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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Apr 11. 2022

세상에서 가장 형편 없는 자취방

그리고 그곳에도 누군가가 산다


요즘 부동산 유튜브를 종종 보는데, 내가 보는 채널에서 주로 다루는 콘텐츠들은 서울에서 가장 형편없는 자취방들을 보여주는 거다. “월세 50만 원 방 실화임?”과 같은 제목들. 그만큼 열악한 곳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도겠지만, 영상에 나오는 형편없는 방들은 결국 유머 소재로 소비된다. 이런 집이 있어? 이런 데서 어떻게 살아? 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더 이상할수록, 더 끔찍할수록 점점 더 올라가는 반응 속도.


나도 재밌다고 생각하며 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찜찜한 기분이 든다. 누군가가 살고 있으니까. 그런 현실을 고발하고 그런 주거환경의 개선을 위한 목적이 아니니까. 그냥 콘텐츠의 소재로 삼아서 웃어 넘기고 마는 것이다.


내가 어릴 적에 살았던 집을 생각해본다. 나는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부끄러웠으니까. 그게 친구들이 보는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 집의 모양이 나랑 사람의 모습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지금도 여전히 내 곁의 부끄러운 것들을, 미운 순간이 늘어나는 가족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않는 것은, 내 일상에서 지우는 것은 같은 이유일까?  



얼마전에 커뮤니티에서 글을 하나 봤다.


"가난하면 별 거 아닌 것도 노력 두 배로 해야됨. 돈 없으면 경리 자격증도 CPA임. 간호조무사도 돈 없는 사람한텐 의대준비하는 거나 다름 없음. 실패하면 끝이니까. 그 적은 돈마저 날리면 인생 끝나니까. 난이도보다 돈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해야됨. 떨어지면 또 돈써야 되니까."


나는 운전면허 시험을 2번 떨어졌는데, 그때가 취업 준비기간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정말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무능력함에 대한 실망만큼이나 또 내야하는 시험비가 부담스러웠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별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자산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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