는 시집을, 친구는 같은 시인의 수필을 골랐다. 내 것은 만 원, 친구 것은 만오천 원. 친구는 각자 책을 다 보고나면 교환해서 보자고 말했다. 친구가 먼저 고르고, 그 다음에 내가 골랐는데, 친구의 것보다 내가 집은 시집의 가격이 덜 나가서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교환해 읽지 않아도 나는 시집을 골랐을 테지만, 뭔가 더 이득을 본 기분이 들어서. 책은 결국 각자의 소유가 되겠지. 이렇게 무슨 일이든 계산을 해보는 내가 싫으면서도 짠하고. 들키기 싫은데, 혼자만 생각하는 건 뭔가 꺼림칙하고 그렇다. 적고나면 좀 더 후련해지나.


나와 성장환경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이게 '가난의 유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내가 살면서 평생 어떤 습관이나 규칙을 갖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된다. 계절이 끝나면 옷을 정리해서 세탁소에 맡기는 일. 계절이 시작되기 전에 옷을 정리해서 세탁소에 맡기는 일. 깔끔함을 낭비하는 일. 습관이 되기 전에는 아깝게만 느껴지는 일.


어라운드에서 양다솔 님의 인터뷰를 읽었다.




책 제목을 보고 한참이나 가난이 뭘까 생각했어요.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게 가난인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가난하고 어디서부터 부자이고, 그런 기준은 상대적이고 애매하잖아요. 오히려 정확한 기준이 없어서 그 개념에 사로잡히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절대 가난’이라는 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가난해요. 평생을 정직하게 일해도 내 명의의 거처를 마련하기가 어렵잖아요. 꿈과 목표가 있더라도 내 한 몸 살아갈 공간이 없다는 거, 그게 절대적 가난인 것 같아요. 전례 없이 많이 배우고, 많이 일하는데 가장 가난한 세대죠.



책 제목은 절대 가난이 오더라도 마음만은 가난해지지 않는다는 의미 같기도 한데요. 마음이 가난해진 순간도 있었나요?


전 늘 가난한 마음을 갖고 살아요.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가난하지 않은 마음을 갖고 싶은 제가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이라고 외치는 것과 비슷한 거죠. 저는 제 삶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삶엔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배웠지만 한 번도 그게 진실이라고 느껴본 적은 없거든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야망보다는 어떻게 먹고살지, 내일은 어떡하지, 하는 고민만 있었어요. 가난한 사람은 먼 미래를 내다볼 여유가 없어요. 전 항상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거든요. 그러니까 늘 가난했던 건 아닌가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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